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금융 시장 총정리 #2

[재테크]by The DUDE

Summary

- 12월 FOMC에서 유동성을 회수하기로 하면서 나타나는 시장 불확실성에 주목

- 터키 리라화 사태는 가상화폐가 법정통화를 대신할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볼 만함

- 가치주와 대형주 중심으로 2021년 시장 퍼포먼스 분석

 

© iStock

 

| 그리고 12월 중순 연준은 통화 완화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존 매달 150억 달러씩 감소될 자산 매입 규모는 300억 달러로 증가해 테이퍼링의 속도가 2배 빨라졌다. 동시에 2022년 금리 인상을 3회 시사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회수는 2022년 3회, 2023년 3회 그리고 2024년 2회 – 이렇게 총 8회 예정돼 있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대규모 양적 완화로 시장을 부양했던 연준이 이제는 시장의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준의 긴축 정책이 예상 보다 가팔라지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 Bloomberg

 

연준의 긴축이 시장 컨센서스 보다 타이트해진 데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률 때문이다. 연초 1% 수준의 물가 상승률(작년 동월 대비)은 11월에 들어서 7%대로 폭등했다. 기존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이다(transitory)”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믿었다. 하지만 지속되는 물가 상승률에 천연가스 대란 같은 에너지 리스크가 터지자 물가 상승은 구조적인 현상이 되기 시작했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연준 입장에선 인플레에 대해 강경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터져 다시 한번 경기 회복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도 연준이 꿋꿋하게 긴축 정책이 밀고 있는 배경이 바로 이 점이다.

 

© 미생

 

이번 천연가스와 인플레이션 사태를 보면 개인적으로 생각났던 장면이 바로 미생에서 “임원이란 누구인가”의 장면이다. 임원이란 구름 위를 기어오르는 자가 아닌 두 발을 굳게 땅에 딛고서도 별을 볼 수 있는 거인이라는 대목인데 필자는 이를 현실과 이상의 조화로 이해했다.

최근 들어 NFT, DEFI 및 메타버스 등 다양한 용어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류와 트렌드와 무관하게 인간은 결국 땅에 두 발을 딛고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다. NFT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투자 수익률이 안 좋아지는 것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물가가 상승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을 견딜 수는 없다. 투자 손익에서 20% 손실이 발생하면 나만 울지만 20% 물가가 오르면 사회가 운다.

결국 물가 안정은 매우 진부해 보이는 단어지만 실제로는 금융 시장의 가장 근간이 되는 기둥이다. 구름 너머의 메타버스도 결국 현실의 내가 밥을 먹어야 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인 터키의 리라화 사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리라는 우리나라의 원화와 같은 통화다. 그런데 연초만 해도 달러 대비 8 수준이었던 리라는 12월에 18 리라까지 상승했다. 즉 통화 가치가 50% 이상 증발한 것이다. 마치 연초 1달러에 1,000원이었던 원화가 불과 1년 만에 2,400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 Bloomberg

 

터키의 리라화가 한순간 몰락하게 된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터키의 대통령 에르도잔은 “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라는 독특한 경제관을 지니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9월 이후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기존 19%에서 14%로 인하했다.

현재 연준과 주요 DM 중앙은행들은 통화 정책 정상화 노선을 밟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Emerging Market 국가들은 자국 내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시키고 있다. 즉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글로벌 스탠스는 완화가 아닌 테이퍼링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서 터키가 나 홀로 역주행을 하며 통화 가치가 급락하게 됐다.

이번 리라화 폭락은 어찌 보면 그저 독특한 관념을 지닌 리더로 인해 통화가치가 몰락하게 된 사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엘살바도르가 올해 자국 내 통화를 버리고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택한 사례를 참고하면 리라화의 폭락은 단순히 “환율 상승” 정도로 치부할 수 없다.

 

© Bloomberg

 

엘살바도르뿐만 아니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에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반-군부 세력(National Unity Government)이 스테이블 코인인 US 테더(Tether)를 공식 화폐로 지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반-군부 세력이 테더를 공식 화폐로 지정한 배경에는 군부 정권과 싸우기 위한 자금 확보가 자리 잡고 있다. 즉 싸우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고 해당 자금은 그 가치가 안정적이며(1 테더 = 1 USD로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는 고정돼 있다) 동시에 출처를 알 수 없어야 한다(비트코인 특유의 익명성). 물론 이를 좌시할 수 없는 군부 정권은 미얀마 중앙은행을 통해 모든 형태의 암호화폐를 금지했다.

엘살바도르, 미얀마 그리고 터키가 보이는 이 일련의 사태는 제각각 독립적이나 큰 맥락에선 기존 법정 통화의 몰락을 시사한다. 사회 및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이지 못한 Emerging Market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국 통화를 방어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즉 USD, EUR 및 GBP와 같은 주요 통화들과 중국 위안화(CNH), 한국 원화(KRW) 및 대만 달러(TWD)와 같은 펀더멘털이 탄탄한 아시아 통화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통화들은 제도권 금융 시스템의 대체를 꿈꾸는 크립토 자산의 물결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위의 일련의 이벤트들에도 불구하고 올해 2021년은 거의 잘 마무리됐다. 11월과 12월에 들어 오미크론 변이와 연준의 긴축이 동시에 나타나며 시장을 뒤흔들었으나 미국 증시는 다시금 반등하는 추세다.

 

| 올해 시장 퍼포먼스 분석

글의 마지막으로 올해 시장의 퍼포먼스를 Index 기반으로 분석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미국 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며 최종적으로는 대형주가 승리했다.

 

© Morgningstar

 

위의 차트는 금융 데이터 및 펀드 평가 기관인 모닝스타라는 곳에서 발표한 올해의 퍼포먼스다.

 

보라색 모닝스타 US 대형주 지수: 24.7%

주황색 모닝스타 US 중형주 지수: 19.7%

초록색 모닝스타 US 소형주 지수: 11.5%

 

전체적인 수익률은 보라색인 US 대형주가 24.7%로 가장 높다. 하지만 차트의 추이를 자세히 보면 7월을 분기로 변화가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상반기에는 소형주(초록색)가 대형주(보라색)를 앞질렀다. 하지만 이후 대형주가 나머지를 아웃퍼폼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직접 데이터를 산출해 봐도 모닝스타의 결과와 유사한 값이 나온다.

 

파란색 S&P 500 성장주 지수

붉은색 S&P 500 가치주 지수

회색 Russell 2000(중형+소형주) 성장주 지수

노란색 Russell 2000(중형+소형주) 가치주 지수

 

© Bloomberg

 

일단 위의 2020년 그래프를 보면 파란색과 회색이 일치하는 반면 붉은색과 노란색이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즉 기업의 사이즈와 무관하게 2020년에는 성장주(Growth)가 가치주(Value)를 일관되게 압도했다.

반면 아래의 2021년의 차트를 보면 같은 성장주이나 대형 성장주(파란색)과 소형 성장주(회색)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치주의 경우 대형 가치주(붉은색)와 소형 가치주(노란색)가 연말 기준 유사하게 끝나기는 했다. 다만 7월 전을 보면 가치주 안에서도 사이즈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형 가치주가 대형 가치주를 7월 전까지 크게 아웃퍼폼 했다.

 

© Bloomberg

 

이렇게 된 가장 큰 배경에는 6월-7월 사이 시장을 뒤흔들었던 델타 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형주와 소형주는 수출보다는 내수 그리고 첨단 IT보다는 은행, 건설, 레저와 같은 전통 기업들이 많다. 즉 델타 변이와 같이 락다운을 부르는 악재가 터지면 중형주와 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비대칭적으로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모닝스타 차트를 보면 11월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미크론이 터지자 초록색인 소형주 인덱스의 하락폭이 보라색인 대형주 인덱스를 훨씬 압도한다.

이는 곧 향후 델타 및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날수록 대형주 / 중형주 / 소형주 사이의 괴리가 보다 극명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1년 DUDE의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하며 2022년에도 성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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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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