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다섯 가지 기술
AI의 답변은 결국 질문의 질에 달려 있습니다. 역할 부여, 지시 구체화, 예시 제시, 출력 형식 지정, 단계 분리까지 —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다섯 가지 기술을 소개합니다.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떻게 묻느냐’의 시대다. 인지와 추론의 특정 영역에서 이미 인간의 능력을 능가했다고 평가받는 AI를 업무 동반자로 활용하기 위해선 잘 설계된 질문을 해야 한다. AI 결과물의 질은 결국 프롬프트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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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역할을 부여하라
생성형 언어모델은 태생적으로 ‘만능 잡학 박사’다. 그래서 역할을 지정하지 않고 질문하면 블로그 수준의 일반 정보를 섞어 답한다. 반면, 역할을 지정하면 전문가 수준의 어휘와 설명이 따라온다.
역할을 부여할 때는 ‘의사’보다는 ‘소아심장과 전임의’, ‘내분비내과 전문의’ 등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좋다. 윤리 가이드라인이나 책임 한계 문구를 포함하는 등 규제나 윤리 요소도 포함하면 더욱 상세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 교육 자료를 만들어주세요. (X)
당신은 15년 차 내분비내과 전문의이며, 환자 교육 경험이 풍부합니다. 환자 프로필을 참고해 당뇨병 1차 진단 환자에게 배포할 교육 자료를 작성해 주세요. 의사 윤리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자료를 만들어주세요. (O)
Step 2. 명확하게 지시하라
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서비스는 사람이 제시한 실마리를 바탕으로 추론을 하지만, 모호한 조건이 남아 있으면 빈틈을 상상으로 채우기도 한다. 업무나 일상생활 등 모든 지시 사항에 배경과 목표, 제약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할수록 AI가 추측할 여지가 줄어 고품질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환자 동의서를 알기 쉽게 고쳐주세요. (X)
우리 병원은 6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관상동맥 우회술 임상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목표는 중학생이 이해하기 좋은 수준으로 동의서 문구를 다듬는 것입니다. 조건은 핵심 위험 요소 세 가지를 굵은 글씨로 표시하고, 총분량은 1200자 이내로 제한해 주세요. (O)
Step 3. 예시를 포함하라
‘보여주며 가르치기’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AI에게 주는 예시를 ‘샷(shot)’이라고 한다. 생성형 AI는 예시를 관찰해 그 패턴을 복제하고 출력에 참고하기 때문에 질문에 샷을 추가해 제시하면 AI의 이해도가 높아져 출력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예상 출력물의 구조나 논리 흐름을 미리 보여주면 정확도와 일관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한 사용자는 ‘Objective–Methods–Results–Conclusion’ 네 단락을 각각 두 문장, 총 250단어로 구성한 샘플을 ChatGPT에 보여주었다. 그 결과 본래의 국내 초록이 해당 패턴에 완벽히 맞춰지고, 굵은 글씨와 이탤릭 위치까지 그대로 재현되어 국제 저널에 투고하기 위한 준비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한국어학회 초록을 영문으로 번역해 주세요. (X)
(2~3문장짜리 샘플 초록을 제시하며) 이 구조와 길이를 그대로 따르세요. (O)
Step 4. 출력 형식을 지정하라
ChatGPT는 결과물을 여러 포맷으로 출력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지정하지 않으면 대부분 문단 형식의 텍스트로 단순하게 출력한다. 만약 특정 형식을 원한다면 구조화 형식을 명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산 용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핵심은 문단 수, 줄 수, 표지 방식 등 읽거나 복사해 붙여넣기 쉬운 모양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환자 50명의 기본 정보를 표로 정리해 주세요. 순서는 진료 기록 번호, 나이, 성별, 진단명, 검사 수치입니다. 숫자는 한 글자가 아닌 두 글자 이상일 때도 반드시 0을 붙여 주세요. (O)
한눈에 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요약본을 세 줄로 묶어주세요. (O)
보고서 맨 앞에 큰 제목 한 줄, 그다음 소제목, 마지막에 핵심 포인트 세 가지만 번호를 매겨주세요. (O)
Step 5. 단계를 지정하라
한꺼번에 많은 일을 맡기면 AI도 실수를 한다. 특히 의료·법률·경영 보고서는 자료 수집 → 초안 작성 → 검증 → 요약처럼 순차적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 흐름을 ChatGPT에게도 그대로 보여주면 오류가 크게 줄어든다.
업무 순서를 그대로 나눠주면 ChatGPT가 단계마다 잠시 멈춰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확보한다. 단계를 지정한다는 것은 결국 AI에게도 프로젝트 관리용 체크리스트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명확히 보여주면 ChatGPT는 훨씬 안정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업무를 완수해 준다. 아래는 실제 병원에서 신약 평가 보고서를 만들 때 쓸 수 있는 예시 프롬프트다. 의도는 우리가 문서 작업을 진행하는 순서를 AI에게 그대로 안내하는 데 있다.
당신은 우리 병원의 임상 연구 코디네이터입니다. 지금부터 다섯 단계에 따라 ‘ABC 신약’의 평가 보고서를 준비해 주세요.
1단계 자료 수집: PubMed·식약처 등에서 ABC 신약과 경쟁 약물 3종(DEF·GHI·JKL)의 주요 임상시험 결과를 찾아 핵심 수치(유효성·부작용 발생률)를 표로 정리해 주세요.
2단계 초안 작성: 수집한 표를 바탕으로 각 약물의 장단점을 서술형으로 비교해 주세요. 문단별로 근거 논문 제목과 연도를 괄호에 넣어주세요.
3단계 임상의 해석: 표와 초안을 읽고, 우리 병원의 환자군(평균 68세, 동반 질환 2개 이상)에 가장 적합한 치료 옵션이 무엇인지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4단계 요약본 작성: 앞 내용을 1000자 내외로 압축해 병원장께 보고할 ‘결론 및 제안’ 섹션을 작성해 주세요.
5단계 자체 검증: 표 속 숫자와 본문이 일치하는지 다시 확인한 뒤, 오류가 있으면 수정하고 마지막 줄에 ‘검토 완료’라고 써주세요.
김덕진(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 denmagazine@mcircle.bizTIP! AI의 거짓말, ‘할루시네이션’ 피하는 법
할루시네이션이 일어나는 근본 이유는 AI가 사실을 ‘검색’하는 대신 ‘가장 그럴듯한 다음 문장’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아래 절차를 따라보자.
① 출처를 달라고 지시할 것
‘모든 주장 뒤에 논문 출처나 공식 문서 링크를 괄호로 넣어주세요’라는 문구를 작성한다.
② 확신 수준 표기를 요구할 것
‘모든 답변 첫머리에 ‘확신도 90%’처럼 숫자를 붙이고, 70% 미만이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해 주세요’라고 요청한다.
③ 단계별 자기 검증을 활용할 것
‘마지막으로, 논문 제목과 수치가 일치하는지 다시 검토해 달라’라고 주문한다.
④ 육안으로 검수할 것
AI가 실수를 고백하지 않는 한, 사람이 확인하는 절차를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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