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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산반도는 기억한다

by이데일리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새긴 땅의 기억

내변산·외변산 둘러친 전북 부안땅

수만권 책을 쌓아놓은 듯한 채석강

화강암·편마암 위 퇴적암으로 성층

외변산 대표 물줄기 30m '직소폭포'

주상절리 떨어져 나와 장관 만들어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채석강으로 유명한 변산반도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비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서쪽 해안의 전북 부안 땅에 변산면·하서면·상서면·진서면에 걸쳐 있다. 면적으로는 약 157㎢이다. 1971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8년 6월 11일 국립공원으로 승격했다. 내변산 지역엔 숱한 바위골짜기를 품은 수림 빼곡한 산봉우리가 솟았고, 외변산 해안으로는 아담하고 완만한 해수욕장들이 숨어 있다. 산과 해변 사이, 선인들 발자취 즐비한 마을에는 즐길 만한 체험거리도 차고 넘친다. 산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 내는 풍경이 빼어나고 해서 ‘산해절승’으로 이름을 떨친 반도의 땅이 바로 변산이다. 수천만년 동안 겪어 온 자연의 역사가 살아 숨쉰다.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땅이 기록한 일기를 엿보다 ‘격포해안’

외변산을 대표하는 명승지는 격포일대다. 채석강과 적벽강이 제법 이름났다. 채석강은 독특한 해안 절벽 지형을 형성한 곳이다. 화강암과 편마암 위에 퇴적암이 성층을 이루며 책을 수만 권 쌓아놓은 듯 멋진 풍광을 만들었다. 중국 당나라 이태백이 즐겨 찾은 채석강과 유사하다고 ‘채석강’이라 이름 붙였으며, 적벽강과 함께 명승 13호로 등재됐다.


이곳을 중심으로 격포항 남쪽의 봉화봉 북쪽 해안절벽과 북쪽에 있는 죽막(적벽강) 해안까지가 해안절벽이다. 물이 들고 날 때를 기다려 바위에 올라서려는 사람들로 늘 번잡하다. 특히 해질 무렵의 채석강과 적벽강의 경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이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비밀을 풀기 위해선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이 번식했던 중생기 백악기로 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전인 한반도 남동쪽, 그러니까 지금의 경상도 일대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호수가 있었다. 남북으로 길이가 약 200㎞, 동서 방향으로는 너비 100㎞가 넘었을 것이라는 게 지질학자들의 의견이다.


이 호수 중앙에 또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학자들은 이 호수를 ‘경상호수’라고 부른다. 이 호수 서쪽 가장자리에는 여러 개의 선장지가 발달했고, 이 선상지를 벗어난 강이 구불구불 호수로 흘러들어왔다. 강 주변의 넓은 평원에는 범람원이 많아 뻘밭과 습지가 많았다. 경상분지만큼 크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양의 작은 분지들이 서쪽, 지금의 전라도와 충청도에 10여개가 분포하고 있었다. 이 호수 중에는 마이산을 만든 진안분지, 공룡화석지로 유명한 해남분지,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격포분지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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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포분지에도 자그마한 호수가 있었다. 남북으로 길이가 약 10㎞였다. 이 호수의 바깥쪽에서는 가끔 화산활동이 일어났고, 홍수가 나면 급한 산서면을 따라 커다란 자갈들이 밀려왔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호수 밑바닥에 가는 입자들이 천천히 쌓였지만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할 여름이면 커다란 자갈들이 빠르게 호수로 밀려 들어와 먼저 쌓여 있던 지층을 깎아내거나 변형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격포해안이다. 이 땅의 겪어 온 과정을 그대로 기록한 이 땅의 일기인 셈이다.

숲을 가르는 청아한 물소리 ‘직소폭포’

새만금과 채석강 등 해안지역이 외변산이라면 직소폭포와 월명암 등의 산악지역은 내변산으로 분류된다. 내변산은 여러 개의 작은 산이 어깨를 맞대며 변산의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곳. 그 안에 많은 폭포와 맑은 계곡이 숨쉬고 있다. 그 중 최상류 신선샘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직소폭포와 분옥담, 선녀탕 등의 절경을 이루며 흘러가는 봉래구곡은 여름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다.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그렇다면 내변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일대는 백악기 부안화산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산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께 약 400m의 변산응회암은 다양한 크기와 방향의 주상절리가 잘 발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상절리는 화산에서 분출돼 지표에 두껍게 쌓인 뜨거운 화성쇄설물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내변산은 매끄럽고 돌출된 산사면에 수직단면이 발달한 특징이 있는데, 이는 주상절리의 절리면을 따라 주상절리들이 떨어져나온 결과다. 특히 직소폭포는 주상절리들이 떨어져 나와서 만들어진 여러 암벽단애를 따라 물이 흘러 만들어진 부안 땅의 또 다른 기록이다.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내변산분소에서 직소폭포까지 2㎞ 남짓 물길을 따라가는 숲길은 변산반도 최고의 탐방로다. 볼거리가 많고 비교적 험하지 않아 온 가족이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왕복 1시간30분~2시간. 신라 때 창건되고 조선 때 중창됐다가 한국전쟁으로 불탄 실상사(옛 변산 4대 사찰 중 하나) 터를 거쳐 제5곡 봉래곡을 지나기까지 약 1㎞는 널찍한 평지 숲길이다.


산중호수인 직소저수지(직소보) 전망대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우람한 내변산의 암릉들과 잔잔한 물이 어우러지며 산상 호수를 이루고 있다. 봉래구곡의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물막이(보)를 만들면서 형성된 인공호수다. 인근에 부안댐이 조성되면서 상수원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기능성만 강조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직소보에서 직소폭포가지는 지척이다. 선녀탕을 거쳐 분옥담 위쪽에 설치한 전망대까지 이르는 길은 내내 울창한 숲속으로 오르내리는 나무계단길과 흙길이다.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숨이 턱에 찰 때쯤 목재데크로 만들어진 직소폭포 전망대와 만난다. 멀리 30m 가까운 수직단애에서 쏟아지는 직소폭포가 장관이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길은 암반을 따라 돌고 흘러 크고 작은 폭포와 투명한 소들을 이루는 분옥담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봉래구곡이다. 거센 물줄기가 펼쳐내는 역동적인 아름다움과 소와 담, 그리고 호수 등에 잠긴 잔잔한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다.


직소폭포란 하나의 폭포를 이르는 말이 아니라, 그 물줄기기가 만들어낸 봉래구곡의 모든 풍경을 통칭한 말인 것이다. 전망대 위쪽에 직소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다. 다소 험한 바윗길이다. 널찍한 소로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직소폭포의 위용을 바로 만날 수 있다. 물에 젖은 바위가 대단히 미끄러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억겁세월 땅' '화산속살 물'…변

여행정보


△가는 길=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부안나들목에서 나가 부안읍 거쳐 변산반도로 간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천안논산고속도로~공주서천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부안나들목에서 나간다.


△먹을 곳=포항 부근에 먹을 곳이 여럿 있다. 수협횟집의 명품물회가 제법 유명하다. ‘오죽’도 여름 별미로 많이 찾는다.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갑오징어의 먹물로 끓이는 죽인데, 담백한 맛에 영양 가득해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이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이색 음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묵을 곳=격포에 대명리조트가 있고 모텔도 모여 있다. 하지만 변산반도의 펜션·모텔들은 여름 성수기 숙박료가 매우 비싸다. 부안읍내 모텔들을 이용하는 게 낫다.


△해수욕장= 변산·고사포·격포·상록·모항해변 등 5개의 해수욕장이 변산반도에 있다. 대표 해변인 변산해수욕장 뿐만 아니라 5개 해수욕장 모두 여름 성수기에는 많이 붐빈다. 그중 모항해변은 작은 규모지만 부안군 직영 해변으로, 입장료·자릿세·주차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안=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