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그린 133兆짜리 '빅픽처'

[비즈]by 비즈니스워치

"이제는 비메모리!" 2030년 1위 목표

메모리 편중 줄이고 산업생태계 강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빅픽처'를 내놨다. 반도체 사업을 결정한 이병철 선대회장과 삼성전자를 전세계 메모리 1위업체로 키운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한국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1위 국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비메모리 투자 확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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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4일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반도체 큰 그림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가전 등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쓴 돈은 총 48조원. 비록 투자기간은 다르지만 삼성전자는 그 3배에 이르는 133조원을 시스템 반도체 한 곳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전세계 메모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메모리 공룡이지만 비메모리 시장의 점유율은 4% 정도에 불과한 기형적인 사업모델을 더는 놔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연초부터 수원과 기흥사업장을 돌며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시스템반도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열리면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의 메모리보다 연산·제어·변환 등을 담당하는 비메모리 수요가 더 빠르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비메모리는 메모리 분야에 비해 더 큰 시장을 형성해왔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4545억달러(약 518조원)로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1355억달러로 전체의 30% 수준이다. 나머지 70%가 비메모리 몫이다.

삼성과 인텔의 차이…진폭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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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건설중인 화성캠퍼스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라인.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한다./사진=삼성전자 제공

비메모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메모리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 국내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으로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메모리에 집중해 성과를 냈다. 하지만 메모리는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과잉과 잦은 불황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는 이같은 사이클을 견디지 못해 끝내 파산한 사례에 속한다.


메모리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각 체제로 재편된 지금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메모리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크다.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와 비메모리 1위인 인텔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은 24.9% 급감했지만 인텔은 2.3% 줄어드는데 그쳤다.


더욱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 같은 메모리 편중이 삼성전자 한곳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00억달러의 수출 기록을 세웠다. 국내 전체 수출액의 15%를 삼성전자 한 곳이 담당했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이 흔들리면 국내 수출도 먹구름이 짙게 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수출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메모리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생긴 문제로 볼 수 있다.

각 분야 협력 추진…1차 목표는 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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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최근 미래 자동차, 바이오와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를 3대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한 것도 메모리 편중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비메모리는 소수의 대기업이 과점하는 메모리와 달리 수많은 중소기업이 뛰어들 수 있어 전체 산업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이날 삼성전자가 133조원 투자계획과 함께 중소 팹리스 업체에 설계자산(IP) 공유, 위탁생산 기준 완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확대운영 방안을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비메모리 종류만 수천개에 달해 설계·판매·제조 등 각 분야의 협력 없이 삼성전자 혼자선 승산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메모리에서 1위를 하려면 쟁쟁한 경쟁자를 상대해야 한다. 현재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인텔과 퀄컴, 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 이미지센서는 일본 소니, 차량용 반도체는 NXP, 파운드리는 TSMC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TSMC를 공략할 전망이다. 최근 TSMC와 비슷한 시기에 5나노 기반의 생산공정을 개발했다. 이달 안에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를 적용한 7나노 제품을 내놓고 올해 하반기에는 6나노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학선 기자 naemal@bizwatch.co.kr

2019.04.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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