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까지 번진 미국발 은행 위기, 유동성 공급으로 공동 대처하는 연준과 중앙은행

SUMMARY

- SVB 사태 후 스위스(CS), 독일(도이치뱅크) 등 연이은 위기에 전 세계 뱅크런 우려 확산

- UBS가 CS 인수하며 내린 코코본드 상각 결정에 채권 시장은 일시적으로 급격히 냉각

- 연준은 재할인창구,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 등 유동성 공급으로 뱅크런 사태 진정 시도

-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동성 부여, 이는 결국 대출 회수로 이어져 경기 침체 가속화 명시

 

© istock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를 중심으로 한 미국 은행 파산 이후로 유럽의 대표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도 파산 위기에 몰렸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1,000억 스위스프랑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를 펼쳤고, 크레디트 스위스는 UBS에게 인수합병되며 뱅크런과 파산의 공포가 일단락된 모습이다.

 

크레디트 스위스(CSGN)의 주가그래프.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 1년간 주가가 89% 하락하였다. © investing.com

 

한순간에 얼어붙은 채권 시장 스위스 금융당국은 1위 은행인 UBS가 2위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약 17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AT1 채권'을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AT1 채권 가격이 급락했고, 인베스코와 위즈덤트리의 코코본드 추종 채권 ETF가 하락하는 등 코코본드 시장에 변동성이 커졌다.

AT1 채권, 즉 코코본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전액 상각될 수 있는 신종 자본증권의 일종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은행들의 자본을 늘릴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고위험 고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코코본드 상각은 역대 최대 규모로 핌코, 인베스코, 블랙록 등 주요 투자 기관들의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 특히 이번 상각은 채권이 주식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 시장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AT1 채권 보유자들은 주주들과 달리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코코본드 시장은 변동성이 커지며 AT1 채권의 가치가 하락했다. 유럽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은 서둘러 자신들의 관할 지역에서 기존의 우선순위가 지켜질 것이라고 밝히며 리스크 전이를 빠르게 차단했다. 이로 인해 UBS는 크레디트 스위스의 인수 합병을 빠르게 완료하게 되었고, 글로벌 8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 위기는 파열 없이 넘기게 되었다.

 

코코본드, 그리고 AT1 채권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 CoCo Bond)는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이 채권은 자본 비율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손실 흡수 기능이 발동해 금융기관의 자본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코코본드는 금융위기 시에 은행의 자본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코코본드는 일반적으로 AT1 채권(Additional Tier 1 Bond)과 T2 채권(Tier 2 Bond)으로 구분된다. AT1 채권은 주식 전환 기능이나 손실흡수 기능으로 금융기관의 자본을 더욱 강화하는 자산으로 처리되는 반면 T2 채권은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자본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고 부채로 표기된다.

코코본드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금융기관에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금융기관은 더 높은 이자를 제시해야 되고, 결국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크레디트 스위스 AT1 채권 상각 이후로 바클레이스가 2019년 8%의 쿠폰으로 발행한 코코본드 금리는 21.4%,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코코본드 금리는 7.5%에서 23%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코본드를 매입한 기관은 손실을 입게 되는 것도 문제다. 특히 크레디트 스위스 합병 과정 중에 AT1 채권이 주식보다도 후순위가 되었다는 것은 시장에 파장을 주고 있다. 코코본드를 가지고 있는 기관은 주식보다 더 위험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 주요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 규모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UBS, 바클레이즈, BNP 파리바 등 주요 은행들은 모두 100억 달러 이상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코코본드 시장이 흔들린다는 것은 은행들이 추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걷잡을 수 없는 은행 위기 유럽의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가 주말 동안 UBS에게 긴급 인수 합병된 직후인 3월 24일, 독일의 제1 은행 '도이치뱅크(Deutsche Bank)'의 CDS 프리미엄 1년 물이 사상 최대치인 712bp까지 치솟았다.

 

3월 24일 도이치뱅크 CDS 프리미엄 1년 물은 712bp까지 치솟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CDS 프리미엄(Credit Default Swap Premium)은 채권 발행자가 채무불이행 등의 위험에 처할 경우에 대비하여 채무불이행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채권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CDS 프리미엄은 낮아지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CDS 프리미엄은 높아진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해당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파산)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단 뜻이다. 도이치뱅크의 5년 물 CDS도 3월 24일 기준 200bp를 돌파하며 미국의 은행이 연쇄 파산하기 전인 3월 초의 평균값(90bp)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도이치뱅크의 주가 역시 크게 하락했다.

 

도이치뱅크(DBKGn)의 주가 일봉 그래프. 3월 24일 거래량이 터지며 장중 -15%까지 하락했다가 종가 기준 -9% 정도로 마감했다. 이후 가격이 반등하여 횡보중이다. © investing.com

 

독일의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는 3월 24일 유럽 정상들이 모인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도이치뱅크는 수익성이 매우 좋은 은행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이번 은행 위기는 각국 대통령까지 적극적으로 조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는 중앙은행이 개입하였다.

실버게이트 뱅크런에서 시작해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이 지핀 미국 은행 위기는 유럽으로 불이 옮겨붙었고, 결국 크레디트 스위스가 UBS에게 인수 합병되며 위기가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다음 뱅크런 가능성이 높은 은행으로 주목받았던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RC)'가 3월 20일 하루 동안 -47% 하락하며 은행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였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RC)의 주가그래프. 미국 대형은행들과 연준의 지원, UBS의 크레디트 스위스 인수 소식 이후에도 크게 하락한 후에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 investing.com

 

은행 위기 막기 위한 연준의 선택 연준의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가운데 연준(Fed)은 은행권 위기 대응을 위해 영국, EU, 캐나다, 일본, 스위스 등 5개국의 중앙은행들과 달러 유동성 공급을 위해 통화 스와프 운용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은 이번 위기를 결국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연준(Fed)의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 이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었다. 재할인창구는 은행이 긴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유동성 공급 장치 중 하나다. 은행들은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규 예금 유치, 연방기금 시장에서의 대출, 재할인창구 이용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재할인창구를 이용하면 은행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되도록 재할인창구까지 이용하는 것을 꺼려 했다. (SVB는 재할인창구 대출 금액 상위 은행이었다.) 재할인창구를 통해 은행들은 중앙은행이 보유할 수 있는 담보(정부채 등의 유가증권)를 제공하고 현금을 받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엔 72억 달러가 재할인창구를 통해 공급됐고, 금융위기 정점에서는 1100억 달러까지 늘었다. 이후 2020년 3월까지 10년간 거의 사용되지 않다가 코로나19 위기 때 일시적으로 500억 달러까지 증가한 바 있다.

 

미국 연준의 재할인창구 대출액을 보여주는 그래프. SVB 사태 이후 급증하여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SVB 파산과 잇따른 미국은행들의 뱅크런 파산 위험으로 연준(Fed)의 재할인창구를 통한 은행 대출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지난 3월 15일 종료된 주간 재할인창구 대출은 전주 대비 급증해 1,528억 5천만 달러에 달했다.

SVB 파산과 시그니처 은행 폐쇄 이후 연쇄적인 금융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연준은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 BTFP)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채를 담보로 최대 1년 동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며, 미국채의 전체 액면가를 담보로 평가한다.

지난 2022년, 초단기 상품을 제외한 모든 채권이 사상 최악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미국 은행들의 자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채의 손실이 컸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022년 말 기준으로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에서 총 6,200억 달러의 미실현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SVB의 장기 미국채 가치 하락으로 인한 미실현 손익이 뱅크런으로 확정 손실되며 자본금이 잠식된 것이 SVB 파산의 주요 원인이었다. 따라서 미국채의 액면가를 보증해 주는 처방으로 연쇄적인 뱅크런 우려를 막기 위해 연준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현재 은행 파산 위기가 막 시작하는 단계인 것을 감안하면 연준의 재할인율 대출액의 급증($152.85B)은 이번 금융위기의 규모가 얼마나 크고 위험한지 알 수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아직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연준의 긴축적 행보가 곧 끝날 것임을 의미한다. 기준금리만 내리지 않았을 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연준은 은행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고 있다.

위기에 순간에서 또다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버블을 더욱 키웠다. 단기적으로 은행은 연쇄 파산의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은행에 요구되는 자본금 확충은 결국 결국 기업과 부동산 시장, 가계의 대출의 회수로 이어진다. 이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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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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