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속 조폭들은 왜 유독 '구찌'를 좋아하나요

영화 범죄도시3 속 악당들 구찌 의상 도배

前 디자이너 미켈레 '맥시멀리즘' 트렌드 영향

뱀·호랑이·벌 등 동물 프린트 문신과 매치

국내외 힙합 가수들 노래에 '구찌' 인용

구찌, 이미지 쇄신 위해 디자이너 교체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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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 스틸컷. (사진=범죄도시3)

Q.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는 영화 ‘범죄도시3’에서 조직폭력배 패션으로 온몸에 구찌를 착장한 모습이 여러 번 나오는데요. 온 몸에 문신을 한 남성이 구찌 가방을 옆구리에 낀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영상)으로 돌기도 해 웃음을 사곤 합니다. 많은 명품 브랜드 가운데 유독 구찌가 조직폭력배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범죄도시3’에서 구찌가 조직 폭력배들이 즐겨 입는 옷이란 고정관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브랜드 이미지 나락 보낸 책임으로 구찌가 범죄도시에 소송해야 할 판이죠.”


영화 ‘범죄도시3’가 전작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어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마다 주연 마동석뿐만 아니라 악당 역할과 감초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로 늘 화제가 되어왔는데요.


특히 이번 영화의 경우 관람객 사이에서 감초 캐릭터 ‘초롱이(고규필 분)’의 명품 패션이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초롱이는 극 중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제품을 자주 착용하고 나오는데요. 양팔을 휘감은 문신 위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구찌 티셔츠를 착용하는가 하면, 꽉 끼는 티셔츠에 형광색 반바지에 구찌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클러치를 든 모습은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밈 ‘문신 돼지’를 연상케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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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 스틸컷 배우 고규필(좌)과 온라인 상 떠도는 밈. (사진=범죄도시3, 디젤매니아커뮤니티)

구찌가 소위 ‘갱스터’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중심에는 구찌의 전성기를 이끈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게 패션업계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지난 2015년 구찌의 CD로 발탁된 미켈레는 침체일로를 겪던 구찌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은 인물로 유명합니다.


미켈레를 상징하는 ‘맥시멀리즘(화려하고 과장된 경향)’과 독특하고 튀는 디자인, 강렬한 로고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구찌는 당대 가장 트렌디한 명품으로 제2의 전성기를 쓰게 되는데요. 미켈레 부임 후 구찌는 2017년 에르메스, 2018년 샤넬을 제치며 2020년 브랜드가치 기준 1위 루이비통에 이은 2위 브랜드로 도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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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2017년 알렉산드로 미켈레 컬렉션. (사진=구찌)

미켈레는 가방과 의류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제품에 절반 이상을 구찌 로고로 뒤덮은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젊은 감성과 화려한 디자인에 깡패들도 매료됐던 걸까요. 특히 미켈레는 뱀, 호랑이, 나비, 벌 등 다양한 동물과 곤충을 디자인에 활용하며 밋밋한 디자인에 생명을 불어넣었는데요. 구찌만의 강렬한 동물 무늬는 깡패들이 몸에 새긴 다양한 문신과 함께 더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흔히 조폭들의 경우 주목받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하다”며 “당대 구찌가 강조해온 로고, 디자인에 젊은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찌는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자리잡힌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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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펌 ‘구찌 갱’ 뮤직비디오 캡처(좌)와 제시와 염따. (사진=유튜브 캡처)

구찌가 갱스터 브랜드의 상징이 되면서 유행을 선도하는 국내외 힙합 가수도 ‘구찌’를 직접 언급한 가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미국 힙합 아티스트 릴펌은 지난 2017년 ‘구찌 갱’이란 노래를 내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시도 같은 해 ‘구찌’라는 노래를 냈죠. 염따도 지난 2021년 구찌(9ucci)라는 제목의 앨범을 출시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디자이너 교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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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왼쪽)와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드 사르노. (사진=구찌)

하지만 미켈레의 디자인에도 명과 암이 있었습니다. 강렬한 스타일과 개성의 디자인이 인기 요인이었지만 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찌를 멀리하기 시작한 거죠. 특히 깡패나 소위 ‘일진’이 찾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구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굉장한 타격을 입은 셈이죠.


앞서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도 구찌와 같은 수난을 겪은 바 있습니다. 2000년대 버버리는 일명 ‘차브(농촌 하층 계급 출신의 일탈 청소년 또는 젊은이)족’이 애용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화하면서 매출이 급감합니다. 이후 버버리는 차브족이 애용하던 야구모자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죠.


구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로 지난해 11월 디자이너 전격 교체를 결정한 거죠. 미켈레는 2002년 이후 구찌에 발을 들인 이후 20년 만에 구찌를 떠나게 됐습니다. 이후 구찌는 지난 1월 30대 신진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를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은 “미켈레가 7년간 구찌의 창조적 엔진을 담당한 뒤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며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구찌의 재점화를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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