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오 오즈'와 '야쿠르트'의 슬픈 공통점

[비즈]by 비즈니스워치

동서식품 '오레오 오즈'…라이선스 탓에 수출 불가

'야쿠르트'도 독소조항에 '발목'…자체 개발 박차


마트 진열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서식품의 시리얼 '오레오 오즈'는 한국에서 공부한 미국인 유학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꼭 사가는 아이템이다. 미국인들에게는 추억의 먹을거리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오레오 오즈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수출할 수 없다. 해외 진출을 막고 있는 복잡한 법적 문제 탓이다.

오레오 오즈, 얽히고 설킨 '콜라보'

동서식품이 오레오 오즈를 수출하지 못하는 것은 동서식품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오레오 오즈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해외기업과의 기술제휴와 상표권 합작 등을 통해 개발된 제품이다. 따라서 해외업체와의 법적인 문제가 복잡하다.


동서식품은 지난 1970년에 ㈜동서와 미국 제너럴 푸즈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출자해 세운 합작사다. 1985년 미국 크래프트 푸즈가 제너럴 푸즈를 인수하면서 동서식품의 지분도 그대로 받아 갔다.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5대 5 합작사다.


오레오 오즈는 오레오 쿠키를 본뜬 도넛형 시리얼에 작은 원통 모양의 마시멜로 덩어리가 들어 있는 시리얼이다. 미국 크래프트 푸즈의 산하의 포스트에서 1998년 최초로 출시했다. 한국에서는 동서식품이 2003년 8월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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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7년 크래프트 푸즈는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포스트를 랄코프 홀딩스에 매각한다. 오레오 오즈는 크래프트 푸즈의 오레오 쿠키와 포스트의 시리얼이 만난 제품이다 보니 두 회사의 결별에 따라 오레오 오즈도 자연스럽게 단종됐다.


오레오 오즈는 당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제품이었다. 단종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동서식품에게는 기회가 됐다. 동서식품은 크래프트와 포스트 양쪽 모두와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침 랄코프 홀딩스가 동서식품과 포스트의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동서식품은 기회를 잡았다.


그 결과 동서식품만이 유일하게 오레오 오즈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됐다. 안타까운 것은 오레오 오즈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더라도 이들 업체간 복잡하게 꼬여버린 라이선스 탓에 정식 수출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 500g 한 상자에 7000원 수준인 오레오 오즈는 미국에서 한국 직수입 제품으로 한 상자에 2만~3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비싸더라도 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한다는 상품평이 많을 정도다.

커피믹스 원조 '맥심'…수출은 불가

동서식품의 히트 상품인 '맥심 커피믹스'도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발칙한 한국인'과 '대한민국 사용후기'를 쓴 문화비평가 스콧 버거슨은 저서 '맥시멈 코리아'에서 "맥심 모카골드의 맛이 파리 유명 카페에서 맛보는 커피맛과 당당히 어깨를 겨룬다"고 적었을 정도로 극찬했다. 하지만 이 제품도 수출 불가 상품이다.


커피믹스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식품이 한 잔씩 타 먹을 수 있게 만든 커피믹스 제품을 선보인 것은 지난 1976년이다. 앞서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시절 커피와 연유 등을 함께 섞어 깡통에 담은 커피믹스가 보급된 적이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출시는 동서식품이 처음이다. 전쟁 보급품으로 나온 커피믹스는 맛이 끔찍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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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맥심 커피믹스는 오레오 오즈와 비슷한 이유로 수출길이 막혀있는 제품이다. 이유는 역시 크래프트 푸즈 때문이다. '맥심'은 크래프트 푸즈가 라이선스를 가진 브랜드다. 동서식품은 설탕과 크림이 들어간 커피믹스 제품을 개발하기 전, 일반원두로만 만들어진 인스턴트커피를 팔 때부터 맥심 브랜드를 사용했다. 이후 개발된 커피믹스 제품에도 마찬가지다. 동서식품은 지난해에만 273억 원을 해외에 라이선스 사용료로 지출했다.


문제는 크래프트 푸즈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는 직접 진출해 커피믹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맥심의 하위 브랜드인 맥스웰하우스가 크래프트 푸즈의 커피믹스 제품 수출용 브랜드다. 당연히 크래프트 푸즈가 맥심 커피믹스의 해외 진출을 허락해 줄 리 없다.


100 스틱이 들어 있는 맥심 오리지날 커피믹스 한 상자는 국내에서 1만 원대에서 살 수 있지만 해외 쇼핑몰 등에서는 한국 직수입 제품이 한 상자에 2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경쟁사의 커피믹스 제품보다 비싸지만 인기순위 상위에서 빠지지 않는다. 오레오 오즈와 달리, 동서식품과 크래프트 푸즈 두 회사만 합의한다면 맥심 커피믹스 수출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다.

'한국 요거트 스무디'는 일본야쿠르트?

해외 진출이 막힌 제품은 또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다. 올해 초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라는 영화에서 '한국 요거트 스무디'로 소개되며 주목 받았다. 노란 색깔과 볼록 들어간 허리가 있는 특유의 병모양으로 야쿠르트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영화 개봉 이후 미국의 식료품 매장에서 매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진된 제품은 일본야쿠르트(株式会社 ヤクルト 本社) 제품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야쿠르트의 제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팔도의 자회사다. 지난 1971년 일본야쿠르트와 합작으로 설립됐다. 지분투자는 한국이 더 많이 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일본 야쿠르트가 주로 지원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합작 당시 일본 야쿠르트와 맺은 계약이다. 일본 야쿠르트는 합작 조건으로 일본 야쿠르트 기술이 반영된 제품으로는 해외 진출을 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넣었다. 이는 현재도 유효하다. 기술이전은 이미 완료됐고 관련 상표권도 남아있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야쿠르트는 동서식품과 달리 상표권이나 기술료 지출이 없다. 이 조항 한 줄이 야쿠르트가 바다를 건너는 길을 막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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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서 남자 주인공이 야쿠르트를 마시고 있는 장면. 당시 영화에 등장한 야쿠르트는 일본야쿠르트 제품이다. (사진=넷플릭스 캡쳐).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는 개인 직수입이라도 가능한 오레오 오즈와 달리 해외에서는 구입이 어렵다. 상하기 쉬운 발효유라서 바다를 건너는 시간동안 품질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 직접 공장을 만드는 것만이 해외에서 한국야쿠르트의 야쿠르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현 상횡에서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동서식품과는 달리 희망이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발효유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자체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개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원료 인증을 받았다. 김치에서 추출한 '락토바실러스 복합물'이 원료다.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 발효유라면 얼마든지 수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국 야쿠르트는 2002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7년동안 3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장은 "그동안 4500여 개 균주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을 발굴했다"며 "이제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bizwatch.co.kr

2020.09.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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