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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인간 때문에 잘록해진 거북.. 페트병 '고리' 끊어야 해요"

byJOB화점

몇 년 전 코에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 사진 한 장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인 줄 알고 삼켰다가 죽은 새, 페트병 병목 고리에 몸이 낀 채 자라 숨쉬기도 힘들어 하는 동물들… 인간으로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장면들이다.

사진=유튜브 채널 'Just One Ocean' 영상 캡처

환경 소셜벤처 ‘에코말리온’ 대표 우태식(31)씨도 플라스틱 때문에 죽음에 이른 동물 사진을 본 뒤 행동에 나선 이들 중 하나다. 그는 페트병 뚜껑에 달린 고리를 손쉽게 자를 수 있는 절단기 ‘링컷’을 제작했다.


뚜껑을 따고 남은 고리는 몸체와 분리해서 재활용해야 하지만 맨손으로는 떼어내기가 쉽지 않고, 가위나 칼을 쓰면 다칠 위험이 있다. 열쇠고리 장식처럼 생긴 링컷은 페트병 입구에 맞추고 약간만 힘을 주면 고리가 안전하게 잘리도록 설계됐다. 귀여운 바다거북 모양에는 '거북이 스스로 플라스틱 고리를 끊어낸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페트병 라벨을 뜯어서 재활용품으로 배출해야 한다는 건 그나마 많이 알려져 있지만, 병목에 남은 고리도 끊어서 버려야 한다는 점은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페트병 고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페트병은 라벨(PP), 몸체(PET 또는 LDPE), 고리와 뚜껑(HDPE 또는 PP) 이렇게 부분별로 각기 다른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요. 라벨, 몸체, 링과 뚜껑 이렇게 3가지로 분리해야 하지만 현행 재활용 공정에서는 이것들을 자동으로 완벽하게 분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뚜껑과 고리는 크기가 작아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누락되는 경우도 많아요. 어쩌다가 페트병에서 링이 빠져서 떨어지면 야생동물의 몸에 걸리는 사고도 생깁니다. 따로 모아서 제로웨이스트샵 같은 수거 공간에 가져다 주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에요. 요약해서 말씀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 페트병 라벨: ‘비닐’로 분리배출

✔ 페트병 몸체: 압축 후 ‘페트’로 분리배출

✔ 뚜껑과 고리: 따로 모아 자원순환가게(제로웨이스트샵)에 가져다 주기


이렇게 하면 야생동물에게도 안전하고, 페트병을 구성하던 모든 소재가 고품질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페트병 고리 말고도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재활용 품목이 있나요.


“흔히 ‘뽁뽁이’ 라고 불리는 에어캡이에요. 포장 테이프가 붙은 부분은 잘라내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지만 깨끗한 부분은 ‘비닐’로 분리배출 할 수 있습니다. 에어캡처럼 분리배출 가능 여부가 헛갈리는 물건들이 참 많아요. 이제는 친환경이 시대적 흐름이 된 만큼, 재활용 여부가 분명하게 표시된 제품들이 더 많이 출시됐으면 합니다.”

에코말리온 우태식 대표(좌), 양희조 마케터(우). 사진=우태식 대표 제공

에코말리온은 한신대학교 환경동아리에서 태어난 소셜벤처기업이다. 지금도 학교에 남아있는 동아리 에코말리온에는 20명 이상의 회원이 있고, 2020년 법인이 된 벤처기업 에코말리온은 우 대표와 양희조 마케터 2명이 운영하고 있다.


사업체를 꾸리고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처음이다 보니 매일매일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시제품(프로토타입) 하나를 만드는 데도 설계, 출력, 검증하기를 수십 번 반복했고 제작 도중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고생 끝에 만들어 낸 시제품 12개가 지금의 거북이 모양 ‘링컷’이 됐다. 양희조 마케터가 합류해 시장규모 파악, 원가계산 등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하자 지원사업에도 합격하며 자금난도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고생 끝에 만들어 낸 ‘링컷’은 깔끔한 디자인은 물론 안전성과 재활용에도 신경을 썼다.

거북이 디자인도 귀엽고 ‘거북이 스스로 플라스틱 고리를 끊는다’는 의미도 좋은데요. 속에 칼날이 들어있는 제품이다 보니 들고 다니다가 다치거나 할 위험은 없는지 걱정도 됩니다.


“링컷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제작되었어요. 거북 모양 아랫면에 뚜껑이 있고 살짝 힘을 주어야 열리는 구조라 들고 다닐 때는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사용 시에도 안에 달린 칼날이 손에 닿지 않게끔 설계를 했고요. 날이 노출된 가위나 칼에 비해서 안전하지만 손가락을 칼날 쪽으로 넣지 않도록 주의는 필요합니다.

제품 생애주기가 끝나면 재활용될 수 있도록 분리가 가능한 스테인리스 칼날, 100%재활용된 ABS 플라스틱, 사탕수수지만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칼날은 장비로 힘을 주어 빼면 분리가 가능하지만 실제 사용 중에는 빠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고요. 만에 하나 분리될 경우 본드로 접착하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시니 아무래도 ‘수익’ 고민을 놓을 수 없을 텐데요. 에코말리온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 슬로건은 ‘함께 실천한, 모두의 내일’ 입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이 살기 좋은 내일을 함께 실천해서 만들자는 뜻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페트병 고리를 분리해서 재활용이 잘 되게 하고, 해양생물들의 고리 걸림 사고를 막아 더 나은 내일을 만들자는 취지로 링컷을 만들었어요.


다음 수익 모델도 ‘다 같이 실천할 수 있는 것’과 ‘생물종을 위한 것’ 모두가 충족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려고 합니다. 새로운 서비스로 ‘환경 교육’을 구상하고 있어요. 현재 커리큘럼과 교육공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변화가 더 빨리, 많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 대표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고, 무언가 시작했으면 결과물을 만들어 낼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지금은 2015년에 배운 3D 모델링 기술을 더 갈고 닦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환경 문제를 감성적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홍보해 이득을 챙기려는 위장환경주의 행태)으로 빠지기 쉬워요. 그린워싱을 막으려면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5년 뒤에는 우리가 환경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과정을 통해 많은 분들의 마음속에 ‘녹색기업’으로 자리잡고 싶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