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골목 맛집을 찾아서

[푸드]by 이코노믹리뷰

이기창의 라멘야

코마자와공원의 니코미 전문점 ‘갓파’와 니보시 라멘야 ‘후쿠모리’

 

도쿄의 골목 맛집을 찾아서

지오스의 빈티지 바이크를 탄다. 프레임 전체에 이탈리아 국기가 도색된 멋진 자전거다. 기어를 바꾸는 변속기가 자전거의 손잡이가 아닌 프레임에 붙어있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이 빈티지 바이크가 주는 멋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은 기쁘게 감내가 된다. 멋도 멋이지만, 이는 출퇴근용으로 산 자전거다. 필자가 일하는 디자인 사무소는 ‘中野(나카노)’라는 곳에 있다. 집은 ‘自由が丘(지유가오카)’라는 곳인데 거리상으로는 15㎞ 정도 된다. 전철로 가면 한 시간이 걸리는데,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역에 도착해서는 또 10분을 걸어야 한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는 일본에서는 전철을 세 번 갈아타거나, 출근 시간이 한 시간 걸리는 건 흔한 일이다.


출퇴근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부른다던데,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하면 더하겠다. 택시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막차시간까지 한 잔 걸친 취객들이 한꺼번에 몰린다. 필자가 하는 일은 항상 마감에 쫓기는 일이라 제시간에 퇴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필자도 항상 막차를 타고 귀가를 하는데, 이 막차시간의 전철은 취객들의 술 냄새, 땀 냄새, 담배 냄새가 정말이지 지독하다. 그 많은 냄새와 사람들 사이에 껴서 한 시간을 전철을 탄다는 것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그래서 필자가 택한 것이 자전거 출퇴근이다. 길도 어렵지 않고 빠르게 타면 50분 정도 걸려서 오히려 전철보다 시간이 절약된다. 출퇴근길이 큰 도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쉬운 길이었지만, 처음에는 구글 맵을 보고 달리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편도 2차선 도로인데 처음에는 차가 옆을 지나가는 것이 무척 겁이 나 정말이지 앞만 보고 달렸다. 한 일주일 지나니까 그때야 적응이 되어 주변을 구경할 여유가 생겼다.


출퇴근길에는 ‘코마자와 올림픽 공원’과 ‘산겐자야’, ‘시모키타자와’를 지난다. 시부야, 신주쿠, 하라주쿠, 아오야마 등 예전부터 유명했던 도쿄 여행지에 지친 사람들에게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이다. 출근길이야 빨리 도착해서 일을 해야 하니까 여유가 없지만, 퇴근길은 정해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도로가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이 지역들을 샅샅이 파고들기도 하고 전혀 가본 적도 없는 여기저기 골목들을 일부러 들러 빙빙 돌아가기도 하고 그랬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가게들이 얼마나 많던지, 잦은 방문으로 도쿄가 조금은 질린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좁은 골목골목을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작은 가게를 찾아가는 게 도쿄라는 도시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코마자와공원은 메구로구와 세타가야구 두 곳에 걸쳐 있을 정도로 넓은 공원인데, 정확한 이름은 ‘코마자와 올림픽 공원’이다. 1940년에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메인 회장인데, 세계 2차대전으로 도쿄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올림픽이 헬싱키로 넘어가면서 그대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스포츠 공원 정비를 위해 1962년 다시 공사해 착수하여 1964년에 완성되었다. 야구장, 축구장, 럭비장 등 없는 경기장이 없고 공원 전체를 큰 트랙이 감싸고 있는데, 사이클 트랙과 러닝 트랙이 나누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도 러닝을 하기에도 아주 좋다. 최근에는 스케이트보드 경기장이 생겼는데 50살은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딸과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연습하고 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필자에게는 참 신선하고 멋진 장면이었다.


필자가 퇴근길에 처음 이곳저곳 뒤지고 다닌 곳도 코마자와공원이다. 대학 캠퍼스와 큰 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서 공원과 역(코마자와대학역)을 중심으로 음식점이 즐비하다. 메인 골목은 역시 대형 체인점이 많다. 마츠야, 스키야 등 가격이 싼 규동 집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도쿄의 한 모습이지만, 뒷골목들을 파고 들어가면 진짜가 나오기 시작한다. 역시 재밌고 맛있는 가게들은 쉽게 찾을 수 없는 미로 같은 골목 안에 숨겨져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코마자와 공원의 골목에서 찾아낸 음식점과 라멘야를 소개하려고 한다.

1. 코마자와공원 서쪽 출구에 위치한 煮込み(니코미) 전문점 ‘かっぱ(갓파)’

도쿄의 골목 맛집을 찾아서

코마자와공원 서쪽 출구에 위치한 煮込み(니코미) 전문점 ‘かっぱ(갓파)’.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코마자와공원 골목에서 가장 먼저 찾아낸 음식점은 煮込み(니코미) 전문점 かっぱ(갓파). 코마자와공원 서쪽 출입구에 위치한 식당이다. 주택가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정말 조용한 주택가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알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니코미라는 음식은 삶을 ‘자’와 込む(こむ、넣다)라는 일본식 한자어로 이뤄진 단어로 우리나라 말로 하면 조림 정도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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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의 니코미.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갓파’의 ‘니코미’는 우삽겹, 곤약, 두부를 미소와 간장을 베이스로 한 육수에 넣고 약한 불에 오랜 시간 끓여낸다. 특이할 것이 없는 평범한 요리인데 이게 벌써 60년이 넘었다. 개업 년이 1950년. 처음에는 이자카야로 시작했지만, 술에 취한 손님들이 보기 싫어 술을 빼고 ‘니코미’만 팔게 됐다는 것이 이 가게의 스토리다. 지금은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가게 안에서 대화가 금지다. ‘니코미’라는 것이 일본 가정에서 흔히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엄청 대단한 맛을 지니고 있진 않다. 이 심심한 맛이 먹고 나면 그렇게 다시 생각난다. 단일 메뉴로 60년을 이어온 가게다. 맛은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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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미와 함께 먹는 흰 밥 한 공기.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가게에 들어서면 ‘이랏샤이마세’와 함께 자동 착석이다. 흔히 말하는 ‘닷지’, 카운터석밖에 없다. 손님이 앉으면 뭘 물어볼 것도 없이 앞에 ‘니코미’를 한 국자 크게 퍼서 둔다. 손님들에게 전부 ‘니코미’를 나눠주고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밥의 양을 물어본다. 밥 양이 정해지면 밥 한 공기씩 퍼주고 바로 식사다. 밥을 어떻게 짓는지 밥맛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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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미를 뜨고 있는 마스터.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가게가 워낙 바쁘게 돌아가서 그런지 마스터는 언제나 무뚝뚝하다. 오히려 이게 사람 냄새 아닐까 싶기도 한데,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필터 없는 일본의 로컬 가정식 요리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2. 코마자와대학역 부근 라멘야 ‘ふくもり(후쿠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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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자와대학역 부근 라멘야 ‘ふくもり (후쿠모리) ’.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평양냉면도 꿩 육수, 소고기 육수, 동치미 육수 등 육수가 다양하듯이 라멘도 육수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지난번에는 돼지 잡뼈로 맛을 낸 ‘家系(이에케이) 라멘’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煮干し(니보시) 육수의 라멘을 소개한다. ‘니보시’라는 말은 삶을 ‘자’ 자와 마를 ‘간’ 자를 쓴 단어로, 작은 생선을 삶고 말린 재료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멸치 정도 되겠다. ‘中華そば ふくもり(중화소바 후쿠모리)’는 필자가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시간, 그러니까 12시에도 가게가 항상 붐비고 심지어 줄까지 서 있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지날 때면 한 번은 가봐야지 하던 가게인데, 어느 하루는 주방 문이고 식당 문이고 전부 열어젖히고 장사를 하는데, 그 진한 니보시 육수가 어찌나 코를 자극하던지 야식은 금하자던 결심은 어디 가고 아주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멈추고 가게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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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교자.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츠게멘도 있고 라멘도 있고 아부라멘도 있었다. 필자는 그냥 일반 오리지널 중화 소바 라멘을 시켰다. 교자도 시켰는데 일반 교자가 아니라 흑돼지 교자라기에 시켜보았다. 라멘 주문이 많이 밀렸는지 라멘보다 교자가 먼저 나왔다. 간장에 고추기름 조금 타고 식초도 적당히 타서 흰밥도 한 공기 시켜서 같이 먹었다. 위는 촉촉하고 바닥은 바삭한 교자가 정말 맛있었다.


흑돼지라고 해서 맛이 더 특별하진 않을 것이다. 교자의 맛은 이 익힘이 중요하다. 7분에서 8분 정도를 프라이팬에 물을 반쯤 넣는다. 교자가 3분의 2 정도 잠기게끔. 강불에서 교자를 익혀낸다. 타이머가 울리면 물을 따라버리고, 교자 위에 고추기름, 참기름, 식용유 등을 섞은 가게 특유의 기름을 정당히 두르고 강불에서 다시 3분을 익힌다. 날씨가 추우면 4분 5분도 익힌다. 이러면 위는 촉촉하고 바닥은 바삭한 반 구운 만두가 된다. 일본의 교자는 이 익힘이 포인트다. 교자를 잘 굽지 못하는 집은 구운 만두인지 삶은 만두인지 어중간한 식감을 낸다. 또, 강한 불에 빠르게 익히지 않은 만두는 육수가 다 빠져나가버려서 깊은 맛도 내질 못한다. 그냥 강불에 다짜고짜 익히면 다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날씨에 따라서 만두의 상태에 따라서 익히는 시간이 항상 다르다. 장사가 잘 되는 라멘 가게는 교자 담당이 따로 있을 정도다. 교자를 굽는 프라이팬 앞에 서서 강한 불에 익고 있는 교자를 손으로 만져가며 오늘의 굽는 시간을 정한다. 쉽게 보이나 수고가 많은 작업이다.


‘후쿠모리’의 니보시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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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중화 소바 라멘.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만두 좀 주워 먹으니 라멘이 나온다. 면발 위에 김, 차슈, 다진 파와 양파, 유자 껍질 조금이 올라와 있다. 일본인들은 유자를 정말 좋아하는데 ‘니보시라멘’에는 유자 껍질을 같이 넣는 경우가 많다. ‘유즈코쇼’라는 매운 유자 다진 양념을 넣어서 같이 먹기도 한다. 요즘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Afuri(아후리)’의 ‘유자라멘’도 이 ‘니보시스프’가 베이스다.


‘후쿠모리’의 니보시 육수는 ‘전갱이’, ‘정어리’, ‘작은 멸치’가 주재료다. 생선을 블렌딩한 육수는 비린내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삶으면 쓴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 텁텁하고 쓴맛을 잡는 게 중요하다. 약한 불에 오래 익히는 게 ‘후쿠모리’ 라멘 맛의 포인트라고 하는데 잡맛이 없고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진한 뼈 육수 라멘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맛이다.


‘후쿠모리’의 면, 홋카이도의 '春よ恋'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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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보시 육수를 사용했다. 출처=이기창 프리렌서 에디터

‘후쿠모리’의 면은 정말 쫄깃했다. 면발의 빛깔도 좋고 탄력이 너무 좋아서 점원에게 어디 면발을 쓰냐고 물어보니, 면발을 받아 쓰지 않고 직접 만들어 쓴다고 했다. 일반 밀을 쓰지 않고 홋카이도의 ‘春よ恋’(봄이야 사랑)이라는 밀을 쓴단다. 그러니까 국내산 밀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春よ恋’은 밀을 도정하여 밀의 중심부만 쓰기 때문에 밀의 변색이 적고 밀의 껍질이 섞이지 않아, 물을 붓고 반죽을 해보면 반죽이 황금색을 띠고 다른 밀에 비해 더 부드러우며 탄력도 우수하다고 한다. 필자도 ‘春よ恋’는 빵이나 먹어봤지 면발은 처음 먹어봤다. 어떤 밀을 사용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면발을 직접 뽑아서 쓴다는 것은 정말이지 제대로 된 라멘집이라는 이야기다. 요즘 일본의 라멘집은 대부분 면발을 직접 뽑아서 쓰지 않는다. 공장의 기계로 만든 면발이 더 맛있다는 어느 라멘 평론가의 말도 있지만, 맛이 어찌 되었든 이렇게 직접 면을 뽑아서 쓰는 가게는 더 신뢰가 가고 지인들에게도 더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라멘야만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라멘야가 위치한 동네와 숨겨진 가게를 함께 소개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전거 타며 필자가 발견한 곳들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데, 요즘 도쿄가 지겨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화가 나기도 했고 섭섭하기도 했다. 필자의 취향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단지, 라멘 가게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본을 더 재밌게 소개할 수 있는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부족하지만 필자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재밌는 도쿄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는 길 및 가게 정보

  1. 駒沢公園(코마자와코우엔), 코마자와 공원 : 코마자와공원은 덴엔토시센 코마자와 대학역(駒沢大学駅,코마자와다이가쿠에키)이 가장 가까운 전철역이다. 덴엔토시센은 시부야에서 탈 수 있다.
  2. 니코미 전문점 ‘かっぱ(갓파)’
    1. 주소 : 東京都世田谷区駒沢5丁目24−8 도쿄도 세타가야구 코마자와 5-24-8(코마자와대학역에서부터 걸어서 7분 거리)
    2. 영업시간 : 17:00 ~ 24:00 (단, 밥과 니코미가 소진되면 가게 문을 닫는다. 보통 10시면 매진이다.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끔은 8시에도 매진될 때가 있다. 매주 목요일은 휴일)
    3. 예산 : 1인 1000~1500엔
  3. 니보시 라멘 전문점 ‘ふくもり(후쿠모리)’
    1. 주소 : 東京都世田谷区野沢4丁目9−18 도쿄도 세타가야구 코마자와 4-9-18(코마자와대학역에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
    2. 영업시간 : 11:30 ~ 15:00 / 18:00 ~ 02:00 (매주 목요일 휴일)
    3. 예산 : 1인 1000~1500엔

이기창 프리랜서 에디터

2018.10.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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