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윤영준 '현장형CEO' 임명…
플랜트‧주택 등 전문성 강조 시평 빅2 실적은 부진…
실적개선·신사업 개척 주력할듯
대형 건설사들이 새 얼굴로 수장을 교체하며 변화와 쇄신에 나선다. 그 중심에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자리한다.
이들 건설사는 '관리형 CEO'를 통해 조직 안정에 주력했다면 이번 인사에선 플랜트와 주택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현장형 CEO'로 수장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새로 조직을 이끌 수장들은 건설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신사업 개척을 위한 변화와 혁신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조직 안정→전문성 강화, 관리형→현장형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 몇 년간 그룹 내 재무전문가를 주로 사장으로 앉히며 조직 안정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선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새 인물을 선택한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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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최치훈 사장(현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2018년부터 이영호 사장이 건설부문을 이끌어왔다. 이영호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와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삼성물산 CFO 등을 경험한 그룹 내 재무통으로 꼽힌다.
반면 오세철 삼성물산 신임 사장은 플랜트 등 현장 전문가로 통한다. 서울대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198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 사업장을 경험했고 글로벌조달센터장(전무)과 플랜트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 한 관계자는 "합병 이후 최치훈 전 사장, 이영호 사장 등 관리형 CEO가 주로 이끌었는데 기술직 CEO를 임명했다는 것은 전문성을 강조하고 업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이끌었던 박동욱 사장도 내부 살림을 도맡았다. 박동욱 사장은 옛 현대그룹 시절인 1988년 현대건설로 입사, 1999년 당시 계열사였던 현대차 재경사업부장을 맡았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2011년 4월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으로 복귀해 1년 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사장 승진 이후에는 어려운 대내외 경영상황을 맞아 내실다지기에 집중했다.
1년 뒤인 2019년 초에는 정진행 전 현대차 사장이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수주 등 대외활동에 힘을 보탰다. 주춤했던 해외 수주에 주력하는 등 그룹 내 주요 인사들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이들을 대신할 현대건설 윤영준 신임 사장은 주택 부분 현장 전문가로 꼽힌다. 1987년 현대건설 입사 후 인사총괄팀장과 외주관리팀장, 국내현장 관리팀장을 거쳐 재경본부 공사지원사업부장과 주택사업본부장 등도 경험했다.
최근까지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아 현대건설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디 에이치' 등의 고급화를 이끌었고, 올 상반기 서울 정비사업 중 최대 규모였던 한남3구역을 수주하며 눈에 띄는 성과도 만들었다.
실적부진 뚫고 변화 선봉장될까?
이처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을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그룹내 세대교체 흐름과 함께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두 회사 모두 시평 1,2위를 다투지만 실적에선 후순위로 밀려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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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경우 올 초부터 서울 재건축 사업 수주에 5년 만에 복귀, 경쟁사를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지만 실적 등 성과 부문은 부진하다. 올 들어 삼성물산 건설부문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5.4% 감소한 3960억원에 그쳤다.
특히 수주는 시평 1위답지 않게 부진하다. 3분기 누적 기준 6조5380억원 규모로 올해 목표치 대비 58.9%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의 경우 수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초 파나마 메트로3호선 공사와 한남3구역 재개발 등 지금까지 21조8921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하며 목표치의 87.2%를 달성한 상태다. 워낙 규모가 커 경쟁사와의 비교가 무색하다.
하지만 영업이익 등 수익성은 악화했다. 올 들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5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3.4%나 쪼그라들었다. 3분기에는 증권가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등 올 들어 매 분기 감소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업계 맏형답지 못한 수치다.
실적 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건설업계 자체에서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 수주는 여전히 코로나 불확실성에 휩싸여있고, 내년 국내 건설수주도 올해보다 6.1% 감소한 164조1000억원에 그칠 것이란 전망(건설산업연구원)이 나왔다.
오세철, 윤영준 신임 사장 입장에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의 실적 개선 뿐 아니라 대내외 경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확장 등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는 디지털 혁명을 앞당기고 신재생에너지 등을 확대할 예정이라 건설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려면 새로운 혁신 역량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현금을 확보한 대형 건설사들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유동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 노명현 기자 kidman04@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