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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이혼하는 게 맞는데도 그러지 않고 계속 사는 부부를 종종 본다. 가정 폭력이 그런 경우다. 알코올 문제가 겹쳐 있으면 더 심각하다. 배우자의 반복된 외도도 중요한 이혼 사유다.
그런데도 “아이가 대학 갈 때까지는 참고 살겠다.” “부모 이혼이 흠이 될 수 있으니 아들딸이 결혼하고 나서 이혼하겠다.” 하며 이혼 못 한다고 한다.
본인은 이혼하고 싶지만 남편이 이혼해주지 않는다거나 나이 드신 부모님이 이혼은 절대 안 된다며 가족 반대로 배우자와 헤어질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성가신 법적 절차나 이혼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도 그들을 가로막는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이미 어긋나버린 부부 관계를 끝내지 않는 진짜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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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사유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언제나 성격 차이가 일등이다. 과연 이게 진실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갈등이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져 이혼을 결심하는 이유는 부부마다 제 각각이지만 결국 법적으로 완전히 갈라서는 결정적인 원인은 돈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혼해야 하는 게 맞는데도 이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도 돈이 큰 걸림돌이다.
이혼 후 불행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경제 수준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은 경우 이혼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이 소득 수준인 높은 사람에 비해 곱절이 컸다. 한 달에 천 달러 이하로 버는 사람이 이혼하면 그들 중 절반이 불행하다고 느끼지만 월 소득 삼천 달러 이상인 사람들은 그중 사 분의 일만이 불행하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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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개인의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으면 보다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닥쳐도 잘 버텨낸다. 심지어 돈이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우울증이 생겨서 일을 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했을 때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정신적 고통에 생활고까지 겹쳐 치료 예후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2010년도에 1만 2000명의 영국인을 대상으로 수입과 행복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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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보면 부의 총량이 늘었을 때 슬픔은 확실히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행복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돈이 삶에서 겪게 되는 곤란을 처리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월세 제때 내고 관리비며 교통비 지출에 어려움이 없다고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돈으로 이런 일을 편하게 처리할 수 있으면 스트레스는 덜 받고 짜증도 덜 날 것이다. 행복을 살 수는 없어도 불쾌한 감정을 덜 느끼도록 막아주는 게 돈의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돈은 행복을 얻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슬픔을 줄이기 위해 더 유용한 도구일것”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꼭 필요한 돈이 없으면 불행의 나락으로 쉽게 떨어지고 마는 게 현실의 삶이다.
이혼하더라도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살아야 할 때 일상을 지켜주는 힘은 돈에서 나온다.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가 인생을 덮쳤을 때 국가와 사회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지면 돈이 개인의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질수록 나약한 우리는 “돈, 돈, 돈”을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