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덕후' 최종언씨의 사진에 담은 집 이야기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화두가 되는 요즘이다.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하는 궁금증 보다는 '집' 즉, 거주공간에 대한 근원적 의미가 중요해졌다.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시대. 아파트 만을 찍어 기록에 남기는 최종언씨를 만나 아파트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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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아파트 . 출처 = 최종언씨(CDAPT) 제공

최종언(32세)씨를 알게 된 건 지난 2019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3D프린터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다. 지금은 바이오3D프린터를 설계하는 회사에 다닌다. '기계공학도'인 그가 재건축 단지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트위터 계정은 CDAPT. 그가 사는 창동 아파트를 일컫는 말이다. 최씨는 2016년부터 아파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 아파트가 1~4단지 그리고 17~19단지만 있는 걸 알게 됐다. 최씨는 30년 넘게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궁금해졌단다. 5단지부터 16단지는 어디로 간 걸까.


알고보니 도봉구 창동의 행정구역 변화와 관련 있었다. 1973년 성북구 창동은 도봉구 관할이 됐다. 1988년 노원구가 신설됐고 당시 상계주공 17~19단지가 완공됐다. 1989년 해당 단지들이 도봉구 창동으로 환원돼 상계주공 17~19단지는 창동주공 17~19단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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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최종언씨, 오래된 아파트를 사진으로 남기며 삶의 흔적을 찾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아파트라는 피사체가 가진 매력에 빠졌다. 사진을 찍기 전까지는 똑같은 아파트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단지 마다 다른 특징이 있었다. 최씨는 "상계주공 아파트는 필로티 구조도 있었고, 한 집에 문이 두 개인 아파트도 있었다"며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아파트마다 다른 특징을 찾으니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아파트 출사(出寫)를 시작한 그 해 여름 이주가 끝난 과천주공 1단지를 찾아갔고, 둔촌주공도 갔다.


이날 최씨는 본인의 사진집을 보여줬다. 현관, 모서리, 재건축 등 각각의 테마로 구성된 이 사진집은 독립출판물로 출간했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1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 독립출판물 마켓에서 판매했다.


사진집 1권 제목은 '현관'이다. 아파트 단지마다 현관이 다른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최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여도 현관이 달랐다"며 "(사진을 가리키며) 원래 대나무랑 수국이 심어져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라는 게 마치 '붕어빵'을 찍은 것 같지만 사실 많이 달랐다"며 "망미주공만 하더라도 테라스 하우스 같은 곳을 엄청 바꿔 놓으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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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경비원분들의 휴식 공간. 출처 = 최종언씨(CDAPT) 제공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최씨가 재건축 단지를 찍으러 다닌 이유 중 하나는 "없어지기 전에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단순한 건물이 아닌 누군가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 인터뷰 내내 아파트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최씨는 "저는 오래된 단지들이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사는 사람들은 불편할 것이다"면서 "사라져 가는 기록을 남길 뿐 그곳에 사는 주민들께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면 저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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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최종언(CDAPT)씨 제공

"일본에 아파트만을 찍는 사진 동호회가 있더라고요. 개중에는 유명한 분들도 있고, 책도 내요. 그 분들이 잡지도 만들고 독립출판을 하는 걸 보고 알게 됐죠."


최씨에게 일본 아파트 탐방기를 들었다. 본래 여행 목적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출사기가 됐다며 웃는 최씨. 지난 2018년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일본인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아 아파트를 찍으러 다녔다. 일본 아파트를 본 소감을 물었다. 최씨는 "60~70년대 지은 아파트들이 계속 보수 작업을 해서 관리가 잘 돼 있다"면서 "그때까지 공사를 하면 재건축을 위해 철거를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일본에는 임대주택이 많은 편이다. 최씨는 "UR, 일본의 '주공 아파트'가 있다"며 "일본은 분양 아파트보다 임대 아파트가 주류다"고 했다. 최씨는 임대주택 임에도 관리가 잘되고 있는 상황이 새로웠다고 했다. 임대 아파트가 막연히 '배척'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최씨는 "(임대아파트가) 좁긴 좁다"면서도 "그래도 혼자 사는 노인 분들이나 그 분들이 살기에는 낫지 않나 싶다. 보통 임대 아파트는 내부에 사회복지관이 같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경기(아파트)는 정보가 있는데, 그 밑(지방)은 정보가 아예 없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되는 주거 공간을 찍으러 다니면서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트위터나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피사체가 될 아파트를 찾는다. 최씨는 "충북 청주에 봉명주공(아파트)이라는 2층짜리 아파트가 있었다"면서 가보고 싶었지만 거리도 있어 미루다 보니, 어느새 철거된 소식을 들었다고 아쉬워 했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광주에 위치한 운암주공 아파트를 찾았다. 최씨는 "지난 가을에 (코로나19로)해외 여행도 못 가니 광주나 대구, 청주 등으로 아파트 촬영을 갔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그는 아파트를 찍으며 삶의 흔적을 찾아 다닐 계획이다.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2021.02.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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