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덕은 비행기 쳐다도 안봐요” 전 세계 철도 여행 성지 4곳
전 세계 철도 여행 성지 4곳을 소개한다. 한국 V-트레인부터 일본·태국·스위스 알프스까지, 기차에서만 볼 수 있는 압도적 장면들을 담았다.
- 장을 가르고, 협곡을 지나고, 설산을 뛰어넘는 노선들
[시부야 요요기] 전 세계 철도 여행 / 사진=unsplash@Mario Effendy |
비행기는 빠르지만 창밖을 바라보면 구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자동차는 자유롭지만 교통체증 때문에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죠. 하지만 철도 여행은 지역만의 풍경과 고요한 시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방식입니다.
덜커덩덜커덩하는 열차의 소음, 창밖을 스치는 현지의 풍경, 갑자기 나타나는 바다와 눈 덮인 산맥. 목적지를 굳이 정하지 않아도 이동 그 자체가 여행이며 만족스럽죠. 전 세계에는 기차를 타고 떠나야 완성이 되는 나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인데요.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철도 여행의 매력이 가장 잘 살아 있는 나라 4를 소개합니다.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
백두대간협곡열차 / 사진=한국관광공사@TourAPI |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철도 여행의 매력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그 중심에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일명 V-train이 있습니다.
백두대간 깊숙한 협곡을 따라 달리는 이 열차는, 자동차로 갈 수 없는 강원도의 오지 풍경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절벽 사이로 들어갈 때 나는 열차의 쇳소리, 바위 사이로 밀려나오는 안개, 급커브마다 열리는 새로운 협곡 풍경. 백두댇간협곡열차를 타고 떠난 여행자들은 “한국에 이런 철도 여행도 있구나” 하며 만족스러운 후기가 대다수입니다.
특히 겨울의 협곡열차는 상고대·눈꽃과 함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가을에는 단풍 절정의 산맥을 가로지르며 국내 대표 단풍열차로 사랑받습니다.
또한 강원도의 정선선, 동해 바다를 따라 달리는 동해선 등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노선이 많아, 한국은 은근히 철도 여행 강국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이 철도 끝엔 분천역 산타마을이? / 사진=경북나드리 |
매끌렁 기찻길
태국 매끌렁 깃찰길 시장 / 사진=unsplash@John Mukiibi Elijah |
태국은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이자, 가장 역동적이고 이색적인 기차 풍경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그중에서도 방콕 근교의 매끌렁 시장은 철로 바로 옆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기차가 들어오면 상인들이 순식간에 천막을 접고 좌판을 치우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는데요. 기차가 시장 한복판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모습은 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매력입니다.
또한 칸차나부리 죽음의 철도는 깎아지른 절벽과 강 위를 달리는 목조 철로로 유명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덜컹거리는 낡은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콰이강의 절경과 아찔한 절벽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요.
에어컨 없는 3등석 칸의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덥고 습한 바람조차 여행의 일부가 되는 곳, 태국은 철도 여행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여행지입니다.
일본 철도 여행
가마쿠라 에노시마를 달리는 에노덴 / 사진=unsplash@Tang Yan |
철도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전 세계 철도 마니아들이 가장 동경하는 여행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신칸센처럼 초고속 열차도 유명하지만, 일본 기차 여행의 진수는 지방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로컬선에 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현의 다다미선은 겨울만되면 전 세계 사진작가들이 몰려들 정도죠. 그야말로 압도적인 설경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아니면 바다 바로 옆을 달리는 고노선이나 에노시마의 낭만을 싣고 달리는 에노덴 등 일본은 노선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어서 현지인들 조차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일본 철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도시락입니다.
역마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정갈한 도시락을 까먹으며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일본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유럽 알프스
알프스 협곡을 지나자 / Desigend by Freepik |
철도 여행의 끝판왕을 꼽으라면 단연 스위스 알프스를 넘나드는 산악 열차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베르니나 특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노선입니다. 이 붉은색 열차는 톱니바퀴 없이 알프스의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며, 196개의 다리와 55개의 터널을 통과하며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웅장한 배경을 선물해요.
특히 랜드바서 비아둑트라 불리는 아치형 돌다리 위를 지날 때, 곡선을 그리며 달리는 열차와 그 아래 펼쳐진 까마득한 협곡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천장까지 이어진 파노라마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만년설과 푸른 초원, 그리고 빙하의 풍경은 잘 그려 놓은 그림 속에 풍덩 빠진 느낌입니다. 스위스 기차 여행은 죽기 전에 꼭 경험해 봐야 할 철도 여행의 정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