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만에 얼굴 진단”…편의점 ‘뷰티숍’ 시대 열렸다[르포]
GS25, AI 뷰티 진단 기기 업계 첫 매장 도입
추천 화장품 14종 매대 연동…즉시 구매 가능
외국어·QR 리포트 지원…관광객 체험도 늘어
세븐·CU 체험 콘텐츠 확대…신소비 접점 경쟁
“25% 강아지상“, ”67% 좁은 코폭“, ”54% 웜톤”
자판기처럼 생긴 인공지능(AI) 뷰티 디바이스 앞에 서자 단 3초 만에 얼굴이 숫자로 정리됐다. 피부색·얼굴형이 실시간 스캔되더니, 곧 화면에는 ‘스프링 웜’이라는 퍼스널컬러 결과가 떴다. ‘따뜻하고 밝은 봄의 색이 잘 어울린다’는 설명과 함께 추천된 입술 컬러 상품은 ‘멜바 시럽’. 눈매·입술·코폭·비율까지 면밀히 분석하는 이 디바이스가 설치된 곳은 뷰티숍도 올리브영도 아닌 GS25다.
![]() 서울 GS25 뉴안녕인사동점에 설치된 AI 뷰티 디바이스 앞에서 기자가 퍼스널컬러 진단을 체험하고 있다. 얼굴을 3초간 스캔해 피부톤·눈매·얼굴형 등을 분석해준다. (사진=한전진 기자) |
편의점에서 AI 뷰티 기기의 정밀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최근 방문한 서울 GS25 뉴안녕인사동점에는 퍼스널컬러 분석과 화장품 추천이 가능한 AI 디바이스가 설치돼 있었다. 편의점에 이 같은 뷰티 기기가 도입된 건 처음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뉴안녕인사동점은 △포토카드 인화기 △고피자 로봇 △라테아트 머신 등 이색 콘텐츠를 갖춘 체험형 매장이다.
디바이스는 얼굴을 3초간 스캔해 퍼스널컬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색조 제품을 추천하는 구조다. 약 500만 화소의 QHD(2560×1440 해상도) 고화질 카메라로 피부 밝기, 명도, 색온도 등을 정밀 측정한 뒤, 계절별 톤에 따라 어울리는 블러셔·립 컬러 등을 제시한다. 추천 제품은 ‘무신사 위찌’, ‘손앤박 하티’ 등 GS25 전용 브랜드다. 총 14종이 매장 내 전용 매대에 진열돼 있다.
퍼스널컬러뿐 아니라 얼굴형에 대한 분석도 제공한다. 기자는 눈 형태가 ‘강아지상’(25%), 코는 ‘좁은 코폭’(67%), 입술은 ‘얇은 입술’(14%)로 진단받았다. 상·중·하안부 비율과 눈동자 크기, 얼굴 윤곽 등도 수치화해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메이크업·헤어·쥬얼리 스타일까지 추천한다. 모든 분석 결과는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리포트로 저장할 수 있어, 이후 쇼핑·스타일링에 참고할 수 있다.
![]() AI 뷰티 디바이스 진단 결과 화면. 눈매·코폭·입술 두께 등의 얼굴형 분석과 함께 퍼스널컬러 결과, 어울리는 색조 제품 정보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짧은 시간 안에 얼굴을 정리해주는 경험은 신선했다. 색조 제품을 사용하진 않지만, 얼굴형과 비율 분석은 참고할 만했다. 특히 진단 결과와 연동된 화장품이 바로 옆에 진열돼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구매 가이드 역할도 가능해 보였다. AI 기기·전용 제품 간의 유기적 연결이 돋보였다. 현재는 8월 한 달간 무료 체험이 가능하며, 이후에는 1회 2000원의 요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입소문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 특성상, 이날 매장에는 기기를 체험하는 관광객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디바이스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지원해 접근성을 높였다. 조작이 직관적이라 외국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GS25에 따르면 AI 뷰티 디바이스는 도입 10일 만에 약 500명이 이용했으며, 하루 최대 100명을 넘긴 날도 있었다. GS25 관계자는 “고객 반응이 예상을 웃돌고 있어 도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GS25 AI 뷰티 디바이스의 분석 화면, QR을 이용해서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
GS25는 AI 뷰티 디바이스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9월 강남동원점에 두 번째 기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 연내 총 10개 매장 확대가 목표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뷰티를 새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관련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GS25의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5.6% 늘며, 2022년(22.4%), 2023년(37.9%)보다 증가 폭이 더 커졌다.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체험과 콘텐츠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은 이제 편의점 업계의 기본 공식이다. 세븐일레븐은 패션·뷰티를 중심으로 한 특화 매장 ‘뉴웨이브’를 늘리고 있고, CU는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일부 점포에 즉석 타투 프린팅 기기를 도입했다. GS25 역시 AI 뷰티 디바이스를 비롯해 포토카드 인화기, 키오스크 기반 추첨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이어가는 중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제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단계”라며 “AI 뷰티 디바이스처럼 체험과 구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도는 향후 편의점의 서비스 전략 전반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GS25 직원이 AI 뷰티 디바이스 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퍼스널컬러 분석 결과에 따라 맞춤형 색조 제품이 추천된다. GS리테일은 호환 화장품 품목을 늘려갈 계획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
저작권자 © 이데일리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