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부터 베타세대까지, 대한민국 세대 연대기
베이비부머부터 알파,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갈 베타세대까지. 한국 사회를 움직인 세대별 사건과 키워드를 연대기로 정리했습니다.
호주 인구학자 마크 매크린들의 세대 구분법에 따르면, 202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인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베타세대’로 분류된다. 20세기 이후 여덟 번째 세대의 등장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 사회구조와 집단기억을 형성한 각 세대별 역사적 경험을 되짚어 본다.
1946~1964년 출생, 베이비붐세대
서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태어난 이들을, 한국에서는 6・25전쟁 후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풍랑을 겪은 이들을 일컫는다. 한국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며 노년기로 진입했다.
한국 경제발전의 밑거름, 한강의 기적
![]() ⓒ구로구청 |
베이비붐세대는 20세기 한국의 극적인 사회 변화를 목격한 산증인이다. 전후에 태어나 10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학교에 다니고 보릿고개를 겪는 등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먼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1970~199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 경제 성장기에 핵심 동력으로 활약하며 국가 발전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은 산업단지에서 섬유·봉제 산업에 종사하고, 중동과 남미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며 경제성장의 초석을 닦았다. 이 세대의 노력으로 한국의 1인당 평균소득은 1961년 82달러에서 1979년 1636달러로 20배 불어났다.
당시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3%에 달했고, 1977년에는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베이비붐세대의 헌신과 노력은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는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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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1979년 출생, X세대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며 문화와 경제 등 모든 분야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MZ세대 이전에 X세대가 있다. ‘X’라는 용어는 미국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작품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미지수’, ‘정의할 수 없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지닌 세대가 바로 X세대다.
국가 이미지 쇄신의 계기, 1988년 서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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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가 청년기에 경험한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국제무대에 본격 등장하는 전환점이 됐다. 161개국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서울올림픽에서는 33개의 세계 신기록과 227개의 올림픽 신기록이 나오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서울올림픽은 개발도상국이자 ‘전쟁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던 한국을 세계 만방에 새로운 모습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을 통한 국가 이미지 쇄신을 발판 삼아 수출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제성장이 이뤄졌고, 이는 곧 소비 확산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자동차 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이카(My Car)’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팬덤 문화의 초석, 서태지와 아이들
![]() ⓒ서태지 공식 유튜브 캡처 |
X세대는 10대 시절 ‘팬덤 문화’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로 한국 대중가요 시장이 10대 위주로 재편되면서 조직화된 형태의 팬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랩, 힙합, 록 등 기존 대중음악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파격적인 음악에 더해진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메시지는 당시 10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 방송 제작 시 사전녹화 방식을 도입하도록 방송사에 요구하거나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음반 사전심의제 폐지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능동적이고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X세대의 이런 활동은 훗날 전 세계에 K-팝 팬덤 문화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때 그 시절 ‘잇템’, 삐삐와 워크맨
![]() ⓒshutterstock |
X세대를 상징하는 기기는 단연 삐삐와 워크맨이다. 삐삐라는 애칭으로 불린 무선호출기는 PCS 통신 장비가 나오기 전까지 개인화된 통신수단으로 각광받았다. ‘1010235(열렬히 사모한다)’, ‘0179(영원한 친구)’ 등의 약어로 자신들을 적극 표현하던 이들도 X세대다.
이들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인 워크맨으로 음악을 감상했다. 오늘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카세트테이프에 수록된 곡만 들을 수 있었지만, 이동 중에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에 가까웠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처럼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기며 X세대는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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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4년 출생, Y세대
X세대와 Z세대 사이 인구 집단인 Y세대는 ‘새로운 1000년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밀레니얼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을 주도한 W세대도 이들을 가리킨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Y세대는 PC, 인터넷 같은 디지털 생태계를 비교적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한일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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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세대는 10대와 20대 초, 가장 혈기왕성한 시절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꿈은 이루어진다’는 월드컵 정신을 몸소 체험했다. 당시 응원 열기는 실로 대단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했고, 전국 회사와 학교는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시험 일정을 조정할 정도였다.
이런 응원 열기는 4강 진출을 위한 승부차기에서 절정에 달했다.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였던 홍명보 선수가 극적으로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자 일시에 대한민국 전역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월드컵은 결승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붉은악마의 열정은 당시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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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2009년 출생, Z세대
TV,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에 친숙한 모바일 친화 세대다. ‘유튜브세대’라는 별칭처럼 어린 시절부터 동영상 플랫폼과 SNS에 노출되며 성장했다. SNS를 능숙하게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트렌드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나이, 성별, 직업과 관계없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비대면 소통에 완벽히 적응하다, 코로나19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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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를 보냈다. 팬데믹은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감염병 확산에 따라 강의나 업무가 모두 온라인 생태계로 전환되면서 비대면 소통 방식이 일상화되었고, 이미 SNS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했던 Z세대는 이런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했다.
이들은 비대면 사회적 교류에 유연하게 대응했을 뿐 아니라 SNS 챌린지 같은 새로운 놀이 문화를 창조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한 문화 코드를 현실 세계로 끌어왔다. 포스트팬데믹 시대에도 Z세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 없이 트렌드를 주도하며 글로벌 트렌드세터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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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24년 출생, 알파세대
모든 구성원이 21세기에 태어난 첫 번째 세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대라는 의미에서 세대명에 ‘알파’가 붙었다. 세대 연구자 엘리자 필비 박사는 알파세대에 대해 “한 살이 되기 전에 100장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세대”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 읽기보다 디지털 기기 클릭과 터치를 먼저 배운 세대인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기본 소양이 되다, 틱톡과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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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이전 세대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만 노출된 세대다.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나 영상 같은 직관적 표현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은 짧은 영상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특히 틱톡 같은 숏폼 콘텐츠 플랫폼이 이들의 주의 집중 패턴과 정보 소비 방식을 형성하고 있다. 메타버스 환경에도 자연스럽게 적응한 알파세대는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이를 학습 활동까지 이어가는 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디자인 하는 등 자기표현 능력을 키워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자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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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039년 출생, 베타세대
20세기 이후 여덟 번째로 등장한 세대 개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상에 태어난 첫 번째 세대다.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의 자녀인 이들은 22세기까지 살아갈 최초의 세대다.
AI는 내 친구, 자동화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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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세대는 AI와 함께 살아가는 ‘AI 네이티브’ 세대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같은 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그뿐 아니라 증강현실 렌즈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등 일상에서 AI를 능숙하게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타세대 개념을 제시한 인구학자 마크 매크린들은 “베타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무렵에는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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