파리바게뜨, '990원 빵' 안 만드나 못 만드나

슈카월드, 성수 팝업서 '990원 소금빵' 판매

'빵플레이션 논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로 불똥

원재료 가격 구조적 문제로 가격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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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지난달 유튜버 슈카월드와 베이커리 브랜드 글로우서울은 서울 성수동에 'ETF 베이커리'를 열고 소금빵, 베이글, 바게트를 단돈 990원에 내놨다. 이곳에서는 식빵·무화과 베이글 1990원, 명란 바게트 2450원, 오메기 단팥빵 2930원, 표고버섯 트러플 치아바타 3490원, 복숭아 케이크 2호 1만8900원 등으로 판매한다. 대표 메뉴뿐 아니라 대부분 메뉴 가격이 다른 빵집에 비해 저렴하다.


슈카는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박리다매로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버터, 달걀 같은 고가 원재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주요 원재료를 산지 직송해 유통비를 낮췄다. 빵 모양과 포장을 단순화해 인건비도 절감했다.

빵값은 얼마나 비싸졌나

이 실험 매장은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소비자들은 "990원에도 빵을 판매할 수 있는데 왜 프랜차이즈는 더 비싸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최근 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소금빵은 개당 3000원이 기본이 됐다. 여기에 버터나 토핑이 추가되면 4000~5000원까지 치솟는다. 슈카월드 팝업에서 판매하는 소금빵 가격과 3배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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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5% 증가했다. 2020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5년 사이 38.61%나 올랐다.


빵값 상승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빵과 케이크 100여 종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3월 빵과 케이크 110여 종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양사는 "주요 원재료와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빵값의 현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990원 소금빵'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복합적인 유통 구조'에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제빵사와 직원 인건비, 도심 임대료, 전기·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 여기에 본사가 부과하는 로열티, 광고·마케팅 비용, 물류 관리비가 더해진다.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본사 관리비용'까지 최종 판매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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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루빵/사진=파리바게뜨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빵값이 비싸다고 느끼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종 판매 가격을 본사가 아닌 매장 점주가 정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파리바게뜨 본사는 소보루빵의 권장소비자가격을 1600원으로 고지했지만, 서울 시내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실제 판매 금액이 25%가량 높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발성 팝업 매장과 상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유통 구조와 마진 체계가 다르다"며 "사용 원재료에 따라 품질 차이도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빵값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원가'

업계에서는 빵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제조 원가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원재료 가격'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밀, 설탕, 달걀, 버터 등 원재료는 빵 제조원가의 51%를 차지했다. 이 중 밀가루와 설탕의 국내산 사용 비중은 각각 0.2%, 0%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해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탕의 경우 원당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산업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가공 설탕 수입에는 30%의 높은 관세가 붙지만, 원당에는 3%만 적용돼 해외 저가 설탕의 국내 유입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 게다가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사가 국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해 가격 경쟁이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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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또 한국에서는 우유와 달걀 가격이 해외보다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유 100㎖ 당 한국 가격은 311.6원으로 미국(145.8원), 일본(231.7원)보다 비쌌다. 달걀은 개당 688.3원으로 미국(438.6원), 일본(247.1원) 가격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의 우유가격이 높은 이유는 국내 낙농업이 보호 산업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국내 원유 가격은 '원유가격위원회'가 결정한다. 우유 생산 농가와 유업체, 정부가 협의해 원유 기본가격을 정하면 유통업체는 그 이하로 판매할 수 없다.


달걀 역시 정부의 '산란계 마릿수 조절' 정책으로 공급이 관리된다. 덕분에 가격 변동성은 줄어들지만, 국제 시장보다 높은 수준이 고착화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여기에 제빵업계의 높은 인건비도 빵값 상승의 원인이다. 제빵업계 인건비는 전체 원가의 28.7%를 차지해 식품 제조업 평균(8.1%)의 3배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빵은 단순히 밀가루만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버터, 달걀, 우유 등 원가가 높은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며 "높은 인건비와 복잡한 유통 구조까지 겹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다이 기자 neverdie@bizwatch.co.kr

2025.09.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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