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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새벽마다 쓴 웹소설 대박 난 39세 직장인 "회사는 계속 다닐 겁니다"

byJOB화점

대기업에 25년째 근무중, 진급 누락 없이 부장도 달았다. 서울 시내에 자가로 거주하고 있으며 연봉 1억에 실수령 650~700(가끔 보너스 있음), 1000만 원 정도 주식 굴리는 중(10년 째 크게 재미는 보지 못 함), 본인은 꼰대가 아니라 하지만 부하직원들의 공로를 가로채며 ‘윗선’에 잘 보여 임원을 달고자 하는 일념으로 골프에 매진하는 중년 직장인.


개인 블로그 연재로 시작해 200만 조회수를 달성하며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진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 부장의 프로필이다. ‘김 부장 이야기’는 출세길에서 밀려나고 충동적으로 손 댄 부동산 투자에도 실패하며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보게 된 김 부장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생관, 경제관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소설의 작가는 직장인 ‘클루지(닉네임)’ 송희구 씨다. 아무리 타고난 글재주가 있다 해도 주5일 근무하는 직장인이 매일 소설을 연재한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 직장인의 고민인 커리어, 인간관계, 은퇴, 재테크 등이 모두 담긴 글을 써 낸 역량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송 씨를 직접 만나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했다. 

직장 다니며 새벽마다 쓴 웹소설, 출간/웹툰/드라마화 되다 

어떤 분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39세 직장인 ‘클루지’ 송희구입니다. 해외영업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응용수학 전공했고 경제학도 공부했습니다.”

사진=송희구 씨 제공

회사 다니면서 글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시간은 어떻게 내셨나요.


“새벽에 출근해서 6시 30분~7시 30분 이렇게 한 시간 정도 글을 썼습니다. 대중교통 조조할인을 받을 겸 일찍 출근하는 습관이 들었어요.”


글 쓰고 있으면 회사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이지는 않았나요?


“다른 분들은 일찍 와도 8시 정도라서 눈치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저 ‘일찍 출근해서 하루 꽉 채워 사는 사람이구나’정도로 생각하시겠죠. 회사 분들은 제가 ‘클루지’라는 걸 모르십니다. 책은 실명으로 나오니, 책을 보시면 알게 되겠죠?”


평생 회사에 충성하며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곧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굳게 믿으며 살아 온 김 부장은 나이는 먹었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은 캐릭터다. 편견이 강하고 매사에 우열을 나누는 버릇이 들어 ‘대기업 직장인이 진정한 나라의 역군이고, 자영업자나 의사 등 다른 직업은 쉽게 돈 버는 일’ 이라는 틀에 갇혀 산다. 말하기는 좋아하지만 듣기는 싫어한다.


친구나 동료가 잘 풀리면 배 아파 하고,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내심 안도하는 옹졸함도 갖췄다. 절약이나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지만 허영심은 가득해 명품을 걸쳐야 대기업 부장으로서의 품위가 살아난다고 믿는다. 수십 년 동안 살림을 꾸리고 재테크도 담당해 온 아내를 은근히 무시하기까지 한다. 악인은 아니지만 볼수록 ‘참 못났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초반에는 김 부장이 그저 한심한 꼰대로만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김 부장도 치열한 경쟁사회를 거치며 그런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는 걸 알게 되니 애틋하기도 하고 공감도 되더라고요. 소설은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소중한 것은 가까이에 있다는 게 김 부장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가족 사랑, 우정 같은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던 김 부장이 시련을 겪으면서 진짜 행복이 뭔지 깨닫는 과정을 담았어요. 저 같은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읽으면서 힐링과 재미를 얻으면 좋겠다 싶어서 쓰게 됐습니다.”


블로그에서 웹소설로 대박이 났고 단행본, 웹툰,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회사는 계속 다니실 건가요.


“네, 책은 총 세 권으로 구상했고 마지막 3권은 가을에 나옵니다. 1권은 김 부장 이야기이고 그 뒤부터는 블로그에 없는 이야기에요. 2권은 김 부장의 부하직원인 대리와 사원 이야기, 3권은 송 과장이 주인공이 되어 경제와 투자 이야기를 펼치는 내용입니다. 웹툰과 드라마로도 만들어지는데, 드라마 각본은 제가 직접 참여할 예정이에요.


회사는 계속 다닐 생각입니다. 절약과 재테크를 통해서 지금 당장 은퇴해도 될 정도의 자산을 모았지만, 직장생활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한때는 출근하는 게 참 싫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후반에 독하게 모은 6000만 원으로 재테크 시작”

김 부장 이야기’에는 일 잘 하고 재테크도 잘 하는 ‘똑쟁이’ 캐릭터 송 과장이 등장한다. 부동산에 관심 많은 송 과장은 김 부장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투자 조언도 해 주고 좋은 정보를 기꺼이 공유한다. 불통의 상징 김 부장은 송 과장을 고깝게만 생각했지만, 송 과장의 말에 귀 기울인 상무는 이익을 보게 된다.


블로그 연재 당시 독자들이 “재테크 잘 하는 송 과장 = 작가님 본인일 것”이라는 댓글이 많았는데 정말이군요. 재테크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린 시절 정말 가난했어요. 진짜로 많이 가난했던 사람은 가난에 대한 일종의 공포 같은 게 있는데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경제 공부를 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투자 성과나 자산관리 방향을 대략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거주하는 집 1채 있고, 현금 대신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기 곤란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는 송 씨에게 종자돈을 어떻게 모았냐고 묻자 “독하게 모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돈을 모으려면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법뿐인데, 평범한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갑자기 큰 돈을 버는 건 어려우니 결국 소비를 줄였다는 것. 그는 20대 후반에 2년 간 총 6000만 원 가량을 모았다.


신입사원 시절에 그 정도의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아꼈어요. 점심은 항상 도시락집에서 먹었고, 매장에서 앞 손님이 트레이에 넣어놓고 간 도시락을 꺼내서 남은 반찬을 먹은 적도 있어요. 배는 고픈데 하나 더 시키자니 돈이 아까워서요. 그걸 사장님이 보시더니 다음부터는 밥 한 숟가락, 반찬 한 개씩 더 주시고…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다 사용해서 일단 아끼는 데 집중했습니다.”


‘소확행’이나 ‘나를 위한 선물’도 꾹 참았다. 그는 “좋은 물건을 사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 충동을 참고 안 사면 더 기분이 좋았다”고 부연했다. 읽고 싶은 책은 반드시 중고로 샀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마다하며 2년 동안 완전히 돈 모으기에만 집중했다.


정말 단단히 각오를 하고 모으셨네요. 그렇게 모은 종자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셨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보통 사회 초년생들은 주식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주식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손 댈 엄두가 쉽게 나지 않았다고 할까요. 주식시장은 불특정다수가 참여하는 시장이지만, 부동산 거래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1:1로 진행한다는 점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투자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국토부나 각 지역에서 공개한 자료들을 다 뽑아서 수 백, 수 천 장을 읽었습니다. 공부도 중요하고 투자할 때는 과감함도 있어야 해요. 확신이 생겼을 때 움직여야 하는데, 가정과 아이가 있는 분들은 안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죠. 그런 면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유리한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내 아이에게 ‘돈’을 알려 주고 싶다” 

모두가 부자 되기를 원하지만, 투자로 돈 번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면 좋은 말만 듣기는 어렵다. 돈 이야기를 드러내 놓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대해 송 씨는 ‘(한국) 자본주의의 미성숙함’을 이유로 꼽았다. 모두 돈을 벌고 싶어하지만 자본을 불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쉬쉬하며 점점 음지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


“개인이 부자 되기를 추구하고 돈을 굴리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자금 출처나 투자 과정이 떳떳하고 투명하면 된다고 봐요. 1가구 1주택을 무조건 강제한다거나, 개인의 사유재산과 투자 등을 과하게 규제하면 오히려 건설이나 관련 업계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침체되는 반작용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스로 공부하고 합리적으로 움직이면 투자고, 그저 막연한 요행을 바라고 사들이는 건 투기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자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악용해서 불공정하게 이득을 보는 것도 당연히 투기이고요. 가진 돈이 많다고 해서 특정 지역의 땅을 모두 사들이거나 하는 식으로 독점하는 것도 투기라고 봅니다.”

사진=송희구 씨 제공

아이가 있으신데, 경제관념 교육도 하시나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고방식이나 돈을 보는 관점 같은 것이 있다면?


“저희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저도 아내도 여가시간에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 TV나 유튜브 등에는 관심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아이도 휴대폰 중독과는 거리가 멀고요. 그런 생활습관이 몸에 배는 게 좋다고 봅니다.


경제에 관해서는 돈 버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요. 막연하지 않게요. 돈을 벌려면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그 물건이 왜 필요한지를요. 우리 사회가 아직 돈 얘기를 드러내 놓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특히 어린이에게는요. 돈 얘기 하면 점잖지 못하다고 하고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했는데, 자라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제 아버지는 ‘구두 닦아 놓으면 용돈 얼마 줄게’ 이런 식으로 노동과 돈을 맞바꾸는 식으로 용돈을 주셨어요. 저는 아이에게 물건을 팔아서, 즉 부가가치를 생산해서 용돈을 버는 법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사진=송희구 씨 제공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자기가 그린 그림을 얼마에 팔고 싶은지 가격을 매겨보라고 해요. 아직 어려서 돈 값어치를 모르니 ‘15만 원’ 이런 식으로 무턱대고 높은 금액을 부르는데, 그러면 이제 잘 설득해서 2000원 정도로 조정을 해 주죠. 그리고 ‘아빠 친구들 부를 테니까, 그 삼촌들한테 그림 팔아 봐’ 이렇게 하는 거예요. 친구들한테 미리 몇 천 원씩 건네주고, 아이 그림을 사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쉽게 사 주지 말고 ‘왜 이 가격에 내놓았니?’등 질문도 해 달라고 미리 얘기해 두는 거죠.”


작가님이 생각하는 ‘부자’란 어떤 사람인가요.


“자산 액수가 기준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가진 사람, 그리고 내면의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부자들이 왜 철학, 역사 이런 얘기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들이 왜 인문학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번 이후에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계획이 있는 사람이 참된 부자인 것 같아요.”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