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 나는 전셋값 #2

[재테크]by 오몽

Summary

- 신규 전세 계약 시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 소득별로 계산

- 소득 대비 임대료(PIR) 계산 결과 소득의 40%를 주거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

- 전셋값 폭등 원인 3가지 : 정부 정책 실패, 관료의 보신주의, 다주택자의 과도한 욕심

- 이러한 현실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 pixabay

 

내 집 마련 꿈도 못 꾸는 현실 다음으로 KB 리브온 부동산 통계에서 평균화된 전세 보증금이 아닌 실제 신규 계약 시 지불해야 하는 시장 가격이 주는 경제적 부담을 논의하겠습니다. 앞서 실제 추정되는 서울의 평균 전세 가격이 8.3억 원이라고 했습니다. 매매 가격의 70% 수준인데요. 가정을 조금 완화하여 서울 지역은 일률적으로 65%로 잡았고 전국은 전세 가격에 따라 65%~75%로 편차를 두어 분석했습니다. 먼저 분위별 평균 전셋값을 보겠습니다. 서울의 전세 3분위(하위 40%~60%)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5.8억 원입니다. 그러나 계약 갱신 효과를 제거할 경우 최소 6.9억 원 이상일 걸로 추산됩니다. KB 시세에 비해 1.1억 원이 더 높습니다. 이런 차이는 전세 보증금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격차가 더 심해집니다. 4분위 아파트는 9.1억 원으로 차이가 1.9억 원으로 확대되고 5분위 아파트는 실세 가격이 14억으로 무려 3.1억 원이 차이 나는 실정입니다. 전국 아파트들도 실세 가격이 더 높지만 서울에 비해 격차가 크지 않아 덜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림 5] KB은행 리브온 부동산 전세 보증금과 추정 실질 전세 보증금(전국, 서울), 2021년 7월 기준

 

실질 전세 가격이 2년 만에 70% 이상 오르면 가계에는 얼마나 부담이 될까요? 꼼꼼하게 분석해야 할 이슈입니다. 서울의 가구당 소득 수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는 연간 1.34억 원의 소득을 얻습니다. 차상위인 4분위 가구의 소득은 8천만 원, 그다음 3분위 가구가 5,800만 원입니다. 4분위 가구는 연간 4,100만 원의 수입에 그치고 최하위 계층인 1분위 가구 소득은 2,0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런 소득 수준에서 전세 보증금이 1억 원 이상 오른다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인상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려면 그간 모아 놓은 예금 등의 금융 자산을 헐어 메꾸거나 금융 기관에서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이도 저도 힘들다면 모자란 보증금을 월세로 돌려 지불해야 합니다. 이 모두 이자 소득이 줄거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현재 전월세 전환율이 3.6%입니다. 전세 보증금 1억 원당 월세 30만 원으로 셈하는 것이죠. 위에서 추정한 실질 전세 시세를 월세로 치환하여 가구 소득과 비교하면 월세 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 6]에 소득 대비 임대료(PIR)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서울 주거비용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일까?'에서 2020년 말의 전세 보증금 PIR을 계산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가구는 자기 소득에서 적게는 28%, 많게는 33%를 임대 비용으로 지불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30%의 PIR은 국제적으로 평균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추정한 실질 보증금으로 다시 계산해 보니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최상위 가구의 PIR이 38%입니다. 3분위 이하 가구들의 경우는 40%를 상회하는 걸로 나옵니다. 7개월 만에 PIR이 10%p 이상 올랐습니다. 소득의 40%가량을 주거 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 눈앞에 닥쳤습니다.

 

[그림 6] 2020년 말, 2021년 7월 전세 PIR

자료원 : KB은행 리브온 부동산 통계 재구성 

 

19년 7월 당시의 서울 지역 전세 보증금에서 오른 차액을 연 3.5%의 금리로 이자를 낸다고 가정할 경우 가구당 적게는 446만 원(1분위 소득 계층)에서 많게는 2,186만 원(5분위 소득 계층)의 비용이 늘었습니다. 비례하여 가계 재정에는 그만큼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이자를 제외한 다른 소비 지출을 그대로 유지하면 5분위 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가 적자로 돌아섭니다.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 가구만이 원리금 상환 이후에도 연간 1,050만 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걸로 예측됩니다. 물론 상환된 원금만큼 가구의 부가 늘어났지만 당장의 현금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니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 7] 실질 전세금 상승에 따른 원리금 부담 규모와 현금 여력

자료원 : 통계청 통계 재구성

 

대출 원금 상환분을 제외하면 서울의 흑자 계층이 3분위까지 늘어납니다. 5분위, 4분위, 3분위 가구의 연간 흑자 규모는 각각 3,051만 원, 782만 원, 556만 원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늘어난 전세 보증금이 1억 원에서 3억 원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십시오. 이 정도의 가계 흑자로 내년, 내후년 전세 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몸통은 누가 흔들고 있는가 전체 주택의 16%에 불과한 전세 물량이 51%의 무주택 가구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웩 더 도그'입니다. 이러한 불행은 과연 누가 만들었으며 누구의 책임입니까? 저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관료의 무사안일 보신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의 근간인 건전한 이기심의 일탈이라는 삼위일체로 보고 싶습니다.

정부는 4년 내내 오르는 집값에 당황한 나머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장기임대 사업자가 늘어난 점을 간과한 채 계약 갱신 청구권과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예정 아파트 2년 실거주 규제를 강행한 부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와 국교부 관료들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주택 정책 수립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능력 있는 관료들이 정부 정책이 야기할 부작용을 충분히 알 법한데도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얼마큼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대통령이 해당 주무부서 장관을 임명하고 장관이 담당 부처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을 무시하자는 건 아닙니다. 자기의 임면권을 틀어쥔 장관에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보신주의에 빠져 시간만 지나기를 바라고 뻔히 틀릴 줄 알면서도 원하는 답만 보여주는 공무원이 과연 우리 사회에 필요하겠습니까? 

아울러 임대를 놓는 다주택 소유자의 과도한 욕심에도 쓴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건전한 이기심이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핵심입니다. 그러나 신규 계약 시 앞으로 4년간 5% 이상 올리지 못할 부분과 재산세와 보유세 증가분까지 감안하여 세입자에게 그 이상 전가한 게 아닌가 합니다. 시장은 언제나 균형점으로 되돌아오려는 자정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구 소득이라는 펀더멘탈을 뛰어넘는 과도한 주거 비용은 언젠가 독이 되어 임대 시장과 국내 경제에 되돌아올 겁니다. 미국은 1970년 이후로 10년에 한 번꼴로 주택 시장이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주택 시장의 불패 신화가 막바지에 이르는 국면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공급 부족이란 미명으로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아파트 가격을 금융이 뒷받침해 주지 않는 한 이를 수요할 수 있는 소득 여력을 갖춘 잠재 구매자들이 점차 고갈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주거 부담 해소할 유일한 대안 금년 1분기 말 국내 가계의 금융 부채가 2,103조 원에 달합니다. 이중 금융권에서 차입한 대출금은 1,846조 원입니다. 주택 담보대출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대략 2.9%입니다. 우리나라 가계가 연간 54조 원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IMF 이후 이후 우리 경제는 3차례의 경기 불황을 겪었습니다. 모두가 가계의 이자 부담이 국민 계정의 가계 피용자 보수의 7%를 넘어설 때 발생했습니다. 현재 이 비율이 4.7%입니다. 만일 현 대출 금리에서 1.6%p만 오르면 위기 당시 때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수준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피해를 겪는 지금, 한국은행이 연내 2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실세 금리는 한은의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선반영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면 은행들 역시 대출 금리를 조금씩 더 올릴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그림 8] 국민 소득 계정상의 가계 이자부담

자료원 - 한국은행 통계 재구성

 

우리나라 가계가 지닌 금융 자산이 무려 4,646조 원입니다. 금융 부채가 많다고 다들 난리지만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2,500조 원이 넘습니다. 다만 폭등한 집값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 비용으로 매년 원리금 상환 후 가계 수지가 적자 전환할 정도로 부담이 커진 상황입니다. 기업으로 따지면 자기 자본이 튼튼한 우량 기업인데 업황이 나빠져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해법은 두 가지입니다. 소득을 늘리거나 부채를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모드로 돌아선 지 오래이고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일한 답은 자산과 부채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주택자를 포함하여 시장에 거래를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매물이 공급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더 이상 주거비용이 오른다면 나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고통받는 불행한 시기가 올 것입니다. 파국을 피하고 파레토 최적을 이루는 정책 수립이 가능하게끔 모두가 한 걸음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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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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