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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디지털 발자취' 못 남긴 나,
버스 못 타는 날 온다

by비즈니스워치

[디지털, 따뜻하게] 

세계은행 '디지털 혜택' 편중 심화 지적 

당연한 수혜 커녕 정보사회 소외 가능성 

비즈니스워치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사고 커피를 주문하는 세상은 참 편리하죠. 하지만 기술의 진화 속도는 노화하는 우리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릅니다. 지금은 쉬운 기술이 나중에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살 때 쌓이는 정보는 빅데이터가 되어 서비스에 반영되고 궁극적으로는 법·제도 개선까지도 이어지지만, 현금으로 커피를 사는 사람의 정보·의견은 외면됩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디지털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는 [디지털, 따뜻하게]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디지털을 잘 활용하지 못 한다는 것, 그동안은 불편함을 견디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모바일 뱅킹을 하지 못하면 직접 은행 창구를 찾아가면 되고 인터넷으로 KTX 표를 예매하지 못하면 서울역에서 표를 구하면 됩니다.


하지만 디지털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면서 이로부터 소외되는 사람들은 '불편'을 넘어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있습니다.


디지털의 편리한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죠. 디지털 활용에 능숙한 사람은 기대 이상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누려야 하는 혜택에서 비켜날 수 있으며 오히려 소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혜택,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사회

세계은행은 지난 2016년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배당(Digital Dividends)'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습니다. 디지털 배당이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광범위한 혜택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격차(디지털 기술 확산에 따른 계층간, 연령층간, 국가간 정보의 접근과 이용의 불평등)가 기술의 진화로 인해 나타나는 폐단 등 부정적 영향에 방점을 둔 의미라면 디지털 배당은 이와 반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주목한 것이죠.


다만 디지털 발전에 따른 풍성한 과실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은 확산됐지만 디지털 배당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디지털이 빠른 속도로 보급된 것에 비해 혜택을 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이 편중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지위가 높거나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고학력 집단 등이 디지털 수혜를 듬뿍 누리고 있다는 것이죠. 이미 사회적 지위가 높고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에 편중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이 새로운 기술 활용에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빅데이터와 첨단 금융공학을 접목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같은 핀테크 기술은 누구나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아직 고액 투자자나 기관 및 기업의 전유물입니다. 이용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엄두를 낼 수 없죠.


세계은행은 "디지털 기술은 개인의 성공 스토리는 만들어냈지만 글로벌 생산성, 빈곤층과 증산층을 위한 기회 확대, 책임있는 지배구조 확산 등은 지금까지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이익 대부분이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은행은 디지털 수혜가 어느 한곳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정부나 공공기관의 세심한 정책이 따라줘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세계은행은 "디지털 투자를 오프라인에서 아날로그적 장치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법규를 강화하고 근로자들이 새로운 경제의 요구사항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시행하며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기술과 디지털은 기업과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더욱 높여주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노하우가 부족할 때는 생산성과 부가가치 창출에서 뒤쳐지게 됩니다.


디지털 의존도가 낮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죠. 디지털의 정보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디지털 정보 격차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를 넘어서 실생활에서의 손해나 피해로 이어지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 교수는 "소득이 없고 경제적으로 더 어려움에 처한 고령층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물질적 피해로 갈 수 있어 단순히 감내하고 인내하면 되는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IT가 생활에 차지하는 지배력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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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LG전자에서 출시하는 폴더폰 ‘LG 폴더2’에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 ‘누구’를 탑재했다. [사진=SK텔레콤]

데이터로 돌아가는 세상, 제외되는 사람들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에서 디지털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입니다.


기업이나 기관, 정부는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서비스 취향 등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거나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디지털을 활용하고 데이터로 기록을 남긴다고 가정을 했을 때만 모두에게 데이터 분석을 통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죠.


모바일 뱅킹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에 대한 행동 패턴과 니즈는 기록이 되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자기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은 인지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데이터로 기록을 남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위원은 "정보를 잘 활용하는 계층은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되고 정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계층은 그들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데이터로 모든 것이 결정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한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황 위원은 "향후 대중교통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수요를 분석해 버스 노선을 변경하게 될 것이다"라면서 "취약 계층의 데이터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고 노선 결정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대중교통 서비스에서도 소외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심야버스인 '올빼미버스'는 휴대폰 사용 데이터와 심야택시 승하차 데이터를 분석해 노선을 선정했습니다.


심야시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시간과 다르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데이터가 더 많은 것을 결정하는 사회가 오면 데이터 발자취를 남기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워치] 이유미 기자 youme@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