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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뭍이 된 섬 '계화도', 바다 잃은 어부에게도 봄날은 온다

by이데일리

육지가 된 섬 전북 부안 계화도

韓 1호 간척사업 '계화도 간척공사'로 육지돼

계화산 오르면 고군산군도 한눈에 들어와

둑 따라 늘어선 방풍림, 붉은 일출 장관

이데일리

해뜰 무렵 계화도 조류지에 비친 방풍림 전경

전북 부안. 예부터 바다와 산이 이루는 빼어난 풍광과 비옥한 토지로 유명한 고장이다. 조선 영조 때 암행어사 박문수는 “어염시초(魚鹽柴草, 물고기·소금·땔나무)가 풍부해 부모를 봉양하기 좋으니 ‘생거부안(生居扶安)’이로다”라고 극찬을 했을 정도였다. 부안의 여러 명소를 뒤로 하고 이번에 다녀온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인 ‘계화도’(界火島)다.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계화도는 원래 섬이었다. 해방 이후 가장 큰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됐다. 운암댐을 막아 섬진강 물을 청호저수지로 끌어들여 경작했고, 또 그 댐의 수몰민 2700여 세대를 이곳으로 이주시켰다. 봄기운 가득한 4월 초, 계화도 역시 봄꽃에 잠든 듯 조용해 보인다.

진짜 육지가 된 섬 ‘계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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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무렵 개화도 조류지와 가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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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게 펼쳐진 계화도 간척지에 핀 유채꽃과 계화정

부안에서 계화면사무소를 지나 방조제를 건너면 광활한 농경지가 펼쳐진다.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가을에는 잘 익은 벼들이 황금 들녘을 이루고,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광활한 평야를 가득 채운다. 계화평야 가운데 조봉산이라는 조그만 산이 있는데, 그 정상에는 팔각형의 정자가 있다. 계화정이다. 계화정 바로 밑에 있는 기념비, 다시 그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준공기념탑, 사업 안내판 등에는 계화도 지구 농업종합 개발사업과 관련한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고,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서슴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주 되새긴 말이다.


계화도 간척지 조성사업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시작했다. 섬이었던 계화도와 육지인 부안군 동진면을 2개의 방조제로 연결했다. 이후 방조제 안쪽에 동진강으로 흐르게 한 섬진강물을 가둬 청호저수지로 만들었고, 도수로를 놓아 국내 최대 쌀 생산지로 만들었다. 이 땅에 1978년부터 쌀을 생산했는데, ‘계화미’라는 상표로 명성을 얻었다. 바다를 잃은 대신 쌀을 얻은 것이다. 개펄 대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농지가 들어선 이유였다.


이곳에 터를 잡은 주민들도 가슴 아픈 사연 하나씩은 품고 있다. 이곳 주민은 전북 임실과 정읍에서 온 수몰민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고향은 1928년 준공된 운암저수지와 1965년 완공된 섬진강 다목적댐, 그리고 섬진강댐 정상화 사업까지 세 차례에 걸쳐 물속에 잠겼다. 수몰민들도 세 차례에 걸쳐 이주해야 했고, 옥정호 수몰민에 대한 이주 대책으로 내놓은 사업이 바로 ‘동진강 수리 간척사업’, 계화도 간척사업이었다.


계화정을 나와 다시 서쪽으로 달리면 육지 끝에 계화도가 있다. 대규모 간척공사로 뭍이 되어 버린 섬이다. 바다를 내준 어부들은 그나마 살아남은 개펄에서 백합조개나 캐며 연명해왔다. 최근 계화도는 또 한번 죽었다.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끝나면서 부질없는 뭍과 물의 경계도 깨끗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계화산 정상에 올라 고군산군도를 내려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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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도 계화산 정상에서 바라본 계화간척지의 광활한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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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출 무렵 계화도 조류지에 비친 방품림을 찍기 위해 출사객들이 계화도를 찾고 있다.

계화산의 정상인 매봉을 찾는다. 양지마을에서 올라야 그래도 빨리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른다. 계화산은 높이가 246.3m로 높지 않지만 해수면에서부터 시작하는 곳이라서 조금은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층계가 많아서 쉬엄쉬엄 오르는 것이 좋다. 정상에 서면 고군산군도, 위도, 칠산바다, 변산이 내려다보인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장항제련소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정상에는 계화봉수대가 있다. 격포 월고리 봉수대의 봉수를 받아, 만경현의 길고지 봉수로 이어지는 역할이었다. ‘호남읍지’에는 북쪽으로 옥구현 화산(火山) 봉수로 연결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안의 봉수는 왜구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다. 왜구는 격포 앞바다를 통해 고군산을 지나면 강화도에 쉽게 닿을 수 있었다. 그러면 한양이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이곳 부안 봉수의 역할이 중요했다.


6.25 한국전쟁 전까지 계화도 사람들은 매년 삼일절마다 이곳에서 봉화를 올렸다. 또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를 여기서 지내기도 했다. 기우제를 지내면 신통하게도 비가 내렸다. 돌무더기만 남아 훼손 방치된 봉수대를 1995년 새롭게 복원했지만, 고증절차 없이 공사해서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지는 못했다. 연대위로 올라가는 출입시설도 만들지 않아 올라가는 계단이 없고 연조(아궁이)를 5개가 아니라 한 개만 만들었다.


매봉 정상에서는 신석기 시대 유물도 발견됐다. 칡을 캐러 간 청년이 계화산에 올랐는데, 봉수대가 있는 자리에서 돌칼 하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내친김에 3~4일 정도 땅을 파니 빗살무늬 토기와 화살촉, 숫돌, 옥도끼 등 20여점을 더 캐냈다. 캐낸 유물들은 전주시립박물관에 기증했고, 전문가들의 조사로 신석기 시대 유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계화도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서해에서 보기 힘든 분위기 있는 일출을 볼 수 있어서다. 동해의 일출이 수평선에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풍경이라면 계화도에서는 방죽(둑)을 따라 늘어선 소나무 사이로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소나무 사이를 헤치고 붉게 하늘을 물들이는 일출은 바다에서 바로 해가 뜨는 풍경과는 다른 운치를 선보인다. 코 끝을 에이는 차가운 공기마저 잊게 만드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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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평야 가운데 서 있는 계화정에는 계화도 지구 농업종합 개발사업과 관련한 박정희 대통령의 휘호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여행팁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안전여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여행 전에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여행계획 수립 △사람이 덜 밀집한 여행장소 선정 △마스크, 휴대용 손세정제 등 준비 △개인용 휴대용 컵과 상비약 준비 △여행지 폐쇄 여부 확인 △확진환자 이동경로 확인 등이다. 여행 중에는 △적절한 휴식 △물을 자주 마시고 익히지 않은 음식 주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시 여행 중단 권고 등이다. 여행 후에는 △확진환자의 이동경로와 날짜가 겹칠 경우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관할 보건소에 상담 후 조치하기 등이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