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향한 집념의 결정체 '기네스북' TMI
최근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 8' 촬영 중 '기네스북' 신기록을 수립하며 화제를 모았다. 1955년 처음 발간된 이후 현재까지 6만 건이 훌쩍 넘는 기록이 등재된 '기네스북', 이 책에는 그 명성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기네스'와 '기네스북', 어떤 관계일까?
![]() '기네스북'을 집필한 노리스 맥휘터. ⓒalamy |
'기네스북'은 1950년대 초 기네스 양조장 전무이사였던 휴 비버 경의 새 사냥 경험에서 시작됐다. 당시 새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그는 동행인들과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가 무엇인지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어떤 책에서도 참고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휴 비버 경은 이런 논쟁이 매일 밤 영국의 술집에서 벌어질 것이라 생각했고, 다양한 기록을 모아둔 책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스포츠 기자 출신의 기록광인 로스 맥휘터와 노리스 맥휘터 형제에게 집필을 의뢰해 1955년 '기네스북(The Guinness Book of Records)'을 발간했고, 기네스 맥주 홍보를 위해 술집에 무료로 배포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네스북'의 출발점이었던 ‘가장 빠른 새’에 대한 기록은 이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깨질 수 있는 기록'이어야 등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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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 위원회에서는 기록 등록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증거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고 있을 뿐 아니라, 심사위원을 파견해 기록 등록을 위한 심사를 진행한다. 이들은 신기록 등록을 위한 규칙으로 ‘측정과 검증, 그리고 표준화’를 제시한다. 누구나 기록 보유자가 될 수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의 보유자’와 같이 주관적 변수에 기반한 지원서는 접수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부분은 접수하려는 기록이 ‘깨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록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전문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경신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접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네스북 위원회의 설명이다.
기록만 181개, '기네스북'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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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도 갖기 어려운 '기네스북' 기록을 181개나 보유한 남성이 있다. 바로 미국 아이다호주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연설가인 데이비드 러시다. 그는 2015년 6분 34초간 눈을 가리고 저글링에 성공해 '기네스북'에 처음 등재된 뒤 ‘종이 비행기 빨리 접어 날리기’(5.12초), ‘라임 주스 1L 빨리 마시기’(13.99초), ‘1분 동안 입안에 마시멜로 많이 넣기’(58개) 등 기상천외한 기록을 세워왔다.
지난해 8월에는 기네스북 위원회 본사를 방문해 ‘30초 동안 야구공 125회 터치하기’, ‘1분 안에 3개의 공으로 49개의 저글링 트릭 선보이기’를 포함해 하루에만 15개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의 181번째 '기네스북' 등재 기록은 ‘30초 만에 레코드판 55장 깨기’다.
Info. 가장 자주 깨지는 기록은?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면, 가장 자주 깨지는 기록에 주목할 것. 기네스북 위원회는 라디오 DJ가 장시간 음악을 트는 ‘DJ 마라톤’, ‘접착제를 붙여 들어 올린 가장 무거운 물건’, 그리고 ‘물에 띄운 사과를 1분 안에 입으로 가장 많이 건져내기’ 같은 기록이 가장 자주 깨진다고 밝혔다. 또 세계 최고령자 기록 역시 자주 경신된다. '기네스북'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997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으로, 122년 164일 동안 생존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인물 가운데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자는 영국인 에설 캐터햄으로, 올해로 115세가 되었다.
모든 기록이 환영받는 건 아니야
![]() 2013년 필리핀에서 1만5185개의 풍등을 하늘에 띄워 '기네스북'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환경오염 우려로 이 부문은 '기네스북' 기록에서 제외되었다. ⓒalamy |
70년 역사 동안 폐지된 경쟁 부문도 적지 않다. 기네스북 위원회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 환경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폭력, 차별, 혐오 등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기록은 폐지했다.
특히 '기네스북'은 식품 소비와 관련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만약 많은 사람과 함께 대량의 음식을 소비하거나 만들 경우 해당 식품이 현지의 식품 위생법을 준수해 준비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입증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기록 등재 시도 이후에는 준비한 음식을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나눠 주거나 기부해야 한다.
Episode. '기네스북'이 뭐기에! 4.2톤 볶음밥의 최후
2015년, 볶음밥으로 유명한 중국 양저우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볶음밥 만들기’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솥 하나로 4.2톤에 달하는 볶음밥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행사 직후 이 밥은 인근 양돈업체로 보내져 식량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주최 측은 “오염되기 쉬운 환경에서 볶음밥을 조리한 데다, 실외에 장시간 방치되어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라고 해명했지만 기네스북 위원회는 해당 기록을 취소했다.
기네스북 속 한국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
인천항 곡물 저장고
![]() ⓒshutterstock |
인천에는 2018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벽화가 있다. 바로 높이 48m, 길이 168m, 폭 31.5m 규모의 곡물 저장고에 그려진 초대형 벽화다. 1979년 건립된 이 곡물 저장고는 노후했을 뿐 아니라 투박한 외관으로 항만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미관을 개선하고, 곡물 저장고를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꾸기 위해 슈퍼 그래픽 사업으로 초대형 벽화를 제작했다. 벽화에는 소년이 유년 시절을 지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일대기가 담겼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권도 시범
2023 국기 태권도 한마음 대축제
![]() ⓒgettyimagesbank |
2023년 3월, 서울 광화문에서 태권도 국기 지정 5주년을 맞아 대규모 태권도 시연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총 1만2263명이 도복을 갖춰 입고 태극 1장 품새를 함께 시연해 '기네스북'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단체 시연에 참가한 이는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했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300여 명도 동참했다. 이날 세운 기록은 2018년 4월에 개최된 행사에서 8212명이 태극 1장을 시연한 기존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한국 최초 '기네스북' 명예의 전당 등재
BTS
![]() ⓒalamy |
2021년 한국 보이 그룹 BTS가 '기네스북'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기네스북' 명예의 전당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상징적인 기록을 보유한 이들만이 등재된다. 기네스북 위원회는 “음악과 퍼포먼스로 전 세계와 소통해 온 BTS의 열정과 실력은 그들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에 충분한 이유”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BTS는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 된 그룹’, ‘유튜브 영상 프리미어(최초 공개) 최다 조회수’, ‘가장 많은 횟수의 평균 리트윗을 기록한 트위터 계정’, ‘인스타그램 최다 팔로워를 보유한 그룹’ 등 23개의 '기네스북'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의 새로운 기록
'기네스북'이 인정한 액션 장인
톰 크루즈
![]() ⓒ롯데엔터테인먼트 |
배우 톰 크루즈가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8' 촬영장에서 선보인 곡예 액션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는 영화 촬영 중 불이 붙은 낙하산에 의지해 뛰어내리는 고난도 연기를 대역 없이 16차례나 수행해 개인 최다 기록을 세웠다. 촬영 당시 낙하산은 공중에서 2.5초에서 3초 정도 탄 뒤 완전히 분해되었는데, 톰 크루즈는 액션을 더 가까이에서 촬영하기 위해 약 23kg에 달하는 카메라를 몸에 장착하고 뛰어내렸다.
34초로 음악 차트를 정복하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사운드트랙
![]() ⓒalamy |
지난 4월 개봉한 게임 원작 영화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전 세계 누적 수익 1조원을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한 가운데, 영화음악도 더불어 유명해졌다. 주인공 ‘스티브’가 용암으로 닭을 조리하면서 부르는 34초 길이의 노래 ‘Steve’s Lava Chicken’이 그것. 중독적인 멜로디가 화제를 모으며 숏폼 패러디 영상이 연이어 제작됐고, 급기야 빌보드 차트 ‘핫100’과 영국 싱글 차트에 진입하면서 ‘음악 차트에 오른 가장 짧은 노래’ 기록까지 새로 썼다.
축구계의 기록 제조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lamy |
지난 3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A매치 역사상 최다 승리를 거둔 선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종전 기록은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가 세운 131승으로 호날두는 2024년 11월 폴란드전에서 국가대표팀 통산 132번째 승리를 거두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호날두는 '기네스북' 기록을 꾸준히 갈아치워 ‘기록의 사나이’로 불린다. 2021년 A매치 111번째 골로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고, 2023년에는 세계 축구 최초로 ‘A매치 2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같은 해에는 1년 동안 2826억 원의 수입을 올려 ‘세계 스포츠 선수 중 최고 수입’으로 '기네스북' 신기록을 수립했다.
김보미 에디터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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