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윈도우10S를 내놨을까

[테크]by 바이라인 네트워크

지난 5월3일 간밤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이 발표를 한 마디로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형태의 윈도우와 이를 반영한 제품들을 발표했습니다. ‘윈도우10S’, 그리고 ‘서피스 랩톱’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윈도우가 또 등장했습니다. 윈도우10S입니다. 이 윈도우는 묘합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앱,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앱 장터인 윈도우 스토어에서 내려 받은 앱만 쓸 수 있는 윈도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윈도우10S를 내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 랩톱과 함께 윈도우10S를 발표했습니다. 교육용 윈도우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꼭 학교에서만 쓰라는 건 아닙니다.

“윈도우 스토어와 엣지 브라우저를 쓰세요”

PC에 관심이 조금 있으시다면 이 부분에서 “앗!” 소리를 내셨을 지 모르겠습니다. 네, 저도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차게 꺼내 놓았던 ‘윈도우 RT’와 이를 이용한 ‘서피스’가 떠올랐습니다. 윈도우RT는 기존 exe 형태의 응용 프로그램 대신 윈도우의 새로운 프레임워크에서 돌아가는 윈도우 스토어 앱만 띄울 수 있었습니다. 앱을 골라내려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인텔의 x86 프로세서 대신 ARM 기반 칩이 들어갔기 때문에 기존 앱을 제대로 돌리기 어려웠던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윈도우 스토어는 그리 활발하게 성장하지 못했고, 서피스와 윈도우RT는 그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흑역사 중 하나로 꼽히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나 봅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윈도우10S입니다. 이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결정체입니다.

 

일단 이 윈도우를 쓴 기기는 189달러부터 시장에 나옵니다. 20만원 남짓한 돈인데, 하드웨어를 이 값에 팔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윈도우에 대한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라이선스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기존의 8인치 이하 기기에 대해 윈도우와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라이선스 정책을 일부 확장하는 개념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겁니다.

 

대신 프로세서로 제품을 가르지 않습니다. 기기들은 모두 x86 기반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이 기기에 깔린 윈도우10S는 언제든 추가 비용을 내면 ‘윈도우10 프로’로 업데이트됩니다. 앱을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라낸 것이지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윈도우10S를 내

서피스 랩톱은 4가지 색으로 나옵니다. 프로세서도 코어i5부터 i7까지 쓰입니다.

이는 굉장히 파격적인 결정입니다. 윈도우10에 대한 경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가지 제한을 둔 것입니다. 제한은 윈도우 데스크톱 대신 윈도우 스토어 앱 실행, 그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대신 엣지 브라우저입니다. MS가 윈도우 환경에서 가장 바꾸고 싶어하는 앱 유통 플랫폼과 표준 웹 브라우저의 전환을 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윈도우에 이 정책이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윈도우10은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또 하나의 윈도우10과 또 하나의 라이선스 정책이 생긴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교육 시장

마이크로소프트가 노리는 시장은 바로 교육 시장입니다. 윈도우10S는 아주 오묘한 제품인데, 되짚어 보면 교육 시장에 딱 적합합니다. 라이선스 비용을 줄여 기기 값을 낮추고, 여기에 오피스365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그룹 협업 도구인 ‘팀즈(Teams)’나 코딩 도구인 ‘마인크래프트 에듀케이션 코드 빌더’ 등의 소프트웨어도 더해집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앱은 모두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의 앱은 윈도우 스토어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다른 앱 설치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앱 제한은 무엇보다 보안 문제를 일으키는 비표준 웹과 인증 받지 않은 앱 두 가지 요인을 제거하는 요소가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에 따르면 속도도 빠르다고 합니다. 보안, 가격, 속도가 해결되면 학교로서는 골칫거리들을 한번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USB 메모리로 액티브 디렉토리처럼 여러 대의 컴퓨터들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도 함께 제공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윈도우10S를 내

윈도우10S에는 오피스365와 팀즈, 그리고 코딩 교육을 위한 마인크래프트가 함께 제공됩니다.

애초 마이크로소프트가 교육용 윈도우10을 새로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은 무성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교육 시장에 아주 적극적이지만 묘하게도 교실 현장에서는 크롬북과 아이패드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도 크롬북에 대응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지요. 어떻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판 크롬북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라이선스 정책으로 바꿔서 풀어버렸습니다. 삼성전자나 에이서, 델, HP, 도시바 등이 189달러부터 제품을 쏟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지요.

 

물론 이 윈도우10S가 꼭 교육 시장에만 쓰라는 법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바라보는 윈도우의 방향성이기도 하지요.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이번에 함께 발표된 ‘서피스 랩톱’입니다. 이 제품은 윈도우10S를 운영체제로 쓰면서 인텔의 코어i5부터 코어i7까지 고성능 프로세서를 품었습니다. 값도 9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교를 위한 저가 제품에만 윈도우10S를 쓰지는 않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늘 똑같이 윈도우를 쓰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보는 윈도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하나하나 밝히지는 않기 때문에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 회사가 더 이상 윈도우 그 자체를 수익 모델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읽을 수 있습니다. 대신 표준과 플랫폼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노리는 것이 점점 더 또렷해집니다. 윈도우의 진짜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인 셈이지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왜 윈도우10S를 내

증강 현실과 관련된 개발 도구들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MS가 바라보는 컴퓨팅도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BY 최호섭

2017.05.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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