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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빙그레우스'·'심삿갖'...
변화하는 기업 마케팅

by이데일리

빙그레 '도른자 마케팅', 업계 전반으로 확산

너도나도 브랜드 페르소나·세계관 만들기에 집중

MZ세대 취향 저격한 마케팅 방식

그레왕국은 빙그레오우너 더 마시스의 통치력으로 번영을 누렸으나 그 또한 왕위계승 시기를 맞는다. 허나 그는 하나뿐인 자식 빙그레우스에게 섣불리 왕좌를 내어줄 마음이 없었다. 이에 빙그레오우너 더 마시스는 메로나 공작으로 변장하여 빙그레우스의 자질을 시험했으나, 빙그레우스의 선한 마음은 오우너의 인정과 민심을 모두 얻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새 왕관과 이름을 수여 받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하지만 또 다른 고난이 닥쳐오는데...

웹툰의 줄거리가 아니다. 이야기의 정체는 빙그레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빙그레우스’의 왕위 계승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의 마케팅용 캐릭터다. 풀 네임은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바나나 우유 왕관에 빵또아 바지를 입고 붕어싸만코와 메로나 등으로 만든 봉을 들고 있다. 빙그레의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은 ‘도른자(돌은자) 마케팅’이라 불리며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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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사진=빙그레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빙그레의 혁신을 시작으로 최근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세계관 마케팅’이 활발해진 것. 각 기업은 저마다 브랜드를 대표할 가상의 인격을 만들고 그 인물에 잘 짜인 성격과 서사를 부여한다. 단순히 캐릭터 이미지로만 홍보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캐릭터는 감성적 충족감을 주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가 수익성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미래에는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메타버스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트렌드가 된 브랜드 페르소나와 세계관

세계관 마케팅은 주로 식품·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 교수는 “식품·유통업계는 특히 경기에 민감하고 유행을 가장 많이 타는 업종”이라며 “한정된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뺏기 위해 이런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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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선보인 브랜드 페르소나 '휴 공주'.(사진=오떼르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지난달 17일 롯데백화점은 ‘휴’라는 브랜드 페르소나를 공개했다.


휴 공주는 백화점과 연결된 온라인 평행 세계 ‘르쏘공 왕국’에서 활동하는 공주다. 롯데백화점은 여기에 왕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한 명예로운 공주만이 오떼르로 불릴 수 있다는 설정을 더했다. 이에 휴 공주는 SNS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문제 해결에 나선다.


신세계 면세점도 같은 달 9일부터 ‘심삿갖’이라는 브랜드 페르소나를 등장시켰다.


심삿갖은 조선시대에서 타임슬립한 가상의 인물로, 이름은 신세계면세점의 초성(ㅅㅅㄱㅁㅅㅈ)을 활용했다. 조선시대 거상(巨商)인 심삿갖은 우연히 타임슬립을 하게 된 뒤 신세계면세점의 홍보담당자로 취직했다. 이후 신세계면세점의 공식 SNS 계정 운영을 맡고 있다. 즉 신세점면세점 SNS 계정을 이끌어갈 가상의 담당자인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NC신구로점은 ‘도진아’(도심형 진짜 아울렛의 줄임말)라는 가상인물을 SNS 계정 담당자로 내세우고 있다. 도진아는 재택근무를 하고, 탕후루를 만들어 먹는 등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면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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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면세점이 공개한 브랜드 페르소나 '심삿갖'.(사진=신세계면세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펀슈머 · 키덜트 성향 짙은 MZ 세대 잡기 위한 노력

세계관 마케팅이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건 '펀슈머' 성향이 강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물건의 구매 단계부터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뜻한다.


실제로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부여된 가상의 세계관 속 캐릭터들이 이런 펀슈머들의 취향을 저격한 모습이 보인다.


빙그레 공식 SNS 계정 팔로워(3월 19일 기준)는 14만 8000명으로 다른 식품업체 공식 계정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간대 오리온 계정의 팔로워는 9만8000명, 롯데제과 팔로워는 8만3000명이다. 여기에 빙그레는 식품업계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해 ‘실버 버튼’을 획득했다.


롯데백화점의 오떼르 계정도 공개 한 달만에 팔로워가 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곧바로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빙그레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은 2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가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기업의 마케팅 방식은 과거 다수의 대중을 겨냥했던 마케팅 방식과 달라졌다. 이제는 마이크로마케팅 시대"라며 "타겟팅을 통해 소비자가 찾아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 페르소나는) 기업의 '의인화'"라며 "소비자는 캐릭터를 통해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고, 소통의 실체를 구체화해서 느낀다. 이에 기업을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M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을 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캐릭터)를 가꾸며 노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며 "'키덜트' 특성을 갖고 있는 MZ세대는 특징을 갖고 있는 캐릭터에 여전히 매력을 느끼고 열광한다"고 세계관 마케팅의 성공 요인이 된 MZ세대들의 소비 성향에 대해 분석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