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시한폭탄을 제거하라!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환자 3명 중 1명이 사망할 수 있습니다. 증상 없이 진행되는 '머릿속 시한폭탄'의 위험성과 치료법, 지금 확인하세요.
뇌동맥류 파열은 전체 환자의 3분의 1이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겉보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다가 한순간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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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가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심장에서 목을 거쳐 올라오는 굵은 동맥이다.
뇌 속에서는 뇌동맥을 중심으로 작은 동맥과 모세혈관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어 뇌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이 뇌동맥이 서서히 부풀다가 결국 파열돼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뇌동맥류’가 발생했을 때다.
조용히 목숨 위협하는 ‘뇌동맥류’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약해진 부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주로 혈관 벽 중 얇고 취약한 부분에 혈압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발생하며, 혈류가 이 부위에 몰리면 동맥류가 점차 커진다. 문제는 동맥류가 커지다 결국 터질 수 있다는 것인데, 파열 시 전체 환자의 3분의 1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파열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강릉아산병원 신경외과 양구현 교수는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고, 언제 터질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증상 없이 숨어 있던 뇌동맥류가 터지면 문제를 걷잡을 수 없다.
일단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아무리 빨리 치료해도 대개 심한 합병증이 남는다. 또 파열된 이후에는 치료 전은 물론 치료 후에도 드물게 재출혈이 발생한다. 이 경우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설령 급성기를 넘기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양구현 교수는 “회복기에는 뇌혈관이 수축되는 ‘혈관연축’이나 뇌 안에 물이 고이는 ‘수두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이처럼 뇌동맥류는 자각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 갑작스레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흔히 ‘머릿속 시한폭탄’에 비유한다”라고 덧붙였다.
겪어보지 못한 두통, 뇌동맥류 파열의 신호
뇌동맥류는 대개 파열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나 동맥류의 크기가 매우 큰 경우 주변 조직이나 신경을 눌러 두통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동맥류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안면마비나 안검하수, 동공 확장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뇌동맥류가 파열된 후에는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양구현 교수는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출혈이나 뇌내출혈이 발생하고, 이때 극심한 두통, 심한 구역질과 구토 같은 증상이 느닷없이 나타난다”라고 말한다.
특히 두통은 ‘망치로 머리를 맞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만큼 갑작스럽고 강도가 심하며, 경우에 따라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험해 보지 못한 두통이 발생했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신속히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 의심 증상-격심한 두통
-오심과 구토
-뒷목 뻣뻣함
-요통 및 좌골신경통
-신경학적 장애
-의식 저하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흡연 등 뇌동맥류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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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 발견 시 치료 미루지 말아야
뇌동맥류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다. 이로 인해 다른 질환처럼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예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양구현 교수는 “뇌혈관이 혈류로 인해 받는 압박을 줄이고 뇌혈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조언한다. 그가 권장하는 뇌혈관 건강 수칙은 적절한 운동, 채식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 금연 등이다.
예방이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지만, 다행히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에 발견해 치료하면 90% 이상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진단 과정 역시 비교적 간단하다. 뇌동맥류는 파열 여부와 관계없이 뇌 CT나 MRI 같은 영상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검사를 통해 파열 전 단계인 ‘비파열 뇌동맥류’를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정기 검사의 중요성은 고위험군에게 특히 강조된다. 양구현 교수는 “가족 중 뇌동맥류를 앓은 환자가 있거나,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중장년층은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반복적인 두통처럼 증상이 애매해도 가볍게 넘기지 말고, 건강검진 시 CT나 MRI 혈관 조영술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뇌동맥류는 조기에 발견해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의 관리”라고 강조했다.
파열 막는 치료법
뇌 속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 조기에 발견하면 뇌동맥류의 모양과 크기, 위치, 환자의 나이와 기저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간혹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뇌동맥류는 일단 파열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다행히 비파열 상태에서 발견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 적절한 치료에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치료 방법으로는 개두술, 뇌동맥류 결찰술, 코일 색전술 등이 있다. 양구현 교수에 따르면, 파열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며 큰 변화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반대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뇌동맥류 결찰술이나 코일 색전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머리를 열고 들어가 부풀어 오른 혈관을 클립으로 묶어 혈류를 차단하는 수술이다. 이는 뇌동맥류의 가장 전통적인 수술 방법으로,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수술인 만큼 안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개두술이라는 특성상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길어 회복하기까지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술 기법 발전으로 수술 시간이 크게 단축되어 부담이 덜하다. 또 양구현 교수는 “합병증 발병률도 예전보다 현저히 낮아졌고, 최근에는 수술 후 외형 회복까지 고려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코일 색전술은 대퇴동맥, 흔히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를 삽입한 뒤, 이를 머릿속 혈관까지 이동시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내부에 금속 코일을 채워 넣는 치료법이다. 양구현 교수에 따르면 이는 외과적 절개 없이 시행하는 비침습적 치료로,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환자들이 부담을 덜 느낀다고 전한다.
두 가지 치료법 모두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기에, 치료 방식은 환자의 상태와 동맥류의 특성, 전신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가족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기에 치료해야 예후가 좋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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