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더러워지는 관광지 전성시대?' 이러니 일본 소도시 간다...여수 이어 울릉도 바가지 논란

울릉도·여수에선 상처만, 일본 소도시에선 감동을. 국내 관광의 경쟁 상대는 이젠 해외입니다. 가격도, 서비스도, 만족도도.

"이게 15,000원 삼겹살?" 한 유튜버의 폭로가 드러낸 국내 관광의 민낯

울릉도·여수서 터진 '불친절' 논란…기대 안고 떠난 여행, 상처만 안고 돌아와

"자연은 명품, 서비스는 불량" 비판 봇물…'한탕주의' 근절 없인 미래도 없다

"말로만 듣던 부정적인 후기들, 설마 했는데…."


국내 대표적인 청정 여행지 울릉도가 또다시 '바가지요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53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유명 여행 유튜버가 울릉도 여행 중 겪은 불쾌한 경험을 가감 없이 공개하면서다. 비상식적인 품질의 음식과 부실한 숙박 서비스 실태가 영상으로 고스란히 드러나자, 온라인에서는 울릉도 관광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만으로는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꾸준(kkujun)'의 영상은 "혼자 가면 밥도 못 먹는다", "물가가 완전히 다르다"는 온라인상의 흉흉한 소문들을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리고 며칠 뒤, 그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영상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국내 관광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울릉도에서 겪은 비상식적인 바가지요금과 불량한 서비스, 그리고 최근 여수에서 불거진 또 다른 유튜버의 '손님 푸대접' 논란까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무기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도, 정작 손님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일부 상인들의 행태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낱낱이 고발되고 있다.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국내 관광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병폐'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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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가 절반인 울름도 삼겹살. 사진=갈무리

아름다운 비경, 그러나 시작부터 '삐걱'

포항을 떠나 12만 원짜리 4인실 크루즈에서 하룻밤을 보낸 유튜버가 새벽에 마주한 울릉도의 첫인상은 감탄 그 자체였다. 그는 "와, 여기가 울릉도네", "공기가 다른 것 같다"며 청정 자연에 대한 경탄을 쏟아냈다. 렌터카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며 마주하는 기암절벽과 투명한 바다, "우리나라 아닌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이국적인 풍경은 여행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여행의 기본인 '식사'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아침 식사로 찾은 식당의 2만 원짜리 따개비죽은 "맛은 있지만 비싸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제주도 전복죽이 1만 3천 원인데, 따개비 야채죽이 2만 원이라니. 말로만 듣던 '울릉도 프리미엄'이 없진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본격적인 논란은 저녁 식사를 위해 방문한 고깃집에서 터져 나왔다.


1인분(120g)에 1만5000원인 삼겹살을 주문하자, 테이블에 놓인 것은 고기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비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곗덩어리'였다. 충격적인 비주얼에 그는 "삼겹살 비계 양이 이게 맞나?"라며 실소를 터뜨렸다.


"기름을 일부러 이렇게 반씩 주시는 거냐"고 묻자, 식당 관계자는 "육지 고기처럼 각을 잡아서 파는 게 아니라 퉁퉁 썰어준다"며 "처음엔 거부하시지만 구워 드시면 맛있다고 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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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여름이지만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기본적인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이른 체크아웃만 종용했다. 사진=갈무리

최악의 하룻밤, 9만원 짜리 호텔의 배신

음식에 대한 불쾌감은 숙소에서 겪은 최악의 경험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이었다.


그가 9만 원을 지불하고 묵은 호텔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저녁 7시부터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프런트에 알렸지만, 방에 찾아온 사장은 잠시 상태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 없이 사라졌다. 결국 그는 "밤새 땀을 뻘뻘 흘리며 잤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드문 오전 10시 30분이라는 이른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호텔 측은 퇴실을 재촉하는 전화까지 걸어왔다. 마지막까지 에어컨 고장에 대한 사과나 설명은 없었다. 퇴실하며 "에어컨이 계속 안 되나 보네요"라고 묻자 돌아온 답은 "예, 지금 수리 맡겨서"라는 무심한 한마디뿐이었다.


그는 "방을 바꿔주거나, 하다못해 '더우시면 선풍기라도 가져다드릴까요?'라고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 정도 시설이면 지방 소도시에선 6~7만 원, 경쟁이 심한 대도시 번화가에선 평일 4~5만 원에도 잘 수 있다"며 "숙박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버 '꾸준'은 울릉도의 나리분지에서 맛본 산채 정식에 대해서는 "울릉도에 대해 투덜거렸는데 이거 먹고 나니 너무 좋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관광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저렴함이 아니라, 지불한 가격에 합당한 '가치'와 '존중'임을 시사한다.


그는 영상 말미에 "앞으로 울릉도에 공항이 생겨 접근성은 좋아지겠지만, 과연 재방문으로 이어질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렴한 비용과 높은 서비스 만족도를 무기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본 소도시 여행과 경쟁해야 할 텐데, 지금의 경쟁력으로 충분한가"라는 그의 우려는 국내 관광업계 전체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국내 관광지로 오라고?

이러한 문제는 특정 지역, 특정 유튜버만의 경험이 아니었다. 최근 여수에서는 한 여성 유튜버가 유명 백반집에서 겪은 모욕적인 경험을 공개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혼자 식당을 찾은 그는 "1인분은 안 된다"는 방침에 따라 2인분(2만 6천 원)을 주문했다.


한창 식사를 하던 중, 식당 주인이 다가와 "예약 손님 앉혀야 한다", "얼른 잡숴라"라며 노골적으로 자리를 비울 것을 강요했다. 유튜버가 방문한 시각은 손님이 붐비지 않는 오전 10시 40분이었고, 자리에 앉은 지 20분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설움에 북받쳐 눈물을 삼킨 그는, 주인이 "돈 안 받을 테니 그냥 가라"며 면박을 줬음에도 계좌이체로 음식값을 모두 지불하고 식당을 나섰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여수시는 관내 5000여 개 음식점에 '1인 손님 강매 금지', '충분한 식사 시간 보장' 등을 담은 공문을 발송하며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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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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