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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주식으로 까먹은 돈 메꾸려고 시작한 엑셀 유튜브, "대박나버렸지 뭐예요"

byJOB화점

“김과장 님, 근데 유튜브에서 엑셀 알려주는 사람하고 목소리가 똑같아요.”


“부장님, 그거 저예요.ㅋㅋ”

모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공대 나온 여자 사람 ‘김과장’(32)은 온라인에서 프로 엑셀러 겸 일잘러로 활약하고 있다.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 사무직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엑셀 사용법 강의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엑셀과 직장생활 팁을 다룬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라는 책도 출간했다. 직장인 엑셀 꿀팁 영상은 무려 300만 조회수를 돌파해, 유튜브에서 ‘엑셀’을 검색하면 그의 영상이 최상단에 노출된다.


일잘러가 되고 싶지만 일 잘하는 법을 어디서도 배우지 못하는 요즘 MZ세대들을 위해 단순한 엑셀 강의를 넘어 직장생활 잘 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잡화점에서 들어보았다.

'김과장' 님은 실명과 회사 이름이 알려지는 건 원치 않는다며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공여사들

"안녕하세요? 유튜브에서 직장인 공감채널 ‘공여사들’을 운영하고 있는 공대 나온 여자 사람 김과장입니다. 공여사’들’이지만 채널은 혼자 운영 중이고, 실제 김 씨가 아니라 닉네임입니다."


‘공여사들(공대 나온 여자들)’, ‘김과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신데요.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대생의 일하는 법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걸까요?


“워낙 평범하게 살아오다 보니 특이점이 없어서 그나마 제게 가장 튀는 특징인 ‘공대여자’를 컨셉으로 잡았어요. ‘김과장’은 직장인 티를 내면서도 한국인의 대표 성씨를 사용하면 조금이라도 더공감을 자아내지 않을까 해서 정했어요. 공대생의 일하는 법이라고 특별할 건 없는 것 같아요.”


현재 직장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어떻게 프로엑셀러가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직장에서는 사업 지원 업무를 맡고 있어요. 정기·비정기적인 보고가 많다 보니 ‘엑알못’이던 제가 출근하면 어느새 엑셀부터 실행하고 있더라고요. 엑셀... 많이 쓰니까 늘었어요.”

유튜브에서 ‘엑셀’을 검색하면 공여사들 채널의 영상이 최상단에 노출된다. ⓒ유튜브 캡처

책과 강의 등을 통해 일 잘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김과장 님은 정말 일잘러일까? 인터뷰를 시작하며 작은 의문이 먼저 들었다. 스스로를 일잘러 혹은 프로엑셀러로 생각하는지, 에피소드가 있는 슬며시 물어보자 웃음기 어린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일잘러’라는 이미지는 내가 평상 시에 그런 척하고 다니면 얼마든지 구축해낼 수 있는 이미지라 진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근거로 남는 메일이나 문서를 똑 부러지게 적고, 회의에서 실수 없이 논리적으로만 말해도 기본적으로는 일 잘한다는 느낌을 주죠.


프로엑셀러는 몇 가지 일화가 있는데요. 옆 팀에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께서 저와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유튜브에서 엑셀 가르쳐주는 사람하고 목소리가 똑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저’라고 답하니까 놀라시고.. 그후로는 엑셀을 종종 물으러 오세요. 다른 분들에게도 엑셀 질문을 하루에도 다섯 개 이상은 받는 것 같아요. 자리로도 찾아오고, 전국 팔도에서 연락이 와요. 모르는 분들도 어떻게 알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저도 또 좋다고 그거 해결하고 싶어서 열심히 답해드려요. 엑셀 문제 해결하는 게 공학 수학 푸는 것처럼 재밌더라고요.(웃음)”


왜 유튜브를 시작하셨나요? 엑셀 강의를 주요 콘텐츠로 선택하신 이유는요?


“그릇된 투자로 여태 벌어 둔 돈을 다 까먹었어요.ㅠㅠ 그 돈을 메꾸려고 유튜브를 시작했고요.


처음엔 엑셀 강의를 주요 콘텐츠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직장인 엑셀은 첫 번째 영상 한 편이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첫 영상의 제목은 ‘직장인 엑셀, 수식 3개랑 이 기능 하나면 웬만한 건 다 됨’이다.) 그런데 신입사원 때 사수였던 부장님이 제 영상을 보시고는 본인도 엑셀을 배우겠다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다른 영상 그만 만들고 엑셀 좀 더 올려 달라고 하도 그러시길래 몇 개 더 올렸더니 그게 대박나버렸지 뭐예요.(웃음)”


업무 메일 쓰는 법이나, 엑셀 기본 활용법 같이 사회 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직장생활 팁도 올리시는데요. 이런 내용으로 책도 내셨고요. 주요 팬 층은 신입사원들인가요?


“신입사원부터 저와 비슷한 과장님, 그리고 부장님에서 상무님까지 골고루 계신 것 같아요. 제 느낌엔 신입사원 분들은 이게 진짜 좋은 팁인지 모를 수 있는데, 회사를 오래 다니신 분들은 이걸 우리 후배님들이 봐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한번은 꼰대 같은 상사가 신입사원들에게 제 채널을 강제 구독시켰다고 원망하는 DM을 받고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감사하기도 하고 신입사원 분껜 죄송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참, 옆 팀 신입사원은 대학교 때부터 친구들끼리 제 채널을 구독했다네요. (웃음)”


김과장 님이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공여사들’에는 엑셀 강의 뿐 아니라 다양한 직장생활 관련 콘텐츠가 올라온다. 감성적인 배경음악과 함께 직장생활 공감 사연을 소개하기도 하고, 많은 직장인들의 꿈인 ‘로또’ 번호를 나름 공학적으로 로직을 짜서 예측하는 예능(?) 콘텐츠도 있다.


유튜브에는 ‘퇴근합시다’라는 오디오클립이나 ‘공학적 로또’ 같은 콘텐츠도 있더라구요. 엑셀 강의나 업무 팁 콘텐츠와는 색깔이 많이 다른데, 병행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엑셀은 우연히 터진 콘텐츠에요. 제가 엑셀 강사는 아니니까요. 엑셀만 하다가는 소재도 다 떨어질 것 같고, 나중에 더 크게 발돋움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청자층이 필요했어요. 예를 들어 ‘엑셀’ 대신 ‘직장인 엑셀’을 주제로 하면 ‘엑셀’에는 관심 없어도 ‘직장인’이라면 볼 법한 콘텐츠가 되는 것처럼 갖고 있는 것 안에서도 교묘하게 타겟을 확장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 좀 더 많은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직장인’이라는 컨셉을 정하게 되었죠. 한쪽으로 쏠림이 생기면 다른 건 시도도 못하게 될까봐 골고루 다루고 있답니다.”

공여사들 채널에는 로직을 기반으로 로또 번호를 예측하는 예능성 컨텐츠도 있다. 김과장 님은 "일주일에 5000원으로 하는 직장인 재테크"라며 웃었다. ⓒ공여사들

‘공학적 로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적중률은… 어떤가요? 구독자 입장에서는 재미로 봤지만.. 김과장님은 이 영상에 진심이신건가요.(웃음)


“(웃음) 초기엔 가끔 5만원, 5천원씩 당첨됐어요. 그런데 로직을 정교화하면 할수록 또 꽝이더라고요. 로또는 큰 기대를 안하지만 로직에는 진심이거든요. 이게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적중확률은 높아져야 하는 로직인데, 전혀 그렇게 동작하지를 않으니까 진심으로 속상하더라고요. 로직에는 정말 진심입니다…”


구독자는 지금 18만명 가까이 모였어요.


“18만 명이나 구독하는 자기 만의 채널을 갖는다는 게 정말 특별한 일이잖아요? 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남들은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돈을 써가며 마케팅하는데, 저는 실패해도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본분은 직장인이기에 모든 걸 다 욕심 낼 순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장은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가보려고 해요. 본업이 있기에 (유튜브에 집중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못 하는 건 아쉽지만요."


최근에는 ‘일센스’를 키우는 법에 대해 책도 내셨어요. “안 가르쳐준 걸 어떻게 아느냐”가 홍보 문구였는데.. 김과장님의 신입 시절은 어떠셨나요?


“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판하고 따지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늘 마음속에 신입사원을 하나하나 아이처럼 가르치지 않는 회사에게 ‘신입사원 힘들게 뽑아놓고 왜 안 가르쳐 줘?’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회사만 그런 게 아니라 어느 회사나 다 그렇더라고요. 많은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이기도 하겠죠? 책 쓰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네요.”

최근에는 신입사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엑셀을 비롯한 업무 팁이 담긴 책도 출간했다.

회사에서나 공여사들로 활동하면서 봐오신 ‘일못러’의 예시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일못러는 두 가지에요. 먼저 문제의식만 있고 해결의지는 없는 사람.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가 사업 좀 해보겠다는데, 그 사업 잘 되라고 빌어주지는 못할 망정 허구한 날 안 되는 것만 가지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적어도 회사에서는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기는 회사고 현실세계인데 이상적인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들하고 일을 하면, 아무 것도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또 남 탓만 있고 내 탓은 없는 사람. 회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가 발생하고, 그걸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게 임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기는 잘못 없다며 남탓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거기에 자기가 잘못 없다는 걸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모으는 데 정성을 쏟죠. 물론 잘못된 자를 색출하려는 조직문화라면 그것 또한 문제지만요."


유튜브나 책 수익 등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직장 월급 외 사이드잡으로서 성공적인가요.


“유튜브는 (광고를 거의 받지 않고) 구글 광고만 싣다 보니 생각하시는 것만큼 크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처음 채널을 만들 때 첫 해에 월 10만 원, 그 후로 매년 10만 원씩 점프업 한다고 계획했던 걸 생각하면, 몇 배로 달성하긴 했네요.(웃음) 책 인세는 아직 받아보지는 못했는데, 벌써 5쇄까지 추가로 인쇄한다고 하니 책 쓰려고 들인 비용은 이미 거뒀어요. 이 정도면 만족입니다.”


공여사들 채널과 김과장 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주니어 사원들한테는 스킬이든 마인드든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저도 그런 도움이 필요했던 것처럼요. 그리고 선배들한테는 MZ세대들이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싶어요. 후배들과의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요. 추상적이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어느정도는 우리나라 총 생산에 기여하는 게 아닐까요? 깔깔깔”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