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체어의 기준, 허먼밀러

하이엔드 체어의 기준,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이름.

시대의 아이콘

임스 라운지체어. ⓒ밀러놀

임스 라운지체어 & 오토만. ⓒ밀러놀

허먼밀러는 원래 전통 목재 가구를 만드는 미국의 평범한 회사였다. 허먼밀러가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데에는 디자이너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영향이 크다. 임스 부부의 시그너처는 성형합판 기술. 얇은 합판을 여러 겹 겹쳐 기존 목재 가구로는 불가능한 곡선 형태를 구현했다. 

그렇게 탄생한 걸작이 ‘임스 라운지체어’다. 인체 곡선을 따라 엉덩이와 등받이 부분이 부드럽게 휘도록 디자인해 앉는 순간 몸을 포근히 감싼다. 실용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품은 이 의자는 허먼밀러를 20세기 중반 미드센추리 모던 시대의 상징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발을 편히 올려놓을 수 있는 오토만을 결합한 ‘임스 라운지체어 & 오토만’은 그 예술성을 인정받아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의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되었다.

사무 공간의 풍경을 바꾸다

에어론 체어. ⓒ밀러놀

에어론 체어. ⓒ밀러놀

20세기 후반, 미국의 산업구조가 변화하자 사람들은 공장에서 벗어나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허먼밀러는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포착하고 최적의 사무 환경 연구에 몰두했다. 허먼밀러가 바꾼 사무실 풍경 가운데 가장 아이코닉한 존재는 바로 ‘에어론 체어’다. 당시 사무용 의자는 직선형 등받이에 쿠션 시트를 더한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에어론은 달랐다. 

단 한 곳도 직선 없이 이어지는 유려한 라인은 마치 사람의 몸을 위해 조각한 예술품처럼 보인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혈액순환 전문가를 포함한 의료 자문진과 손잡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결과물로, 오랜 시간 앉아 일하는 사람의 목과 허리의 피로를 대폭 줄였다.

독자 개발한 펠리클(Pellicle) 메시 소재는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면서 반영구적 탄성을 자랑한다. 편안함과 심미성을 두루 갖춘 에어론 체어는 곧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의 사무 공간에도 안착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대나무 기반의 가죽 대체 소재로 만든 임스 라운지체어. ⓒ밀러놀

디자인은 문제를 아름답고 유용하게 해결하는 일이다. 허먼밀러는 이제 또 다른 문제 앞에 스스로 섰다. 날로 심화되는 기후 위기, 그리고 그것이 던지는 가장 시급한 질문인 지속가능성. 허먼밀러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프리미엄 가구 브랜드 놀(Knoll)과 합병한 후, ‘밀러놀(MillerKnoll)’이라는 이름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생산에 힘쓰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 임스 라운지체어의 변화도 그 연장선이다.

기존에 사용한 로즈우드 대신 월넛, 에보니, 화이트 오크 등 다양한 목재를 사용하고, 2024년에는 대나무 기반의 가죽 대체 소재를 도입했다. 사무용 의자 ‘미라’ 역시 2003년 출시 이후 꾸준히 탄소발자국을 줄여왔으며, 2024년에는 등받이를 100% 재활용 소재로 바꿨다. 밀러놀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밀러놀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윤주 에디터 yunjj@mcircle.biz

추천기사

1. 유비와 제갈량이 만나지 않았다면?
2. 숙면을 위해, 웰니스 리조트 3
3. 다시 '핫' 플레이스, 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