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흥준, CF 감독, 유튜브 채널 CEO, '오늘 하루, 감성 캠핑'(루리책방) 저자. ⓒ안흥준 |
언제부터 캠핑을 시작했나?
기억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됐다.(웃음) 어릴 적부터이니 정확한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언제부턴가 캠핑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거나 장비를 늘어놓고 자연을 감상하는 행위보다 '감성'을 더한 캠핑에 푹 빠졌다. 캠핑에 감성이 더해지면서 취미로서는 물론 일상에도 긍정적 변화들이 감지됐다. 그것이 인생의 전환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사건은 아닐지라도 감성 캠핑을 통해 얻은 작은 변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캠핑을 더욱 즐기게 됐다.
감성 캠핑이 뭔가?
감성은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이기 때문에 저마다 생각하는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감성 캠핑은 '자연 속에 나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다 놓고 잠시 머물만 한 작은 집을 꾸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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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물건이 따로 있나?
캠핑은 비록 하룻밤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자연 속에서 먹고, 자고, 쉬어야 하기 때문에 물건이 없이는 불가능한 취미다. ‘장비가 중요하다’가 아니라 '장비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장비에 대한 취향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감의 제품을 좋아하고, 또 누군가는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제품을 좋아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그날그날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캠핑의 '톤'을 정하고 그에 맞는 장비를 준비해 캠핑 장소에 도착한 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캠핑장을 꾸민다. 그러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즉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장비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그려냈을 때 느끼는 행복, 그게 바로 감성 캠핑이라고 할 수 있다.
기분에 따라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는 캠핑을 한다면 힐링이 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고, 그들 중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을 즐기는 방법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힘들게 짐을 싸고, 캠핑장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 밤늦게 잠들어서 늦은 아침 일어나 라면을 먹는다. 지친 몸으로 캠핑장을 떠나 집에 돌아와서는 쓰러진다. 그래서 어떤 이는 캠핑이 아니라 극기 훈련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젓가락 하나라도 내 취향이 반영된 제품을 고른다면 얘기가 다르다. 개성 있는 캠핑을 하고자 한다면 감성에 눈을 떠야 한다.
감성 캠핑을 하는 데 정해진 무드나 장비는 없다.
감성 하면 떠오르는 알전구나 가랜드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감성 캠핑은 개인의 취향이 더 중요하다.
나만의 감성을 찾고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이 더 즐겁고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나는 감성 캠핑을 한다.
CF 감독인 만큼 감성을 담아내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일반인도 감성 캠핑을 할 수 있나?
누구나 할 수 있다. ‘오늘은 비가 오니 차분한 톤으로 캠핑을 해야겠어’, 오늘은 햇빛이 눈부시니 화사하게 캠핑을 하자’, ‘오늘은 친구들과 파티 분위기를 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오늘은 야생적인 밀리터리 감성이 좋겠어’ 등 자신의 기분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결정하면 끝이다. CF 감독이라고 특별히 감성을 잘 담아낸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캠핑은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줬나?
영상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찍던 것이 CF 감독이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캠핑 스타일이 감성적으로 바뀌면서 내가 캠핑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고, 그것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말을 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잔잔한 캠핑 일상을 보여준 것이 다인데, 그런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런 경험을 엮어 책까지 냈으니 취미 캠퍼로서 이룰 건 다 이룬 셈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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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뭔가?
나는 캠핑을 ‘집이 아닌 곳에서 하루 살아보기’라고 생각한다. 캠핑을 통해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거친 세상과 싸우며 상처받은 영혼을 어루만지고, 공허해진 가슴을 채우는 시간이다. 정말로 힐링의 시간인 셈이다.
말을 멈추면 들리고 보인다. 인간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은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인간의 흥망성쇠를 봐왔을 것이다. 산에 흔히 있는 소나무도 가만히 바라보면 혹독한 환경에도 변함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연 속에 가만히 서서 내 소리를 멈추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무와 풀, 바람, 작은 벌레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놀라게 된다. 온갖 소음 속에 파묻혀 지내다가 자연 속에 들어가 가만히 자연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하는 이유다.
‘감성 캠핑은 결국 장비발’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하지만 나는 그 장비가 주는 기쁨에 집중한다. 캠핑 장비를 만든 사람의 감성과 나의 취향이 만나 구입한 장비는 꺼내 쓸 때마다 기쁨을 준다. 그런 점에서 ‘장비발’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과시하기 위한 장비가 아닌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장비발은 대환영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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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성 캠핑은 어떤 모습일까?
글쎄, 솔로 캠핑? 어려서 가족과 함께 캠핑 여행을 떠났던 것이 내 캠핑의 시작이었고, 조금 더 자라서는 연인과 함께 다녔기 때문에 혼자 캠핑을 한다는 건 중년이 되기 전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혼자 캠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난생처음 강화도에서 솔로 캠핑을 했다.
처음엔 무척 어색했다. 말을 할 수도 없고 그저 묵묵히 텐트를 치고 장비를 세팅했다. 혼자서 하려니 진도도 빨리 나가지 않고 힘들었다. 어느새 해 질 녘이 되어 나지막이 음악을 틀고는 시원한 맥주를 하나 꺼내 마셨다. 살랑살랑 불기 시작한 바람이 선선했고, 때마침 펼쳐진 아름다운 석양에 힐링이 됐다. ‘지금 이 모든 순간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말 없는 시간을 느끼면서 진짜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깨닫게 됐다.
감성 솔로 캠핑이란 결국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일까?
나를 위한 시간을 찾고 만들고 꾸려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모든 시간이 나에게 맞춰져 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보는 거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유인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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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캠핑을 하려는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오늘 내 행동이 다음 날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좋은 행동을 했다면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스치는 작은 행복일지라도 좋은 것들은 모여서 한꺼번에 잊지 못할 강력한 순간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캠핑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더 많은 이가 일상을 탈출해 자유를 느끼고, 나를 들여다보면 그걸로 된다. 그런 소소한 힐링을 자주 마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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