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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30대 유부남, 한달용돈 7만원…”아끼고 불려서 '은퇴' 하렵니다”

byJOB화점

일주일 동안 점심값과 교통비를 제외하고 단 한 푼도 안 쓰기 도전, 한 달 용돈 7만원으로 생활하기… 절약이 몸에 배었다는 30대 초반 남성 ‘절약왕’의 실제 경험담이다.


그는 입사 뒤 3년 동안 200만 원 초반대의 월급을 알뜰살뜰 적금해 종잣돈 6700만 원을 모았다. 쓸 때는 쓰고 안 쓸 때는 지갑을 꽉 닫는 절약습관과 재테크를 바탕으로 자산을 불려 최대한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것이 목표다.

절약왕TV - '월200초반으로 3년7천만원 모으기' 영상 캡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값'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녀가 있는 3~4인 가구(월 소득 500만원)의 파이어(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 경제적 자유를 갖추고 정년보다 이른 나이에 은퇴하는 것)를 보여줄 절약왕, 약왕입니다.


저는 현재 평범한 직장의 회사원이자 유튜브 채널 '절약왕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초기에는 절약VLOG가 메인이었지만 지금은 FIRE로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파이어족이 되기로 결심하신 이유가 있나요.


‘파이어’라는 개념을 알게 된 건 2019년 말이었습니다. 파이어족이 되어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먹은 건 지난해 초였고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점차 파이어 라이프 쪽으로 마음이 쏠리게 됐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이가 태어난 것도 결심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돈의 유무에 따라 사랑하는 내 가족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지금 이 순간 더 절약하고 투자하면서 여유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절약왕 제공

파이어족 하면 고소득자들만 꿈꾸는 생활방식이다, 일반 서민이 따라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은 일찍 은퇴하기 어렵다’, ‘은퇴하면 집에서 놀고 먹나’, ‘파이어족이라면서 수익활동을 하면 그게 은퇴냐, 그냥 직업을 바꾼 것 아니냐’등 여러 가지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FIRE의 RE(Retire Early)는 조기은퇴를 하고 매일 놀고먹는 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선택권’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적 자유’가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 우리나라 파이어족이나 미국의 파이어족도 꾸준히 투자를 하거나 지식창업을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삶을 마감할 때까지 집에서 놀고먹기만 하는 파이어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90년대생, 월200만 원 대 월급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하셨는데... 파이어족으로서의 목표 자산은 얼마로 잡으셨나요.


파이어족에도 여러 가지 분류가 있는데 이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자산과 소비액수가 많은 순대로 팻 파이어(fat fire), 노멀 파이어(normal fire), 린 파이어(lean fire)가 있습니다. 고소득자들이 아주 많은 자산을 마련해 놓고 화려한 삶을 즐기는 ‘팻 파이어’가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제 파이어족들의 삶은 훨씬 다양하죠.


더 넓게 보면 '바리스타 파이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일정 자산을 만들어 놓은 다음, 종일 근무해야 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와 같은 파트타임으로 마음 편하게 일한다는 뜻입니다. 월급도 중요하지만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 활용하는 형태입니다. ‘반드시 매월 300만 원 이상 소득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일(work)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취미(hobby)로 삼게 되는 거죠.


저는 적당한 자산을 마련해 두고 적당히 소비하며 생활하는 ‘노멀 파이어’를 지향합니다. 정확한 목표액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15억 이상이라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투자 수익 외에 부부 합산 월 200만 원 이상의 추가적인 수익이 있는 파이어 형태를 목표로 합니다.

절약하는 삶과 파이어 도전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이유를 묻자 절약왕은 “나와 같은 90년대 생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실제 내 자산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부동산·주식 등이 급등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가난해 진 느낌이 든다는 뜻에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시대다. 자조적으로 스스로를 벼락거지라 일컫는 또래들을 보면서 ‘부자 마인드를 가지고 절약하고 투자하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구두쇠, 짠돌이, 궁상맞음 등 ‘절약’이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 돈을 무조건 안 쓰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소비는 지향하며 신중하게 쓰는 것이 절약의 핵심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이어족에 대한 고정관념 중 ‘혼자 사는 사람들, 혹은 딩크족만 가능한 생활방식’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부부간에 파이어 생활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못 한다는 말도 들었고요. 절약왕님은 기혼자에 자녀도 있으신데,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습니다. 부부 간에 파이어 생활방식에 관해 의견을 일치시키는 건 정말 힘들어요. 솔직히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아내는 파이어 하는 것에 대해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순자산 목표는 40억이었는데 40대 이전에 달성하기 힘든 금액이기도 했고요. 아내도 그건 비현실적이라면서 그냥 현재를 즐기자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재테크 공부도 하고, 돈이 무조건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목표 금액과 은퇴시기를 대폭 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재테크 성과도 있었고요.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니 아내도 점점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솔로나 딩크족이 파이어 라이프스타일에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특히 솔로일 경우 본인만 컨트롤 하면 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유리하죠. 하지만, 아이가 있는 3~4인 가구도 지출 줄이기, 소득 늘리기, 재테크라는 세 가지를 초점에 맞춘다면 가능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아이가 있는 가구가 파이어 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뒤 계획에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나요?


네. 아이가 태어나면서 분유, 기저귀, 장난감 등 지출이 늘었는데, 이 부분은 출산 전에 세웠던 예산보다 적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매달 양육 수당 20만원, 아동 수당 10만원이 나오는데 그걸로 충당 가능한 수준입니다. 저축률이 조금 낮아졌지만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유튜브 영상 작업 환경. 절약왕 제공 ‘돈에 얽매이지 않고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목표로 삼은 그는 24시간을 알차게 쓰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부자 마인드’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경제공부를 한 다음 일과를 시작한다. 퇴근 뒤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잠들기 전 여유 시간을 활용해 유튜브 콘텐츠 기획도 한다. 주말에도 아침 7시에 일어나 영상편집, 공부, 가족과 시간 보내기 등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2~30대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내가 해 보니 이건 정말 도움이 됐고, 비교적 실천하기도 쉽더라’ 라고 생각하시는 절약법이나 재테크 방법이 있다면.


억지로 아끼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스마트하게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같은 물건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정가를 다 내고 구입하시는 분들이 은근히 많아요. 동네 마트에서 지역화폐카드를 사용하면 10% 할인효과가 있으니 이런 것을 챙기셔도 좋겠고요.


그리고 대중교통요금도 카드사 실적 상관없이 15% 이상 할인 받는 광역알뜰교통카드가 있는데도 잘 모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통신비를 50% 할인 받을 수 있는 알뜰폰 요금제도 있고 기프티콘을 중고로 매입해 스타벅스 음료를 20%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같은 상품인데도 더 저렴하게 사는 방법은 많습니다.


10~20% 할인 받아봤자 살림살이가 나아지냐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연봉 10~20% 올려준다고 하면 영혼을 바치지 않을까요?”

절약왕 제공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처럼, 소비하면서 힐링한다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소비로 힐링하고픈 유혹을 느끼지는 않으시는지.


저도 사회초년생 때는 소비는 근로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과 3~4년 전 이야기네요. 요즘은 소비로 힐링하고 싶은 유혹은 거의 없습니다.(식비는 빼고요)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겠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과거에 힐링을 위해 10만 원짜리 옷을 샀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 구입하는 그 순간과 며칠 까지는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소확행은 말 그대로 소소하고 확실하게 사라지는 행복입니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소확행을 위해 미래를 담보로 잡는다고 생각하게 되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하는 습관은 없어졌습니다. 텅 빈 통장을 보고 불안감이 커지고 악순환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티끌 모아 티끌이니 마음껏 쓰자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저는 절약으로 종잣돈을 모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산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절약은 경제적 자유, 파이어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관문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많은 부자가 절약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절약을 통해 돈을 모으고 그 종잣돈이 바탕이 되어 사업을 하거나 재테크를 통해 자산이 불어나게 되는 거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절약은 경제적 자유로 가기 위한 불변의 법칙입니다.

절약왕TV - '월200초반으로 3년7천만원 모으기' 영상 캡처

예비 파이어족이라는 것을 주변에도 알리셨나요? 주변 반응은 어떤지, 절약왕님처럼 파이어족을 꿈꾸거나 긍정적인 관심을 가진 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사람은 남과 다른 길을 걷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을 하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굳이 알리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께는 말씀드렸는데 "그래~ 잘 생각해봐"정도로 시큰둥한 반응이셨고요.


지인들에게 파이어 관련해서 은근히 운을 띄우면 '그게 현실성이 있냐'는 반응이 많습니다. 훗날 제가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 있겠죠. 제 유튜브 구독자님 중에는 파이어를 꿈꾸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최근 파이어족과 관련한 유튜브 채널들도 많이 늘어났더라고요.


은퇴 뒤 설계하시는 삶에 대해 들려주세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파이어족은 ‘하기 싫은 일을 그만 둘 수 있는 선택권’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적 자유’가 있는 거지 아무것도 안 하고 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은퇴 뒤 사회활동을 전혀 안 하고 집에만 칩거하지는 않죠.


그런 의미에서 은퇴 뒤 삶을 상상하니 벌써 기대가 되네요. 거창한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자녀 등하교 시키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평일에 여행도 가고 싶습니다.


“겨우 그거 하려고 파이어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맞습니다. 이게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파이어 라이프는 돈을 마음껏 쓰고 신나게 노는 삶이 아닙니다.


올해에는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올해 초에 2021년 목표를 세웠는데 크게 유튜브, 미라클 모닝, 부동산 투자 공부, 100권 독서하기, 2,000만원 모으기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이 올해까지 아이를 케어해 주시기로 해서 올해 시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지요. 유튜브는 구독자 12만명을 넘기는게 목표이고, 새로운 컨텐츠도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