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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제주도에서 파도 타고 가구 만드는 삶...행복합니다"

byJOB화점

가구공예작가 양웅걸 씨 인터뷰

하고 싶은 일과 적성이 일치한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웅걸(37) 작가는 그런 면에서 ‘복 받은 사람’ 이라고 할 수 있다. 군대에서 목공을 하게 됐고, 나무가 손에 착착 붙었다. 가구디자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뒤 지금은 제주도에서 작업하며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가구들을 만들고 있다.


양 작가는 ‘비보이(B-boy·힙합 댄서)’라는, 독특하다면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입대 시기를 미루고서라도 춤을 계속할까 고민할 정도로 춤을 사랑했던 그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공병으로 차출됐다. 목공병으로서 생활하면서 춤만큼이나 나무 다루는 것도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웅걸 작가 제공

“전역 후에 무엇을 하며 살지 고민이 되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당시 스물 세 살이었는데, 나름대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니 춤과 목공이 떠오르더라고요.”

똑같이 사랑하는 두 가지 일 앞에서 한참 고민하던 그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비보이는 아무래도 몸으로 하는 일이니 한계가 빨리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는 모토로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까. 양웅걸 작가가 만든 가구는 간결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존재감이 있다. ‘나무’와 ‘바다’로 인생을 채우고 있는 양 작가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목공'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요즘 제2의 인생을 꿈꾸면서 목공을 배우는 분들이 많지만 그 중 생업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발전하는 케이스는 흔치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님도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셈인데, 작가의 경지까지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킨 비결이 있을까요.


경지라는 표현은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디자인 센스도 타고났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요.


다만, 동종업계의 다른 분들에 비해서 다른 점이 있다면 정말 많은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거예요. 작업실에만 있었더라면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기도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다른 가구 작가나 갤러리 관계자, 기자, 소비자 등 다양한 분들과 교류했던 것이 공예작가로서 저의 색깔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양웅걸 작가 제공

목공을 직업으로서 진지하게 하고자 하는 분들께 조언해 주실 말이 있다면.


우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적성에만 맞는다면 그 어떤 것보다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목공 역시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뤄내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계속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작업량과 본인을 위한 휴식 또는 취미활동을 잘 분배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목공이 좋아서 시작했다 해도 일과 시간에 쫓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행복 가져다 준 ‘제주살이’ 

양 작가는 원래 제주도 출신이다.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하루 일과를 '파도' 기준으로 결정할 정도로 열정적인 서핑 마니아이기도 하다.

출처 양웅걸 작가의 서핑 계정 (@woonggulby)

파도가 있는 날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서핑하고 작업실로 간다. 열심히 작업한 뒤 제주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쉰다. 오후에도 서핑을 즐긴 뒤 집으로 돌아가 다시 막걸리 한 잔으로 마무리한다. 파도가 없는 날에는 곧바로 작업실로 가서 일하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간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일상의 반복이다.


제주에서 작품활동 하기로 결심하신 이유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서울에 살다가 잠깐 제주에 들렀을 때 아내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요(아내는 제주에 살고 있었습니다).


휴일 없이 바쁜 서울생활에 지쳐 있던 참이라 변화와 위로가 필요했어요. 제주에 잠깐 왔을 때 서핑을 시작했는데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제주도는 사계절 내내 서핑이 가능하거든요. 서퍼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환경이죠. 



마지막으로는 당시 작업실 앞으로 도로가 생기면서 안 그래도 작업실을 이사해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이렇게 여러 가지 상황들이 겹치고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로 오게 됐습니다.


행복하실 것 같아요. 제주살이에도 단점이 있나요.


제주에서 살면서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올라갔어요. 바쁜 생활에 치이며 살던 시절에는 점점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목공이 다시금 재미있어졌고요.


단점을 꼽자면... 지금은 많이 괜찮아 진 부분이긴 한데요. 이사 온 초반에는 작가 간의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다 보니 내가 작가로서 정체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수입도 절반 아래로 떨어졌었고요. 어쩔 수 없는 초조함과 두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묵묵히 하다 보니 이제 이런 고민들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고향에 온 뒤로 양 작가는 제주 전통 가구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제주도 전통 ‘살레(살레장)’를 연구해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 살레는 제주말로 찬장을 의미하는데, 오로지 나무만을 끼워 맞춰 만든다. 여닫이문이 특징인 살레장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멋이 있다.


예전부터 제주 전통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원래는 전통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제주에 와서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제주 목가구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주도 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장식이 없어서 소박하고 단아해요. 어떻게 보면 투박할 수도 있지만 볼수록 멋이 있고요. 제주도 사람들과 매우 닮아 있지요. 그런 것들이 소실된다면 제주도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고, 저 자신도 매우 안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양 작가는 3D 프로그램으로 살레 도면을 작업하고, 도면을 토대로 실물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계획했던 모든 것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제주도 박물관과 민속촌 등을 돌며 더 정교하게 자료를 모으고 제주 목가구의 전통을 작업에 녹여낼 예정이다.

"실용성과 디자인의 균형 중시합니다" 

가구는 예술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쓰기 위해서 만드는 물건이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미술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작가가 만든 가구’라고 하면 일반인으로서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왠지 돈이 많아야 쓸 수 있을 것 같고요.


이 부분은 점차 나아지는 것 같아요. 대규모 공예 전시에 참여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공예에 관심있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제 작업을 보시고 주문해 주시는 분들의 연령대도,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양해 졌어요.


아무래도 해외여행과 SNS등을 통해서 대중들의 안목이 점점 높아져 가는 것도 이유일 것 같고요. 공예가, 디자이너, 작가들도 대중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치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향으로 작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준비중인 작품이나 활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살레장에 이어 ‘제주스러운’ 가구를 계속해서 디자인·제작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제 대표작 중 하나인 도자기 작가님와의 협업 결과물 ‘청화소반’과 그 후속작인 모란청화소반으로 올해 하반기 쯤에 셀로아트 갤러리의 초대전, 다양한 소반을 모은 소반전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또한 머릿속에 그려 두고 있는 이미지의 의자가 있는데,이걸 실물로 구현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양웅걸 작가 제공

양 작가의 SNS에는 직접 만든 서핑보드 거치대 등 ‘생활밀착형’ 가구 사진들도 자주 올라온다. 대중이 원하는 것,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작업에 반영하겠다는 관점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양 작가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잘 디자인된, 잘 만들어진 가구와 소품’이라는 기준을 두고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점과 스스로가 원하는 지점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산다는 양 작가를 두고 혹자는 ‘재주를 타고난 덕’이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타고나는 것보다 갈고 닦아 살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나 말고도 잘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돈이 안 될 것 같아서’ 등 갖가지 이유로 묻어놓고 사는 재능의 실마리들이 있다. 어쩌면 그의 진짜 재능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관철시키는 힘이 아닐까.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