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치열하게 일한 10년.. '제2의 인생' 찾아 호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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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화점X한호일보] 호주에서 꿈 펼치는 한국 사람들

6월 23일 호주 시드니시티 한복판에서 펼쳐진 한국무용 버스킹 현장. 겹꽃처럼 우아한 한복을 떨쳐 입은 여성이 꽃을 들고 길에서 춤을 춘다. 지난해 말 제2의 인생을 찾아 호주로 건너간 방송인 전수진(36) 씨가 준비한 공연 ‘꽃 어울림’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인 혐오 문제가 심각해지는 요즘 더욱 간절해진 화합의 메시지를 담았다.

다문화 국가인 호주는 인종 간 화합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이지만 코로나19로 불붙은 혐오 정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는 동양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얼굴에 침까지 뱉는 일부 호주 사람들의 추태가 찍힌 영상을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전수진 씨는 외국인 입장에서 호주에 머물며 느꼈던 감정을 춤에 담았다.

쉼 없이 달린 10년,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전 씨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방송활동을 했다. 부산경남 SBS 등 여러 방송사에서 리포터, 라디오DJ, TV프로그램 MC, 아나운서, 배우 등 다양하게 활동했다. 주요 작품은 영화 프로그램 ‘씨네포트’, 맛집 소개 프로인 ‘푸드헌터’, 라디오 방송 ‘전수진의 하이힐’등이다.


한국무용 버스킹 반응은 어땠나요.


“솔직히 운이 좀 없었던 것 같아요. 버스킹 날짜를 잡을 때마다 비 소식이 있어서 두 번 취소가 됐고요. 마지막 날은 비가 안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공연 전 날 시드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공연 당일에는 16명이 나와서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갑자기 자제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관객이 예상만큼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복과 한국무용을 처음 보는 사람들 눈에는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소녀들이 와서 수줍게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가 하면 조용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한국 분들은 특히 더 반가워하셨고요. 추후에 호주 여러 도시를 돌면서 한국무용 버스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애국심이 솟아오르더라고요.”

사진=전수진 씨 인스타그램(@bestsujin1004)

전 씨는 공연을 준비하며 한국인들의 끈끈한 유대감도 느꼈다. ‘임정연 한복’의 정소윤 원장이 의상을, ‘킹스엔젤스 발레아카데미’ 그레이스 나 원장이 연습실을 지원했다. 사진작가인 친구로부터 촬영 도움도 받았고 공연을 계기로 한호일보 아이탭과의 인연도 생겼다.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호주행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방송 할 때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한 달 중에 단 하루도 쉬지 못했던 적도 있고, 3일 연속으로 한 숨도 못 잔 적도 있습니다. 열정을 불태우며 살았으니 지금은 조금 쉬어갈 때라고 생각해서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제가 2020년 12월에 호주에 왔는데요. 친오빠가 호주 멜번에 거주하고 있어요. 치열했던 방송 일을 내려놓고 제2의 인생을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고민하고 있는데 오빠가 호주 생활을 권하더라고요.


마침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써야 했는데 그 전에 배울 게 많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배우는 마음으로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방송인 본능… 호주에서도 ON AIR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러 호주에 왔지만,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때문에 도시가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몇 달 간 거의 집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밖에 나가야 공부든 새로운 경험이든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하던 중 온라인 멘토링을 통해 호주 방송국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 그 인연으로 현재 호주 방송국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리포터로 일하며 ‘궁디(궁금한 디제이)의 호주 뒤지기’ 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궁디의 호주 뽀개기’도 꾸리는 중이다.


지금 진행하는 코너는 어떤 내용인가요.


“여행자 입장에서 호주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직접 대본을 작성하고 소식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바비큐 문화, 공원·캠핑문화, 인스펙션(집을 직접 보러 다니는 것)등 호주에 온 지 얼마 안 된 입장에서 제가 경험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있어요.

방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방송 일을 하려면 우선 발성, 발음, 톤처럼 기본적인 것들이 받쳐 줘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뻔뻔함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서 당당해야 하고 유명한 사람들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소위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표현을 하는데, 사람 상대로든 카메라 상대로든 밀리지 않을 뻔뻔함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어요.” “그 동안 쌓은 내공 호주에서도 펼치고 싶어요” 전수진 씨의 하루는 알차고 다채롭다. 현재 학생 신분으로 비즈니스 등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있고 유튜브와 라디오 방송 준비도 꾸준히 하는 중이다. 시간이 날 때면 카페에서 일도 배운다. 호주에서 살며 본격적으로 커피의 매력에 빠져 진지하게 배워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바쁘지만 행복하게 지내고 계시네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어요. 우선 외국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영어를 잘 하고 싶고요. 방송출연 외에도 결혼식이나 기업행사 MC도 맡아 보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10년 간 방송 일을 하면서 사회도 많이 봤거든요.


제대로 커피를 배워서 바리스타가 되고 싶기도 하고, 최근 했던 한국무용 버스킹처럼 다양하게 공연을 다니며 한국 문화를 호주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이렇게 적다 보니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만(웃음)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차근차근 진행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쌓은 내공을 여기서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한호일보/잡화점 공동제작

양다영 기자 yang@hanhodaily.com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2021.07.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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