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와 패션을 구분하자 上 #2

[재테크]by 오몽

Summary

- 경제 전문가들도 흔히 시장 예측에 실패하곤 함

- 실전 투자시 적정한 투자시계를 유지하고 자신감 있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

- 투자 시기를 판단할 때 'Stage'와 'Global Fashion'을 분석한 후 진입

 

© istock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분석가, 특히 시장과 경제를 예측하는 전략가와 이코노미스트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시장을 너무 장기적으로 예측하거나 최근 상황을 일반화시켜 근시안적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2030년에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고 2050년에 수소 경제가 50조 유로에 달한다고 가정해 보죠. 30년에 전고체 배터리가 2차 전지 배터리 시장의 10%를 잠식한다는 게 현재의 컨센서스입니다. 전고체가 언젠가는 상용화될 테니까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금부터 팔아야 한다. 이게 투자의 정답이 될까요? 전고체가 되면 전해질, 액체 분리막이 필요치 않게 되니 이들 소재를 만드는 기업의 주가가 이제부터 빠질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주가에 2차 전지 사업 가치가 분명히 과도하게 반영되었습니다. 제 추정치로는 2030년에 예측되는 2차 전지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윤의 70~80% 이상의 가치가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선반영 된 주가로 인해 당장 주가가 빠진다고 확언할 수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글로벌 저점을 찍었던 작년 3월 이후로 상당수 시장이 역사적 혹은 52주 신고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글로벌 유동성이 양호하고 미국은 올해도 재정을 풀 테니까 유동성이 풍부하니 당분간 주가 빠질 일이 없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이코노미스트들도 많습니다. 최근 3개월간에 펼쳐진 강세장을 스스로 알게 모르게 뇌리에 받아들인 판단인지 모르겠습니다. 0.5%까지 하락했던 미국 10년물 국채가 2%를 가도 강세장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유지될지 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편입니다. 최선의 경우 기간 조정으로 이어진다면 적어도 주도주가 많이 변할 것으로 가정합니다. 여기서 이런 제 예상도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야 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금년 2월말에 작성되었습니다. 이제 상당수 2차 전지 소재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전개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현실적인 장기 투자의 기준 그래서 켄 피셔는 우리가 시장의 다수, 혹은 컨센서스와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전망하고 기업을 분석할 때 적정한 투자시계를 유지하라고 조언합니다. 너무 짧지도 않고 너무 길지도 않게 말이죠. 그는 예측하기 적정한 기간을 대략 3개월~30개월 사이로 한정합니다. 그러고는 12~18개월 정도를 장기 투자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권장합니다. 시장의 다수나 언론이 그 이상 가는 먼 미래의 일에 대해 자신들의 말과는 달리 주가에 크게 반영하지 않는 현상을 관찰한 끝에 얻은 투자 경험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하루 앞도 알기 힘든 세상에서 하물며 10년, 20년이겠습니까? 실전 투자를 함에 있어서는 대략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의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때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십시오. 자신과 자만은 분명히 다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지만 꼼꼼하게 살핀 내 판단을 확신하는 것이야말로 투자의 겸양일 것입니다.

 

Stage & Global Fashion 앞서 제가 주식은 인내에 대한 보상이라 말하며 10년, 20년가량을 투자해야 진정한 주식 투자의 본모습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거의 사라진 채 말이죠. 그런데 바로 위에서는 예측에 있어 1~2년 사이 정도만 전망하라고 강조합니다. 모순 같지 않습니까?

먼저 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키 씨가 얘기한 주식 투자를 해야 할 시기가 20년간 이어진다는 것과 켄 피셔의 장기 전망, 그러나 제게는 단기라 의미되는 1~2년의 투자 판단은 전혀 다른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하는 20년은 'Stage', 수년 내의 시장 대응은 'Global Fashion'입니다. 우리는 스테이지에 투자를 해야 하고 패션을 사고팔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 번뿐인 세계인들의 파티 Global Fashion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패션이 경기 사이클에 연동되는 경향이 많고 글로벌하게 테마틱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코스닥 시장은 99년부터 00년 초까지 450% 상승하고 01년까지 주가가 원위치했습니다. 나스닥도 비슷합니다. 99년부터 370% 상승한 다음 01년에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 겁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지난 몇 년간 전기차와 차량용 2차 전지 배터리 주가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LIT는 '글로벌 X 자산운용사'의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ETF입니다. 작년 저점에서 대략 2.8배 올랐습니다. 같은 계열인 '미래에셋자산운용사'의 비슷한 ETF가 타이거 2차 전지 테마입니다. 작년 저점에서 2.5배 상승했습니다. 비슷한 시기부터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년 이전의 주가 흐름도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양자의 구성종목이 같을까요? 아닙니다. LIT에 삼성SDI, LG화학 등 일부가 편입되어 있지만 자산의 대부분은 다른 나라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Global Fashion의 또 다른 사례 : 2 차 전지 배터리 ETF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하게 전개되는 현상을 Global Fashion이라 정의합니다. 한때 시장을 강하게 이끄는 주도주로서 테마를 형성하지만 버블이 꺼지거나 약효와 재료가 다하면 전 세계 해당되는 모든 시장과 기업이 다 같이 꺼지는 현상을 '패션'이라 이해하십시오. 패션은 주가가 너무 과도하게 올랐거나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 혹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거나 버블의 정점을 지날 때가 변곡점입니다. 패션이 변하면 그동안 유지된 투자자들의 심리와 전망 역시 후행하여 크게 달라집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조금 오르면(조금 빠지면) 원 위치하겠지' 이런 마인드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션이 종료되면 파티도 끝납니다. 불 꺼진 무대에서 혼자 춤춰본들 돌아오는 건 처참한 원금 손실일 뿐입니다. 반대로 파티가 끝났다고 너무 일찍 판단하면 남들이 환호성을 지를 때 손가락만 빨다가 마침내 못 참고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때가 꼭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석유 파동과 잃어버린 20년 그렇다면 'Stage'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스테이지는 어느 국가 혹은 어느 지역에서 장기간 펼쳐지는 경제 구조의 변화에서 야기되는 장기 추세를 뜻합니다. G/G, M/V 시기에는 통상 20~25년간 성장이 지속됩니다. 반면 G/B, M/T 국면에서는 주가가 성장을 못하고 장기 횡보합니다. 2~3년 주기로 바뀌는 경기 사이클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우선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스테이지가 펼쳐지면 추세가 형성되는데 주가 사이클과는 무관합니다. 경제와 주가 사이클은 등락을 거듭하며 추세를 따라 움직입니다. G/G, M/V 시기에는 주가 사이클이 등락하지만 추세가 우상향 하니 주가 역시 우상향 합니다. 그러나 G/B, M/T 국면에서는 스테이지가 횡보를 하여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지만 절대 주가가 고점을 뚫고 우상향 하지 못합니다.

유끼 씨와 피델리티가 언급했던 기관투자자다움이란 크게는 어느 경제 블록(지역), 국가 작게는 어떤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는 스테이지에 있느냐를 알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1~2년 내지 2~3년 사이의 증시와 주가를 예측하는 것에 앞서 지금이 시장과 특정 기업을 사야 하는 스테이지 인가를 구분하자는 겁니다.

 

 

'Stage'는 'Fashion'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미국 시장이 오른다고 한국 시장이 언제나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70년대와 90년대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70년대는 최악의 시기였습니다.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그 시기에 주가는 매우 부진했습니다. 그림에서 보듯 미국 증시는 50년~70년까지가 견조 했습니다. 70년대의 암울했던 시기가 지나고 나서야 80년대 초부터 다시 20년간 주가가 장기 상승했습니다. 70년대가 안 좋았다는 코멘트에 많은 분들이 70년대의 석유 파동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70년대 석유 파동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경제 지식이 풍부하거나 50대 이상 나이 든 분들이겠습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그림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일본 증시는 70년대에 양호한 투자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89년까지 이어졌고요. 놀랍게도 경제 성장률은 70년대 초반 이후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증시가 20년간 상승을 이어간 것입니다. 앞서 미국은 성장이 지속되는 시기에 증시가 좋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 보십시오.

 

 

일본이라고 석유 파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70년대에 어떻게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바로 주식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할 'G/G' 스테이지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90년대는 정반대의 양상입니다. 미국이 장기 호황이었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위기가 펼쳐지는 시기에도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주식 투자를 꼭 해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스테이지는 각 나라마다 다르게 펼쳐집니다. 해외 투자가 가능해진 우리로서는 좋은 스테이지에 있는 유망한 증시와 유망한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해외의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분산 투자를 하는 이유이자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 못지않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Stage'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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