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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비즈人워치]

아모레, 화장품을 종이 용기 담는 이유

by비즈니스워치

흡습‧통기성 등 화장품에 부적합한 종이 용기 결국 '개발 성공' 

"환경과 미래 세대 위해 높은 단가와 사용상 불편함 등 감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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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미래기술랩팀 부장이 최근 개발한 친환경 화장품 종이 포장을 들고 있다.

거북이의 코에 박힌 빨대 하나가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한 생물학자가 2015년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시작이었다. 이 영상에는 코에 박힌 긴 빨대를 조금씩 빼낼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피를 흘리는 바다거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빨대와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카페들은 하나 둘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배달음식 수요가 늘면서 플라스틱 사용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용 친환경 종이 용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종이컵에 액체류가 담기면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가 흐물흐물해진다. 종이는 유‧수분이 있는 화장품을 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어떻게 종이 용기에 수개월간 사용하는 화장품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일까? 정해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미래기술랩팀 부장을 만나 친환경 화장품 종이 용기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화장품 용기용 종이 포장재 개발

아모레퍼시픽이 친환경 종이 포장재 연구에 본격 돌입한 건 2년 전부터다. 바다거북 빨대 사건의 여파로 글로벌 화장품기업들도 2~3년 전부터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친환경 용기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이를 계기로 종이 포장재 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나 화장품을 담기에 종이는 적합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래 선행기술 사업부문 중 포장재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정 부장은 “포장재의 가장 큰 목적은 고객들이 기한 내에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용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종이는 통기성이 좋고 젖는 특성 때문에 물이나 오일류 포장재로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품 산업에서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건 ‘역설’이라고 빗대면서 모순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꼽았다.


정 부장은 “다행히 협력사들의 도움을 통해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나노박막* 차단 기술을 접목해 국내 최초로 장기간 유통할 수 있는 종이 용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노박막: 나노기술을 접목해 입자 크기가 1~100나노미터(nm)인 입자형태의 재료 중 하나.

이어 “이 기술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용기 대비 70%가량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기체가 통하지 않는 성질인 기밀성을 높여 최대 3년간 안전하게 화장품 보관,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스킨이나 토너 같은 액체류 보다는 점도가 있는 크림 제형에 적합하다. 이에 친환경 화장품 종이 용기의 첫 타자는 아모레퍼시픽 내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의 선크림이 담길 예정이다. 이 제품은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친환경 종이 용기, 단가 높아…마진율 축소 감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기업과 고객 입장에서 보면 단점이 더 많다. 친환경 제품은 플라스틱에 비해 원가도 높고 사용상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 부장은 이산화탄소(CO₂) 발생과 환경오염 문제를 낳는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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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원 부장이 친환경 화장품 종이튜브의 압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그는 “친환경 종이 용기는 단가가 20% 더 비싸고 예쁘지도 않다”며 “그럼에도 미래 세대를 위해 기업과 고객이 함께 플라스틱을 조금씩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화장품 종이 용기가 적용되는 프리메라의 선크림도 용기 단가가 20%더 높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제품 가격은 유지하고 마진율을 줄이기로 했다. 친환경 용기 사용은 수익성 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페트병 같은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는데 450년이 소요된다. 반면 우유갑처럼 플라스틱 필름이 코팅된 종이류는 5년 정도가 걸린다. 정 부장에 따르면 여러 포장재 데이터로 추측했을 때 친환경 화장품 종이 용기는 자연 분해되는데 1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어렵지만 미래 세대 위한 투자이자 소명"

사실 친환경 화장품 용기로 바꾸기 위한 아모레퍼시픽의 노력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포장재 인쇄에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줄인 용기들도 다수 개발한 바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광교 매장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공용기를 가져가면 세척, 살균 과정을 거쳐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다. 비용도 본품의 50%로 저렴하다.


정 부장은 “환경도 지키고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밖에도 화장품 공병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거나 포장 단상자에 제주 감귤껍질이나 녹차를 펄프에 섞는 등 친환경 요소를 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요즘 주목받고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리사이클 수지, 바이오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한 친환경 용기 연구개발도 한창이다.


인터뷰 내내 정 부장은 친환경 용기 연구개발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친환경 용기에 대한 의지가 아모레퍼시픽의 창립정신에서 나왔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창립정신은 '아름다움과 건강으로 인류에 공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친환경 지속가능 패키지는 단순히 사회적인 분위기를 떠나 어렵더라도 꼭 가야할 길”이라며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어려운 길임에도 가야 하는 건 미래 세대와 환경을 위한 투자이자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워치] 권미란 기자 rani19@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