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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법과사회

태구민·고민정도 입건…선거법 까다로운 이유는

by이데일리

태구민, 고민정 등 당선인 94명 입건

"호별방문", "주민자치위원 운동" 위반 혐의 각양각색

과거 불법 선거운동 비일비재, 까다로운 법률 정착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한국의 선거운동은 까다롭습니다. ‘선거운동’의 개념을 법률로 지정해 그 기간과 방법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방식은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같은 복잡한 공직선거법 규정은 지역주민에게 ‘한턱’을 내는 후보자가 당선에 유리한 금권정치 관행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접 뽑던 1995년까지도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 등 시민들의 정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법률상의 특징도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이 활발하게 진행돼, 검찰은 21대 국회 당선인 가운데 모두 94명을 입건해 일부는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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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주민자치위원이 선거운동” 선관위에 고발당한 고민정

각종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로 입건된 이들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이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서울 광진을), 미래통합당 태구민(서울 강남갑) 당선인입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출마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고 당선인은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지지 발언을 동의 없이 선거 공보물에 담아 배포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60조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법 1항에는 “통·리·반의 장 및 읍·면·동주민자치센터에 설치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의 선거운동을 금하는 것은 지역 공직자의 성격을 가진 이들이 선거 결과에 불공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집권 정치세력이 ‘관제 선거’로 권력을 연장한 역사적 선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한 자는 벌칙규정인 제255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공직선거법상 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됩니다. 고 당선인 혐의가 유죄로 판결될 경우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셈입니다.


소방서 찾으면 안되는 이유..“호별방문 위반”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선거 출마해 화제를 모았던 태 당선인도 소방서를 찾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태 후보를 고발한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신승목 변호사는 태 후보가 지난달 4일 선거 유세복장으로 강남소방서 서장실과 직원 회의실을 찾은 것이 불법선거운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106조는 ‘호별방문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가 아닌 개인 가정집과 같은 특정장소를 찾아 선거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운동원이 가정집을 찾아 대놓고 돈봉투를 건네거나 ‘가가호호’ 음료수, 생필품 등을 돌리던 과거 선거의 악습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이 규정 역시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쉽게 나오지 않는 당선무효형

다만 두 당선인 혐의가 법정에서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20대 국회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을 잃은 이들의 경우 대부분 거액의 선거자금 불법융통 등 혐의로 기소된 경우였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최종 벌금 80만원형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했습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구역에서 명함을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벌금 90만원형에 그쳐 의원직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송 의원 사건 2심 재판부는 “당시 상황과 위법성의 정도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한다”고 밝혔는데 위법성이 중하지 않은 경우 재판부 역시 입법기관 공백 등을 우려해 의원직 상실형을 쉽게 내리지 않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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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14명이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이 가운데 10명이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상실자가 1명도 없었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대조를 이뤘습니다. 현직 의원의 직위 상실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합니다. 지난한 공판 과정을 거쳐야 하고, 당선 무효가 학정되면 재선거도 치러야 합니다. 이미 수십건의 고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백해무익한 현직의원의 직위 상실이 이번 국회에서는 최소화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