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맞으며 드라이브… 동해서 이른 봄을 맞다
경북 울진 해안도로 드라이브
후포리~고포항까지 이어진 7번 국도
불영사 계곡 등 계곡미 만끼하는 36번 국도
덕구, 백암 등 이름난 온천도 있어
울진 후포리 앞 겨울 바다 전경 |
경북 울진은 ‘삼욕의 고장’이다. 온천욕, 산림욕, 해수욕이 가능해서다. 물론 겨울철에는 해수욕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몸을 담그면 피부가 매끈해지는 이름난 온천이 두 곳이나 있고, 깊고 긴 계곡과 그 계곡을 끼고 있는 금강소나무, 그리고 늘 푸른 난대림이 있어 언제든 산림욕이 가능하다. 여기에 동해안의 관동팔경 중 두 곳이 울진 땅에 있을 정도로 풍광도 좋다. 이뿐이랴. 푸른 자로 그은 듯한 수평선의 바다가 있고, 그 바다에서 나는 대게가 한창 제철을 맞았다.
울진 겨울바다 |
해안드라이브로 맞는 울진의 바닷바람
동해 바다와 눈높이가 거의 같은 울진 해안도로 |
겨울에는 해수욕 대신 해풍욕을 즐기면 된다. 울진 겨울 바다를 제대로 느껴보려면 해안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울진 해안도로는 북쪽의 삼척이나 남쪽 영덕과는 조금 다르다. 울진의 해안도로는 울진 바다와 눈높이가 거의 같다. 다른 지역의 해안도로는 지형에 따라 해안도로의 높낮이가 다르지만, 울진의 지형은 오히려 지겨울 정도로 유순하다. 그래서 출렁거림 없이 바다를 가까이 끼고 이어진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끼고 즐기는 드라이브에 최적화돼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팁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운전대를 잡는 게 훨씬 좋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서면 반대편 차도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하지만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길은 오른쪽 차창 밖이 바로 바다와 이어진다. 울진 남쪽 해안가에 있는 월송정을 해안드라이브 코스의 기점으로 삼아 북쪽으로 드라이브를 추천하는 건 이런 이유다.
등기산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울진 해안도로 |
월송정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자주 끊겨 지도를 짚어가면서 7번 국도와 포구마을의 생활도로를 번갈아 가며 달려야 한다. 포구마을 도로로 접어들면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유유자적하면서 달릴 수 있다. 오른쪽 차창으로 푸른 물감이 스며든 화선지 같은 바다를 끼고, 왼쪽 차장으로는 바다를 앞마당으로 삼고 있는 낮은 담의 작은 해안가 마을을 두고 한껏 속도를 낮춰 달리는 기분이 제법 근사하다.
늦겨울 정취 가득한 불영사계곡과 불영사
불영사 계곡 |
이제는 산림욕 차례다. 울진은 백암산, 통고산, 오미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이 우뚝 서 있고, 산과 산 사이를 따라 계곡이 굽이쳐 흐른다. 이 계곡물이 다시 왕피천과 남대천으로 모여들고, 동해로 흘러가는 구조다. 때문에 수도권에서 울진으로 바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로 풍기 IC로 나와 경북 내륙의 산간도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영주와 봉화를 지나서 경북 내륙을 따라 달리는 36번 국도는 산간지역을 달리며 계곡미를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백미는 금강송면에서 울진까지 이어지는 불영사 계곡 구간. 수직으로 일어선 절벽 사이로 한쪽에 교각을 받쳐 세운 도로가 계곡길을 굽이치며 달리는 구간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높은 가드레일이 시선을 가리기는 하지만, 군데군데 세워놓은 정자 위에 올라서 웅장한 협곡을 굽어보는 맛이 훌륭하다.
불영사 불영지 위에 비친 모습 |
불영계곡의 중간쯤에 깊숙이 들어앉은 불영사의 늦겨울 정취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축산은 산세가 마치 인도의 천축산과 비슷하다. 사찰 서쪽에 부처 형상을 한 바위가 인근 연못에 항상 비친다고 해서 ‘불영사’라고 불렀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는 의상대사가 큰 연못에 있는 아홉 마리의 용을 쫓아낸 후 지어 구룡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절집 입구에서 아름드리 금강송과 굴참나무가 도열한 숲길을 따라 1km쯤 걸어 들어가면 불영사가 있다. 부처바위, 대웅전, 불영지, 응진전, 거북이 형상의 조각과 거북이 몸통은 불영사에서 꼭 보고와야할 것들이다.
겨울이면 빠질 수 없는 울진의 온천
덕구온천스파월드 노천탕 |
덕구계곡 상류에 자리한 원탕. 국내에서 유일한 온천용출수다. |
울진에는 이름난 온천이 두 곳이나 있다. 울진 북쪽 응봉산 자락에 있는 덕구온천과 남쪽의 백암온천이다. 덕구온천은 고려 말기 사냥꾼들이 상처 난 멧돼지가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치유되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온천을 발견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 덕구온천리조트가 있다. 대온천장과 스파월드, 프라이빗 스파룸, 숙박 시설을 갖춘 종합 온천 휴양지다. 콘도 건물 뒤편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원탕이 있다.
덕구온천리조트에서 매일 아침 7시에 원탕을 찾아가는 계곡트레킹을 진행한다. 덕구온천은 응봉산 중턱에서 솟구치는 국내 유일한 자연 용출 온천이다. 하루 2000여 t에 달하는 온천수가 쉼 없이 뿜어져 나오며, 보온 처리한 송수관을 통해 덕구온천리조트의 온천탕과 객실, 스파월드 등 전 시설에 100% 천연 온천수를 공급한다. 원탕에서 치솟는 온천수 온도는 42.4℃. 물을 데울 필요가 없어 자연 그대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덕구계곡의 선녀탕 |
남쪽에는 백암온천관광특구가 있다. 다친 사슴이 누워 자던 자리에서 온천을 발견했다는 전설이 있다. 조선 광해군 시절, 판중추부사 기자헌이 풍질을 치료하려고 평해(백암)에서 온천욕을 청했다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최근 실시한 수질 검사에서는 실리카 함량이 높아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도 탁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의 진가는 온천욕을 한 뒤에 드러난다. 온천탕에 들어서면 마치 비단을 두른 듯 매끄러운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몇 분만 온천욕을 즐겨도 이전보다 훨씬 촉촉하고 윤기 나는 피부로 변신한다. 동장군이 호령하는 날씨에도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성류굴 |
여행메모
- 가는길 : 수도권에서 울진까지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동해안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경북 내륙의 구불구불한 36번 국도를 따라가는 길이다. 동해안을 따라가는 길은 동해고속도로 동해~삼척 구간을 개통하면서 남삼척 IC까지 단번에 이어졌고, 경북 내륙으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던 36번 국도는 경북 봉화 소천면에서 울진 금강송까지 직선화 구간을 개통했다. 여기에 한국철도공사(KTX)가 경강선을 동해시까지 구간을 늘리면서 훨씬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