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굽이 돌수록 '점입가경'… 오지 중의 오지 '덕풍계곡'

여행

강원도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산세 험하기로 소문난 악산 '응봉산'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도 몰라

낙엽서 우려난 묘한 갈색빛 계곡물

한 굽이마다 '우와', 탄성 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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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산장에서 제1용소로 들어가는 덕풍계곡 초입.

응봉산(999m). 강원 삼척과 경북 울진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정상 높이는 1000m에서 딱 1.5m가 모자라는 998.5m. 산세가 험하기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악산 중의 악산이다. 이 산의 동쪽과 서쪽 기슭에는 큰 골짜기가 하나씩 있다. 울진 땅 동쪽에는 온정골이, 삼척에 속하는 서꼭에는 용소골이 있다. 온정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천연 노천온천인 덕구온천 원탕을 품은 바로 그 계곡이다. 온정골의 일부인 덕구계곡에는 서강대교, 금문교, 하버브리지 등 세계 각국의 명물 다리 12곳을 그대로 본뜬 다리가 있다. 한 차례의 짧은 트레킹만으로도 여러 나라를 여행한 듯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계곡 길도 비교적 평탄하고 순해 아이들과 함께 걷기 좋다. 덕구계곡과 온정골만 보면 응봉산은 보기 드문 악산임을 실감하기 어렵다. 응봉산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악산 중 하나인 까닭은 순전히 용소골 때문이다.

산세가 험하기로 소문난 악산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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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산장에서 제1용소로 들어가는 덕풍계곡 초입

용소골은 덕풍계곡의 상류다. 용소골은 문지골을 만나 덕풍계곡을 이루고, 덕풍계곡은 동활계곡과 합쳐져 가곡천이 된다. 가곡천 물길이 동해로 흘러드는 하구에는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마이클 케나와 대한항공의 저작권 소송으로 유명해진 ‘솔섬’이 있다. 솔숲으로 뒤덮인 솔섬뿐 아니라, 가곡천 유역 산자락에는 유달리 소나무가 많다. 덕풍계곡을 품은 응봉산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금강송이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 금강송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에도 대들보로 썼다. 일제는 아예 산림철도를 부설해 선박용 목재로 반출했을 정도다. 1939년 덕풍계곡에서 동해안 호산항 사이 41㎞ 구간에 건설한 이 철도는 59년 태풍 사라로 유실될 때까지 사용했다.


덕풍계곡의 정확한 위치는 각고면 풍곡리다. 여기서 덕풍교를 건너면 덕풍계곡 진입로다. 콘크리트 포장도로인 진입로는 승용차 2대가 간신히 교행할 만큼 비좁다. 도로 양쪽으로는 덕풍계곡 물길과 가파른 암벽이 줄곧 이어진다. 얼마나 외진 마을이었으면 6·25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도 마을이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제는 입구부터 마을까지 콘크리트와 보도블록으로 길을 내 차가 쉽게 들어갈 수 있다.


길은 덕풍교에서 5km쯤 떨어진 덕풍산장 앞에서 끝난다. 작은 배낭에 간식과 생수를 챙겨 넣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맨 다음 트레킹을 시작했다. 산장에서 340m쯤 걸어가면 용소골과 문지골이 하나가 되는 합수 지점이다. 여기서 직진하면 용소골이고, 오른쪽으로 물을 건너면 문지골이다.

전쟁도 피해간 오지 중의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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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덕풍계곡 제1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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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계곡 제1용소를 지나 제2용소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용소골에는 용소가 3개가 있다. 덕풍마을에서 1.5km 지점의 제1용소, 다시 1.5km 지점의 제2용소는 트레킹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덕풍마을에서 제2용소까지는 안전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초보자도 수월하게 계곡을 탐방할 수 있다. 제 3용소 장장 3㎞에 달한다. 전문 산악인도 힘들어하는 코스다. 이 용소에는 재미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신라 진덕왕 때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나무로 만든 기러기 세마리를 날렸다. 한마리는 울진의 불영사에, 또 한마리는 안동 흥제암으로, 마지막 한마리는 덕풍계곡 용소에 떨어졌다. 이후 용소골 일대가 천지개벽하며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초보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등산객은 제1용소까지만 걷는 게 좋다.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제2용소까지는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다. 산행 경험이 풍부하다면 제3용소를 거쳐 응봉산 정상까지도 밟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제2용소까지만 길을 개방했다. 물론 이 구간만으로도 덕풍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하다.


재밌는 사실 하나. 용소골 계곡물은 일반 계곡물과는 다르다. 진한 갈색을 띤다. 그래서 수심이 실제보다 훨씬 더 깊어 보인다. 제1용소나 요강소는 약간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 이유는 물속에 잠긴 낙엽에서 우러난 타닌 성분 때문이다. 물빛은 다소 칙칙해 보일지라도, 수질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이 1급수 청정수다.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점입가경에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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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계곡 제1용소를 지나 제2용소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용소골 초입은 물길 양쪽으로 깎아지른 암벽이 늘어선 협곡이다. 물길 바닥의 경사는 완만하지만, 물길을 에워싼 암벽은 거의 수직에 가깝다. 위험 구간에는 대부분 철제계단이나 난간을 설치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한 폭의 산수화 속 아름다운 풍경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는 언제든 시원한 계류에서 몸을 적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없이 유쾌하다.


계곡 풍경은 문자 그대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사람들은 한 굽이를 돌아설 때마다 ‘우와’하는 탄성을 연발했다. 가장 먼저 만나는 폭포는 제1용소다. 검은 벽이 소를 둘러싸고 있어 은밀하고 압도적이다. 물의 거대한 연주 홀 같은 곳이다. 예부터 이곳에 가뭄이 들면 개를 죽여 그 피를 이곳에 뿌렸다고 한다. 그런 기이한 믿음을 갖기에 충분히 신비스러운 공간이다. 용소 위로 흐르는 폭포 소리 또한 제법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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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계곡 제1용소를 지나 제2용소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제2용소까지 이어주는 길은 옆으로 늘어선 거대한 암벽이 늘어서 있다. 제1용소를 지나면 계곡과 계곡이 이어지고, 한 굽이를 돌고 다시 한 굽이를 돌면 만나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제2용소 가는 길에는 제법 수심이 깊은 곳도 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방향이다 보니 협곡은 점점 거칠어진다. 편안히 걸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그랜드캐니언처럼 협곡의 벽이 높다. 거인 같은 바위협곡이 뱀처럼 몸을 휘감아 돈다. 좁은 협곡을 지나느라 물은 빠르고 거칠다. 협곡을 타고 돌면서도 감탄사는 끊이지 않는다. 뱀처럼 섬세한 피부를 가진 듯 협곡에 담긴 비경이 촘촘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벽은 온통 붉은빛이다. 오히려 위협적이라기보다 매혹적이다.


굵직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거친 물소리가 들린다. 2용소다. 폭포 위에서 보니 물살은 괴성을 지르며 8m 높이에서 괴물처럼 떨어지고 있다. 아래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소가 있다. 철제 계단을 따라 폭포 아래로 내려선다.


철제 계단을 따라 폭포 아래로 내려선다. 폭포 아래서 바라본 그 위용은 더 대단하다. 지난 밤 내린 비로 수량이 많아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굉음을 내고 하얀 물보라가 날린다.


일부 산악인들은 덕풍계곡을 국내 3대 계곡으로 꼽기도 한다.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 설악산의 천불동계곡 중 한 곳을 뺄 정도로 덕풍계곡의 경관이 수려해서다. 그 만큼 덕풍계곡의 경관은 빼어나다. 단, 올여름 찾아간다면 심심찮게 익사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니, 계곡 수위를 꼭 확인하고 트레킹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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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계곡 제2용소와 폭포

여행메모

  1. 가는길 : 자가용 차량의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제천, 영월, 태백을 지나 풍곡으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으로 접근 시 태백을 거쳐 가는 것이 편하다. 태백에서 호산ㆍ풍곡리행 버스를 타고 덕풍계곡 입구에서 하차한다. 덕풍마을에서는 주차장까지 6km를 임도 따라가야 한다. 삼척시는 최근 덕풍마을에서 덕풍산장까지 승합차를 운영하고 있다. 1인당 편도 2000원이다.
  2. 먹을곳 : 산행 후 덕풍산장으로 다시 내려온다면 토종백숙을 예약해 두자. 시골 토종닭 한 마리를 푹 고아 나오는데 성인 4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인근의 논골식당에서도 토종백숙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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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계곡 제1용소를 지나 제2용소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삼척=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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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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