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멘토 "기본기는 탄탄한데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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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톰의 서브컬처 수집형 RPG '리메멘토'가 18일 정식 출시됐다. 리메멘토는 출시 전부터 호요버스 '붕괴 스타레일'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평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약간 상승했다.


원신이나 붕괴 스타레일 쪽 모델링에 디자인 검열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아마 다들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턴제 RPG나 JRPG도 선호하는 장르고, 홍보 영상에서 공개된 모델링을 보니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한국 게임이니 뜬 구름 잡는 듯한 중국 게임 스토리보다 훨씬 읽기 편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리메멘토는 애매했다. 모델링이나 스토리, 전투 시스템 등 기본적인 구조는 나쁘지 않은데 준비할 시간도, 테스트 피드백도 부족해 보였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훨씬 좋은 모습으로 출시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쉬었다.


블랙스톰은 24일 공식 라운지 개발자 노트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목인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스킵하고 설과 발렌타인부터 인게임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나온 오픈 월드 서브 컬처 게임이니, 개선 작업을 잘 진행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길 바란다.

장르: JRPG

출시일: 2024년 12월 18일

개발사: 블랙스톰

플랫폼: PC, 모바일

■ 나쁘지 않은 모델링과 내러티브, 부족한 연출이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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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처음부터 이러길래 좀 설렜다

리메멘토는 다양한 매력의 미소녀가 대거 등장하는 서브컬처 오픈월드 턴제 RPG다. 태초의 신들이 남겨둔 기억, 메멘토를 이은 자들이 되돌아온 마녀들의 악몽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성별은 남성으로 고정이고,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한 카툰 렌더링 그래픽이 특징이다. 그래픽 퀄리티 자체는 나름대로 준수하다. 대기업 게임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지만 자본의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스토리 역시 초반 서비스 초반 명조의 "망고스틴 아세요" 급으로 명사와 설명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적당히 흥미로운 선에서 세계관을 소개하고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가족이나 다름 없는 미오네를 구하기 위해 마녀에 맞서는 주인공의 여정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세계관 속 대립 구도 역시 굉장히 직관적이다. 플레이어블 진영인 니모닉과 이들이 소속된 파로스, 멸망한 행성에서 침공하는 마녀와 마녀를 숭배하는 월영교로 나뉜다. 누가 봐도 마녀와 월영교가 플레이어의 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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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이 시점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괜히 서사에 깊이를 더하겠다고 초반 스토리에서 복선을 흩뿌리고 인과관계를 꼬아 놓다 후반에 수습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꽤 있는데, 차라리 이렇게 깔끔하게 선악 구도가 나뉘니 이해하기 쉽고 몰입감도 좋았다.


다만 나쁘지 않게 뽑은 모델링과 괜찮은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연출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리메멘토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가령 대화를 나눌 때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등 조금의 디테일만 더해도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리메멘토에서는 대부분의 대화가 고정된 앵글에서 진행된다.


암만 모델링을 잘 깎으면 뭘 하는가. 훅 들어오는 클로즈업, 깜빡이는 눈동자, 발그레 달아오른 볼, 아련하게 흐르는 음악이 곁들여져야 비로소 흡입력이 생긴다. 그럴 듯한 대사는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화룡점정 역할을 수행한다.


괜찮은 그래픽으로 심심한 결과물이 나오니 안타깝다. 스토리 자체에는 흥미가 생길지언정 캐릭터 매력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승부하는 서브컬처 게임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 무난한 전투 시스템, PvP는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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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를 소모해 스킬을 강화하는 형식의 턴제 전투

전투는 대부분의 턴제 RPG와 동일하다. 캐릭터가 일반 공격을 사용하면 '마나'라는 전투 자원을 1개씩 받고, 이 마나를 사용해 스킬을 강화한다. 3마나를 사용하는 3티어 스킬이 해당 캐릭터의 필살기, 궁극기다.


속성은 물, 불, 숲 3속성 외 빛, 어둠 2속성으로 나뉜다. 약점 속성을 공격할 시 가드 카운터가 깎이며 가드 카운터가 전부 소모되면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빛과 어둠 속성은 희귀 속성으로 타 속성에 비해 등장 확률이 낮다.


전투 방식은 직관적이고 캐릭터 간 조합이 중요하다. 가령 제온의 경우 본인이 받은 버프 수에 비례한 대미지를 꽂아 넣는 딜러로, 아군에게 여러 버프를 제공하는 플루토가 필수 캐릭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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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군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플루토와 궁합이 잘 맞는 제온 3티어 스킬 최종선고

턴이 있는데 라운드 개념이 없는 것은 의아했다. 턴을 캐릭터 당 행동으로 세다 보니 PvE 콘텐츠에서 턴 제한 조건이 굉장히 빡빡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속도 위주 세팅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다.


PvP 콘텐츠에서는 소위 말하는 '눕덱', 버니스와 클레어, 리리아 등 힐러와 탱커를 중심으로 한 방어덱이 강세를 보인다. 이 쪽은 오히려 턴 제한이 없어 눕는 덱을 견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무한 회복 눕덱과 400턴 쯤 주고 받다 보면 더럽고 치사해서 나가게 된다. 다른 게임에서는 턴이 지나가면 스탯 버프를 주거나 하는 식으로 눕는 덱을 견제한다. 당연히 예견된 사태일텐데, 사내 테스트가 전혀 없었던건지 이에 대한 대처를 마련하지 않아 의아했다.

■ 난무하는 버그와 심각한 최적화, 구시대적인 과금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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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최적화, 편의성 지적이 많았다

기본 베이스는 나쁘지 않은데 만듦새가 완성품이라기엔 애매하다. 일단 버그가 너무 많다. fatal error 메시지와 함께 게임이 튕기고, 특정 맵에 갇혀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고, 퀘스트 진행이 도중에 막히고, 최적화 관련 프레임 드롭 현상은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로 자주 발생한다.


특히 최적화에 할 말이 많다. 모바일 환경에서 아예 플레이가 어려울 정도로 발열이 심하고 화면이 버벅이고 그래픽이 깨지고 강제 종료된다. 오픈 월드 게임이면 파밍도 콘텐츠의 일종인데, 맵 시야와 조작이 불편하고 답답해 장시간 플레이하기 어려웠다.


파밍 던전 재료 아이템 정보에 소지 개수를 표시하지 않고, 일괄 수령 기능이 없고, 스킬 컷신 생략 기능도 없고, 배수 플레이가 없고, 필드 자원이 언제 다시 리스폰되는지도 모르고, 합성을 합성기까지 가서 해야 하는 등 이용자 편의성도 매우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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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만원에 40뽑인데 천장 120뽑 이거 맞아요?

과금 모델은 개발진조차 구시대적이라고 인정했다. 80회에 반천장, 160회 확정에 점점 확률이 상승하는 중국 게임처럼 패키지 가격을 구성하고 120회 정가 교환인 일본 게임 룰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 돌파야 인게임 수급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픽업 캐릭터 명함에 리메멘토 하나 뽑으면 60만원이다보니 시작부터 부담스럽다. 결제 태도가 바르기로 유명한 기자 역시 천장 120회라고 생각하니 선뜻 게임에 돈을 쓰기 어려웠다.


캐릭터 성장 재화도 턱없이 부족하고 파밍에 사용하는 에너지 '루미넌스'는 친구 교환으로만 소량 수급 가능하다. 대체 왜 애니팡 같은 소셜 게임도 아니고 친구 교환 방식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


모델링 나쁘지 않고, 스킬 컷신 연출은 아쉽지만 전투 방식도 깔끔하고, 이 정도면 한국 게임이라는 프리미엄 붙여서 애정 가지고 플레이할 만 한데 정말 뼈대만 탄탄한 상태다.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점차 개선되길 바란다.

장점

1. 나쁘지 않은 모델링

2. 읽기 편한 세계관과 내러티브

3. 깔끔한 전투 시스템


단점

1. 수많은 버그와 부족한 최적화

2. 유저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UI, UX

3. 구시대적인 BM

홍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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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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