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익은 겨울왕국, 가을 삿포로

러브레터의 배경지, 세계적인 스키 여행지. 삿포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한다면, 단연 하얀 설경이다. 그러나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계획 여행을 지향하는 필자는, 비수기의 절정에 삿포로를 다녀왔다.

닛카 위스키 바, 스스키노 사거리에서

닛카 위스키 바, 스스키노 사거리에서

10월 하반기. 삿포로 항공권이 유독 저렴한 때다. 비수기인 탓이다. 삿포로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0월 초중순, 그리고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는 시기는 11월 초부터다. 단풍은 지고 눈은 아직 내리지 않은, 삿포로의 가장 애매한 시기가 10월 하반기인 셈이다.


비수기 여행이라고 단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저렴한 항공권, 한적한 관광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이다. 실제로 이번 삿포로 여행 항공권은 왕복 25만 원 내외였으며, 주요 관광지에서도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한적했다. 특히, 비에이와 같이 광활한 대자연을 렌터카를 타고 가로지르는 순간엔 한적한 비수기의 장점이 여실히 느껴졌다.


특히 운이 좋았던 것은, 올해 단풍이 물드는 시점이 다소 늦어져, 10월 말에도 단풍이 물든 자연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가 유독 더웠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이상기후에 감사하게 될 줄이야. 계절의 지각 덕분에 노랗게 무르익은 삿포로의 자연을 누렸다. 필자는 크게 삿포로 시내, 비에이, 오타루를 다녀왔다.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
삿포로

한적한 삿포로 시내

한적한 삿포로 시내

여행의 시작과 끝에 머무른 곳. 사실 눈 내리지 않은 삿포로 시내를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긴 어렵다. 그러나 여행지의 평범함은 곧 편안함으로 치환된다. 평범하면서도 낯익은 도심 풍경에 언어가 주는 이질감이 공존한다. 편안한 일상 속 묘한 긴장감을 더한 느낌이랄까.


특히, 비수기인 탓에 삿포로 시내에는 관광객보단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 몸을 싣거나, 스스키노 거리에서 회식하고 나오는 직장인들. 현지인이 누리는 삶의 물결에 잠시 발을 담그는 것도,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재미다.


삿포로 시내는 많은 곳을 방문하지 않고 발이 닿는 대로 무작정 배회했다. 그래도 삿포로에 방문하면 한 번쯤은 가봐야 할 스스키노 사거리, 그리고 숙소가 가까운 니조시장은 방문했다.

Travel Tip


날씨

10월 말 삿포로는 가을의 끝 무렵이자 겨울의 시작으로, 두 계절이 공존하는 탓에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다. 낮에는 10도 내외로 선선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1도에서 5도까지 떨어진다.


옷차림

삿포로 시내는 대체로 한국의 가을과 비슷한 기온이다. 두꺼운 패딩까지 챙길 필요는 없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어느 정도는 추위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삿포로 시내에 한해서는 평소 가을에 입는 복장에 경량 패딩 정도로도 괜찮다.


먹거리

수프 카레, 미소 라멘, 양고기구이 정도가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수프 카레는 한 번쯤 맛보길 권한다. 카레 자체도 괜찮지만, 함께 나오는 구운 채소가 일품이다. 구운 브로콜리는 무조건 추가하길. 삿포로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이 뭐냐고 물으면 구운 브로콜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니까.

스스키노

삿포로의 홍대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 대형 매장부터 이자카야와 유흥거리까지, 웬만한 유흥거리는 스스키노에 모여 있다. 삿포로 시내에서 저녁과 밤을 즐기려면 아무래도 스스키노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삿포로의 랜드마크 '닛카(Nikka) 위스키' 간판도 스스키노 사거리에서 볼 수 있다. 닛카 위스키 간판은 오사카의 ‘글리코상’처럼 삿포로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인증사진을 남기는 곳이다. 스스키노 사거리 닛카 위스키 바 기준 대각선에서 간판 사진을 찍고자 관광객이 모여 있다.

니조시장

니조시장 입구

니조시장 입구

날 것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탓에 필자에겐 단순히 관광지 정도로 그친 곳. 그럼에도 삿포로에 여행 갔다면 한 번쯤은 가보길 권한다.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카이센동이 니조시장의 핵심이다. 필자처럼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면 임연수 구이인 ‘홋케’구이를 먹는 걸 추천한다. 카이센동은 4800엔 정도, 홋케구이는 1000엔을 조금 넘는 정도다.

Editor’s Pick
킷사 킹5

킷사 킹5 내부

킷사 킹5 내부

사이폰 커피와 크림, 설탕이 같이 나온다. 충분히 부드러우면서 산미가 없고 고소하다.

사이폰 커피와 크림, 설탕이 같이 나온다. 충분히 부드러우면서 산미가 없고 고소하다.

일본에 방문하면 어쩐 지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는 모두 들어가고 싶다. 니조시장 근처를 아무 계획 없이 걷다가 발견한 카페. 번역기로 서툴게 시도한 사장님과의 대화에 의하면, 40년간 한 자리에서 운영한 카페라고. 카페 내부에는 고장 난 마작 기계가 있는 등,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이폰 커피를 내려주는데, 일본에서 맛본 커피 중 단연 일등으로 꼽을 만하다. 일본에서 맛본 커피는 대체로 맛이 진했다. 그 때문에 평소 라떼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일본에서 커피를 마실 땐 크림과 설탕을 넣어 마시곤 했는데, 이곳 커피는 부드러워서 그 자체로 마시기에 적절했다.

캐나다를 연상케 하는 광활한 자연
비에이

흰 수염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다리 위. 멀리 보이는 설산 또한 절경이다

흰 수염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다리 위. 멀리 보이는 설산 또한 절경이다

여행하는 내내 "여기는 캐나다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일본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광활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다. 워낙에 넓고 자연이 보존된 탓에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건 한계가 있다. 비에이를 여행은 웬만하면 렌터카를 추천한다. 광활한 자연을 달리는 경험도 즐겁고, 관광지마다 소소하게 방문하려면 아무래도 렌터카가 버스 투어보단 유리하다. 우핸들 좌측통행이라는 스릴 넘치는 운전 경험은 덤이다.

Travel Tip


날씨

내륙 산간 지역에 가까운 탓에 삿포로 시내에 비하면 5~10도 정도 낮다. 일교차도 매우 큰 편이라서 아침저녁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옷차림

방한 내의와 함께 두꺼운 옷을 입는 것이 좋고, 외투는 패딩을 입어도 과하지 않다. 모자와 장갑 등 방한용품을 챙기는 것도 좋다.

청의 호수, 흰 수염 폭포

청의 호수

청의 호수

흰 수염 폭포

흰 수염 폭포

말 그대로 파란 호수. 정말 새파랗다. 자연적인 물 색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나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된다. 상류 온천에서 흘러나온 성분 탓에 파란색을 띠는 거라고. 필자가 방문했을 땐 단풍이 물든 자연에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붉은 자연과 파란 호수의 대비가 경이로웠다.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관광객은 많은 편.


차로 5~10분 정도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또 다른 유명 관광지 ‘흰 수염 폭포’를 볼 수 있다. 청의 호수와 같은 빛깔로 떨어지는 폭포로, 그야말로 절경이다.

크리스마스 나무

크리스마스 나무

크리스마스 나무

언덕에 홀로 서 있는 나무로, 구글 지도에 검색될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다. 관광지로서 공간이 잘 갖춰진 곳은 아니다. 네비게이션을 찍고 가다 보면 갑자기 공터 같은 곳에 도착하게 되는데, 근처 길목에 차를 주차하고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눈이 많이 오면 꽤나 절경인 모양인데, 필자가 갔을 땐 눈이 오지 않아 꽤나 쓸쓸한 모습이었다.

후라노 치즈 공방

후라노 치즈 공방

후라노 치즈 공방

비에이 시내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관광지. 홋카이도가 목축업이 유명해서인지, ‘치즈를 만드는 곳도 관광지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치즈와 관련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러 가지 치즈와 우유, 아이스크림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구매한 우유를 맛보면 ‘홋카이도 우유 차원이 달라 병’에 걸리게 된다.

Editor’s Pick
쿠마게라

쿠마게라 전경

쿠마게라 전경

와규 로스트비프 덮밥

와규 로스트비프 덮밥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은 필자에게, 비에이역 인포메이션에서 추천해 준 식당.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식당이었다. 와규 로스트비프 덮밥이 시그니처 메뉴라며 추천해 줬다. 밥 위에 얹은 와규는 표면만 살짝 익힌 것으로, ‘와규 회’라고 봐도 될 정도로 날것이다. 덕분에 육질은 입에서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럽다.

낭만 가득한 항구도시
오타루

오타루 운하

오타루 운하

삿포로부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덕에 삿포로 여행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관광지.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눈도 정말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필자가 갔을 땐 비가 아주 많이 내렸다. 눈이 많이 온다는 건 그만큼 비도 많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 못 했다.

Travel Tip


기온

항구 도시 특성상 바닷바람이 매우 강하고 날씨가 변덕스럽다. 평균 10도 안팎으로 기온 자체가 낮진 않지만, 삿포로 시내에 비하면 쌀쌀한 편.


옷차림

패딩까진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챙겨 입는 것이 좋다. 맑은 날씨라도 작은 우산은 필수다.


이동

기차를 타고 오타루에 간다면 ‘오른쪽 창가 지정 좌석’을 구매하자. 그래야 가는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만큼 예약 경쟁은 치열한 편.

오타루 운하

항구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 19세기 말~20세기 초, 홋카이도 무역의 중심지였던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시 화물을 보관하던 석조 창고를 현재는 레스토랑이나 상점으로 개조해 빈티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어딘지 이국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덕에 관광객이 즐비한 곳이다. 운하변을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유럽에 와 있는 기분이다.

오르골당

오르골당 전경

오르골당 전경

오르골당 내부

오르골당 내부

오타루 운하와 마찬가지로 여행지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곳. ‘혼자 가는 마당에 무슨 오르골이야’라며 들어가기 전부터 조금은 무시했는데, 막상 들어가니 아기자기하게 볼 것이 많아 꽤 오래 머물렀다. 다만 가격이 그리 저렴하진 않으니 넋 놓고 여러 가지 오르골을 집어 들었다간 지갑이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Editor’s Pick
카히사칸 커피

카히사칸 커피 내부

카히사칸 커피 내부

커피 젤리. 아래 검은색은 정말로 젤리다.

커피 젤리. 아래 검은색은 정말로 젤리다.

오타루 운하에서 오르골당으로 이어지는 '사카이마치도리’는 홋카이도의 유명 디저트 브랜드가 총집합한 거리다. 빈티지한 비주얼의 거리를 걷다 커피 향에 홀려 무심코 카페에 들어섰다. 꽤 유명한 카페라는 것은 다녀온 후에 안 사실이다. 


‘커피 젤리’라는 이름으로 아포가토 같은 메뉴가 있길래 시켰다. 막상 커피 맛 젤리가 나오니 꽤 당황스러웠다. 위에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커피 젤리는 씁쓰름하다. 맛있다고 아이스크림 먼저 낼름 다 먹은 탓에, 커피 젤리만 먹을 때 힘들었다. 한 번쯤 경험해 봐도 좋을 디저트.


정지환 에디터 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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