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 나는 전셋값 #1

[재테크]by 오몽

Summary

- 단순 수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전셋값 폭등 현실

- 전셋값 상승률은 높지 않지만 임차인이 마련해야 할 실제 부담은 그 이상

- 임대차 보호법으로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2년 뒤에는 보증금 폭탄을 떠안아야 함

-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데다, 부동산 규제 정책의 충돌을 간과한 결과

 

© pixabay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1.5억 원을 돌파했습니다(KB 리브온 부동산월간 통계 7월 기준). 작년 9월 사상 처음 10억 원을 돌파한 이래 놀라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1년 기준 무려 22% 올랐습니다. 전국 시세는 더 가파릅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5.2억 원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25%가 상승했습니다. 가히 전국이 부동산 열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급등하는 주택 가격에 임대료가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서울 아파트 전세 평균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7% 오른 6.3억 원, 전국 기준으로도 25% 상승한 3.2억 원을 찍었습니다. 매매 가격에 비해 전세 가격이 좀 더 올랐으나 대체로 비슷한 추세입니다.

7월 통계에서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이 55.5%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제가 작년 말의 전세 보증금 비율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누구나 할 거 없이 치솟는 임대 보증금 때문에 아비규환이라고 비명을 지를까요? 좀 더 세심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12월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보증금 비율은 56.1%. 

[자세한 사항은 아래 글 참고]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실 아래 [그림 1]은 2010년 이후의 전세 보증금 상승률입니다. 2년 주기로 전세가 갱신되는 점을 감안하여 2년 전 대비 상승폭을 그렸습니다. 금년 7월 기준으로 2년 전에 비해 서울이 22%, 전국이 15% 올랐습니다. 미친 전셋값이라던 12~13년에 비해 더 심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전세 보증금 비중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과 유사한 셈입니다. 이 정도면 이구동성으로 난리 칠 법하지 않은데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요?  

 

[그림 1] 2년 전 대비월별 전세 보증금 상승률

자료원 : KB은행 리브온 부동산 통계

 

평균 전세 가격에 비해 체감 전셋값이 폭등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 절대 가격 효과입니다. 12~13년 전세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를 당시,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보증금 인상 폭이 대략 1억 원, 많아야 1.5억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평균 전세 보증금 데이터 기준 금년 7월 전세 보증금은 2년 전에 비해 1.7억 원 이상 올랐습니다. 상승률이 당시에 비해 적지만 임차인이 마련해야 할 실제 부담은 그 이상입니다.

둘째, 통계적 착시효과입니다. 9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인이 원할 경우 보증금 5% 이하 인상으로 2년 갱신이 의무화된 효과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동 법이 시행된 작년 8월부터 집계된 전세 보증금 가격 데이터에는 계약 갱신 청구 효과가 포함되었습니다. 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 청구 비율이 77%라고 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전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중 77%는 5% 이내로 계약 갱신을 했고 23%의 임차인은 신규로 전세 계약을 했다는 겁니다. 그 결과 2년 전에 비해 전세 보증금이 평균 22% 이상 올랐다는 거죠.

그렇다면 신규 전세 계약한 임차인들이 지불한 전세 보증금은 얼마일까요? 일차 방정식으로 풀면 아마 8.3억 원가량 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2년 전 대비 79% 오른 수치입니다. 전국 아파트로 보면 3.57억 원, 48%가 올랐겠군요.

 

[그림 2] 계약 갱신 청구 효과 반영 전 후의 전세 보증금 상승효과

자료원 : KB은행 리브온 부동산 통계

 

'미친'을 뛰어넘는 '폭등' 서울에서 전세 계약 갱신을 하지 못해 신규로 아파트를 전세 계약할 경우, 2년 전 시세에서 3.7억 원이 더 늘어난 보증금 8.3억 원이 필요합니다. 서울에 거주한 가구가 평균 1년에 1,830만 원가량 자금을 모을 수 있는데요.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2년 새 오른 전세 보증금 차액을 마련키 위해서는 20년을 저축해야 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죠. 당연히 금융 기관에 모자란 금액을 더 빌리거나 아니면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서 임대료를 내야 합니다. 모두 이자가 나가거나 월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니 가계의 흑자 규모가 그만큼 축소되게 되는 것이고요.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계약 갱신 청구를 한 임차인들이 불통을 피해서 마음을 쓸어내리겠지만 2년 뒤에는 전세 보증금의 폭탄을 그대로 떠안아야 합니다. 지금의 전세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결코 폭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의 거주 안정과 주거 비용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로 개정한 임대차 보호법이 정작 주택 약자들에게 감당키 어려운 짐을 떠넘긴 꼴입니다.

사실상의 전세 가격이 서울 8.3억 원, 전국 3.6억 원이라면 앞서 언급한 매매 가격 대비 전세 보증금 비중도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실질 전셋값이 8.3억 원이라면 매매 가격 대비 전세 보증금 비중이 70%에 달합니다. 이 비중은 서울 집값이 하락하며 주거비용을 임차인에게 본격 전가시켰던 15~16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5년 전에 비하면 전세 보증금이 100% 이상 오른 겁니다. '미친'을 뛰어넘는 '폭등'이겠습니다.

 

[그림 3] 서울 아파트의 갱신되는 실질 전세 보증금 비중

자료원 : KB은행 리브온 부동산 통계

 

임대 물량은 수면 아래로… 정책 효과가 예상과 반대로 작용한 원인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지만 분석한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경시했고 소유와 임대에 대한 규제 정책의 충돌을 간과한 결과라는 판단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증권 시장은 거래량이 매우 활발합니다. 연간 회전율이 적게는 100% 내외, 많게는 200%를 웃돕니다. 1년에 매매를 한 번 내지 두 번 하는 꼴입니다. 주택 시장은 증권 시장과 상당히 다릅니다. 주거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택을 사고파는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가능한 한 임차한 주택을 쉽게 옮기려 하지 않습니다. 거래량이 적은 것에는 각종 세금과 중개 수수료 비용이 높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되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주택 임대 시장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요? 결론적으로 전국과 서울 지역 모두 대동소이합니다. 아무래도 임대료가 비싼 서울이 관심이겠죠? 서울을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서울에 보급된 주택은 총 295만 호입니다. 이를 190만 가구가 소유 중입니다. 전체 가구에서 주택을 소유한 가구 비중이 49%입니다. 대략 절반 이하의 가구가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1 주택을 소유한 가구가 137만 가구입니다. 2 채 이상 다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53만 가구로 대략 158만 호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주택 가구는 평균 3 채를 보유 중입니다.

이제 매년 매물로 나올 전월세 임대 물량을 추정해 보겠습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합니다. 우선, 1 주택을 보유한 가구가 실거주하는 비율을 85%로 잡았습니다. 교육이나 주거 환경 등을 이유로 자기 집을 전세 주고 전세로 사는 가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가구는 평균 수명과 연령대별 인구 분포를 고려했습니다. 10대를 자녀로 둔 가정을 포함하여 15%라고 가정했습니다.

둘째, 다주택 소유주들이 실거주용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임대로 둔다고 보았습니다. 각종 유형의 임대 사업자들이 등록한 주택이 다주택 가구의 1/3을 차지합니다. 이들 물량의 임대 기간을 최소 5년 이상으로 가정했습니다.

셋째, 평균 전세 계약 만기를 고려했습니다. 우선 자가 주택을 전세 놓고 세 들어 사는 임대 가구가 20만 호입니다. 이 가구들은 2년에 한 번 전세가 만기 되므로 연간 10만 호의 수요가 발생하게 됩니다. 장기 임대로 분류된 52.6만 호의 경우는 갱신 주기를 5년으로 가정했으니 연간 대략 11만 호의 갱신 수요가 있게 됩니다. 2년 만기의 전월세 임대 가구도 52.6만 호 정도일 텐데요. 계약 기간 2년을 고려하니 연간 갱신 수요가 26만 호로 추산됩니다. 모두 합치면 서울에 있는 주택 295만 호 중에서 매년 전월세 시장으로 출회되는 물량은 전체 가구의 16%인 47만 호에 불과합니다. 전국 기준으로도 비슷합니다. 매년 전체 주택의 16% 정도가 임대 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림 4] 연간 전월세 수요 추정(전국, 서울)

자료원 : 통계청 주택 소유 현황 통계 

 

앞서 증시 회전율이 100%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증권 시장에 상장된 모든 증권이 1년에 평균적으로 1회전 이상을 하는 셈입니다. 위의 추정에 따르면 주택 시장의 임대 회전율이 16% 밖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2년 계약 갱신 청구권이 발효되자 이들 46만 호의 77%가 수면 아래로 잠겼습니다. 임대 시장에 공급 가능한 수량이 사실상 10.8만 호로 급감한 것입니다. 물론 계약 갱신 조항이 적용된 임대 주택도 실질적으로 수요를 흡수한 공급 물량이긴 합니다. 그러나 신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을 감안해야 합니다.

 

물량 부족 쐐기 박은 정책 큰 문제가 장기 임대 물량에서 발생했습니다. 15년 전세 가격이 재차 급등하자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전세 가격 안정의 일환으로 임대 사업자에게 갖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 대신 임대 사업자들이 사업자 등록 기간 중에 계약을 갱신할 경우 5% 이내로 임대료를 올리도록 규제하였습니다. 17년부터 전세 가격이 안정된 이면에는 장기 임대 사업자 효과가 매우 큽니다. 투기 규제 일환으로 작년에 임대 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거의 철회하였으나 장기 임대 물량이 실제 시장에 출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요합니다. 이처럼 시장에 공급 물량이 실질적으로 줄어든 사실을 간과한 채 정부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이 예정된 아파트 보유자의 2년 거주 의무 규제안을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임대 물량 공급에 또 한차례 적지 않은 충격 요인이 발생한 겁니다. 전세 물량 부족으로 매물벽이 얇은 상황에서는 한두 건 높게 체결된 가격이 주변 호가를 끌어올려 시장 가격으로 고착되는 국면입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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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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