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시끄러’...네티즌들은 제2의 깡을 찾는다

[컬처]by 이데일리

'깡' 이후 제아 '후유증', 유키스 '시끄러'도 역주행

알고리즘 이용해 밈(meme)화할 노래 찾아다니는 네티즌들

전문가 "밈화는 이제 콘텐츠 소비 방식...유행 이어질 것"

“망한 조별과제를 무대로 표현한 것 같다” -제국의 아이들 ‘후유증’ 무대 댓글 >中

“뭐야...지가 제일 시끄러우면서...” -유키스 ‘시끄러’ MV 댓글 中

최근 남들 앞에서는 듣기 부끄러운 노래로 불렸던 일명 ‘숨어 듣는 명곡’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의 ‘깡’을 시작으로 제국의 아이들 ‘후유증’, 유키스 ‘시끄러’, 틴탑 ‘향수 뿌리지마’ 등이 그 대표적인 예. 이 곡들은 최근 유튜브를 중심을 재조명을 받기 시작해 실제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는 등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촌스러운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남들 앞에서 듣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던 노래들이 다시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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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에서 영상의 재치있는 댓글을 모으는 댓글모음집 영상이 유행하고 있다.(사진=유튜브 '레전드댓')

'밈'으로 깡 뜨자 알고리즘으로 후유증, 시끄러도 주목

유튜브의 댓글 문화로부터 촉발된 ‘밈(meme)’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밈이란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가 최초로 사용한 단어로, 누군가를 모방하면 자신에게 전달되는 ‘모방의 단위’를 뜻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계에서는 ‘유행하는 특정 요소를 재가공해 대중에게 다시 제공하는 콘텐츠’로 의미가 바뀌었다. 이 밈 현상이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대중문화로의 유행까지 선도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가수 비의 노래 ‘깡’이 우스꽝스러운 춤과 노래 가사로 유튜브에서 웃음 요소로 활용되면서 화제가 됐고 이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와 CF 출연으로 발전된 것이 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요즘 유튜브 이용자들은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깡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일명 ‘깡고리즘’이라고 불리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활용해서다.


유튜브는 자신이 시청한 영상과 연관성이 높은 영상을 사용자에게 추천한다. 깡을 시청한 사람들은 제국의 아이들의 ‘후유증’, 유키스의 ‘시끄러’ 등 밈화할 요소가 있는 영상을 공통으로 추천받는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노래에는 사람들이 모여 영상의 안무나 가사를 이용한 댓글 놀이가 성행한다. 남들보다 재치있는 댓글을 달면 많은 수의 추천을 받아 댓글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탓에 항상 아이디어가 넘치는 댓글이 게시된다.


영상에서 화제가 된 웃긴 댓글들은 이를 모아 정리하는 영상으로 다시 제작돼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다. 실제로 제국의 아이들 ‘후유증’ 레전드 댓글 모음집 영상은 조회수 250만회, 유키스의 ‘시끄러’ 댓글 모음집 역시 40만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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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의 인기에 유키스의 멤버 수현씨는 인기 웹예능 '문명특급'에도 출연했다.(사진=유튜브 '문명특급')

20대들 학창시절 노래 유행에 웃음에 반가움까지

하루에 한 번씩 ‘깡’ 무대를 보는 ‘1일1깡’을 하다 ‘1일1시끄러’로 넘어왔다는 방현주(여·27)씨는 요즘 유튜브의 댓글 모음집을 보는 것이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는 “처음에는 깡 무대의 댓글이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청하게 됐는데 이제는 다른 웃긴 댓글 모음집도 찾아다니고 있을 정도”라면서 “유튜브에는 서로 시비걸고 눈살 찌푸려지는 댓글만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영상에는 서로 웃음을 줄 수 있는 댓글만 다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20대 중후반에는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해당 세대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유행했던 곡들이 밈화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주정민(28·남)씨는 “요즘 밈화되는 옛날 아이돌 노래에는 최근의 아이돌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묘한 촌스러움이 있어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 한다”면서 “과거에 소소하게 인기 있던 곡들이 이를 계기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반갑다”고 이야기했다.

전문가 "밈화는 이제 정착단계....유행은 계속될 것"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밈화가 그동안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패러디 영상이 조금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그동안 인터넷에서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그것을 복제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서 만드는 콘텐츠를 올리는 행위가 반복됐다”면서 “최근의 밈화 역시 기존에 있던 콘텐츠를 다시 현대에 끌고 와서 가치를 새롭게 재평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밈화현상을 이끌어가는 콘텐츠는 대략 2000~2010년대 선보인 것들이 많다.


정 평론가는 "유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젊은 세대의 포괄적인 공감이 필요한데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기가 바로 그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잊힐뻔한 콘텐츠를 거꾸로 갖고 와서 다시 제공하는 생산자의 역할도 하고 있다”면서 “밈화가 온라인상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2020.07.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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