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가고시마현, 아마미군도

가고시마현과 오키나와 사이, 아열대 섬 아마미군도. 영화 ‘안경’의 배경이 된 요론지마부터 동굴과 꽃의 섬 오키노에라부시마, 장수의 섬 도쿠노시마까지… 일본에서 가장 이국적인 휴양지로 떠나보세요.

아마미군도는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사이 북위 28도에 위치한 섬 군락이다. 모두 8개 유인도로 이루어진 이곳은 아열대의 온난한 기후와 독특한 문화, 아름다운 자연 속에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별천지다.

요론지마 해변

요론지마 해변

아마미군도에서는 1년 내내 원시림 산책, 동굴 탐험, 해양스포츠, 캠핑 등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크고 작은 해변을 걸으며 휴양지에서의 여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일본이지만 남태평양 어느 섬 부럽지 않은 아마미는 수많은 여행자가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고 평생 기회를 엿보는 꿈의 여행지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오키나와에 훨씬 가깝지만, 행정구역은 가고시마현에 속해 있다. 아마미라는 이름도 류큐(오키나와 일대에 있던 왕국) 창세신화에 나오는 창조의 여신 아마미큐(阿摩美久)에서 유래했다.


아마미군도를 여행하려면 비행기나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가고시마나 오키나와 나하에서 운항하는 항공 요금이 너무 부담스러워 대부분 여행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객선을 이용한다.

사색의 섬, 요론지마(ヨロン島)

요론지마 흑화와 여객선

요론지마 흑화와 여객선

‘지루해서 못 참을 것 같은 순간을 5분만 더 견디면 점점 더 그리워지는 영화’가 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07년 작 <안경>이다. 요론지마는 영화의 배경이 된 섬이다. 주인공이 섬사람들과의 동화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된다는 내용처럼 요론지마는 ‘느림의 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섬’, ‘사색의 섬’, ‘치유의 섬’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요론지마의 면적은 21km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덕적도와 비슷한 크기에도 약 50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섬 둘레는 올레길 두 코스를 합한 정도라 충분히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이 작은 산호섬에는 크고 작은 해변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검고 기묘한 바위를 이곳 사람들은 ‘흑화’라 부른다. 어른 키보다 훨씬 높은 사탕수수밭과 히비스커스 군락 사이를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획한 시간이 이미 훌쩍 지나 있다.

요론지마 유리가하마 풀등

요론지마 유리가하마 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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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네쿠(大金久海岸)는 섬 최대의 산호 해변으로 길이만 2km에 달한다. 유리가하마는 오카네쿠 해변 앞바다 1.5km 지점에 있는 풀등으로 봄과 여름철의 한사리(만월)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유리가하마까지는 글라스 보트로 접근 가능하다. 


수심 2~3m의 바다는 바닥과 물고기들이 또렷하게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보트가 멈춰 서면 사람들은 허벅지까지 차는 바닷물을 지나 풀등으로 상륙한다. 그러고는 한 시간 남짓 허락된 천상의 시간을 누린다.


풀등의 모래는 플랑크톤의 사체가 퇴적된 것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별 모양이다. 유리가하마에 발을 딛은 사람들은 “나이만큼 별 모래를 주우면 행복해진다”는 속설을 자연 믿게 된다.

꽃과 동굴의 섬, 오키노에라부시마(沖永良部島)

아마미군도 남쪽에서 두 번째, 즉 요론지마 바로 위에 있는 섬이다. 면적 93km2, 주민도 1만6000명이나 된다. 오키노에라부시마는 대부분이 석회암 지형이다. 200~300개의 크고 작은 종유굴이 산재해 있으며, 사계절 꽃이 만발해 ‘꽃과 동굴의 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섬의 해안은 파도의 오랜 침식을 받아 만들어진 가파른 절벽이 주를 이루지만 산호와 모래로 이뤄진 크고 작은 해변도 섬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이 아름다운 산호섬은 낚시, 스노클링, 다이빙 등 해양스포츠는 물론 카르스트 지형과 아열대 숲 사이의 트레킹 코스, 그리고 종유굴 탐사를 포함한 다양하고 매력적인 여행 기회를 제공한다.


섬의 북쪽 해안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깊고 푸르고 청량한 바다와 마주한다.


한자키(半崎)는 그중에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곶으로,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필수 코스다. 군함으로 오인되어 폭격을 받았다는 군함바위와 바닷속 산호 골짜기는 스노클링과 낚시를 위한 최적의 포인트다.


일명 ‘물총동굴’로 불리는 후차(フーチャ)도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스폿이다.


후차는 류큐어로 ‘뿜어 올린다’는 뜻이다. 동중국해의 거센 파도는 융기 산호초의 해안 절벽을 지속적으로 침식해 동굴을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동굴 천장까지 깎아 결국 구멍을 냈다. 그 결과 파도가 클 때는 천장 구멍으로 최고 높이 70m에 이르는 바닷물이 뿜어져 나오는 장관을 연출한다. 바다거북의 근접 관찰지로도 유명하다.


<고질라 vs 스페이스고지라> 촬영지 오키도마리 해변공원(沖泊海浜公園), 파우더 샌드를 자랑하는 완조 비치(ワンジョビーチ), 130년 전 초등학교 1학년생이 심은 후 지금은 일본 최대 용나무로 자란 가주마루(ガジュマル)까지 오키노에라부시마 여행은 그야말로 쉴 틈이 없다.

장수의 섬, 도쿠노시마(徳之島)

도쿠노시마 해안풍경

도쿠노시마 해안풍경

아마미군도에서는 두 번째, 일본에서도 열네 번째로 큰 섬이다. 도쿠노시마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된 인물이 2명이나 태어나고 산 ‘장수의 섬’이기도 하다. 섬 주민들은 그 이유로 ‘좋은 자연환경에서 활기차게 일하기’, ‘흑설탕 등 몸에 이로운 작물 생산’, ‘섬 노래와 소싸움’ 등 이웃들과 즐기는 놀이 문화, 온난한 기후에서 비롯된 명랑한 성격을 꼽는다. 


또 도쿠노시마는 일본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높은 섬으로 유명하다. 이는 아이를 존중하고 보물로 여기는 문화 때문이다.


섬 중앙에는 해발 645m인 이노가와산이, 북부에는 해발 533m인 아마기산이 솟아 있다. 하지만 두 산 모두 독립된 산괴로 이루어져 도쿠노시마는 아마미군도에서 가장 넓은 경지 면적을 자랑한다. 사탕수수, 감자, 생강, 파파야, 망고 등 각종 열대 과수가 재배되며, 특히 이곳에서 나는 흑설탕으로 만든 소주와 과자는 섬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섬의 남쪽 해안으로는 융기 산호초가 분포하고, 종유동을 포함한 다양한 비경이 넘쳐나지만 관광 목적의 개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바다에서 고래와 돌고래, 바다거북과 마주하는 일은 섬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아마미 검은멧토끼(아마미 구로우사기), 도쿠노시마 가시쥐 등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동물이 서식하는 까닭도 다르지 않다.

도쿠노시마 아제 프린스비치

도쿠노시마 아제 프린스비치

한편, ‘아제 프린스 비치’는 도쿠노시마 북동부에 있는 폭 50m, 길이 1.5km의 산호 해변으로, 아제 프린스 비치 해변공원(畦プリンスビーチ海浜公園)에 있다. 1969년 전 일본 천황 아키히토가 황태자 신분으로 황태자비와 함께 이곳을 방문해 산책한 것을 기념해 이름 지어졌다. 


이 해변은 모래 대신에 갖가지 모양의 산호 잔해가 해변을 덮고 있다. 특히 앞바다는 수심이 낮고 파도가 거의 닿지 않는다. 그 때문에 열대어가 노닐고 해삼, 불가사리, 성게가 꿈틀대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리프마다 오롯이 담긴 열대 바다에는 형형색색 조개도 즐비하다.


2021년 7월, 도쿠노시마는 아마미군도의 또 다른 섬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와 더불어 일본의 다섯 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김민수(여행작가) denmagazine@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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