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밸류에이션의 오해와 진실 : 싼게 비지떡?! 下 #1

[재테크]by 오몽

Summary

- 투자할 만한 지주회사를 고르는 방법 : 수익성이 나아질 지주회사 찾기

- 지주회사의 주가가 낮은 것은 지주회사의 EPS가 자회사보다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

- 자회사와 비교할 때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낮은 지주회사는 밸류에이션도 낮게 평가 받는 경향이 있음

 

© pixabay

 

지난 회에서는 인적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거쳐 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마법을 설명하였다. 지주회사가 발행한 신주만큼 시가총액이 커지는 현상이 듀얼 카운팅에 의한 할인이란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이번에는 투자할 만한 지주회사를 구분하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IPO에 열광하는 투자자들 2020년 이후로 IPO(신규 공모, initial public offering)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작년에 그 열기가 잦아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매섭다. 상장 첫날 공모 가격에서 100% 주가 상승은 기본이고 하루 이틀 상한가를 이어가는 종목들이 수두룩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SK 바이오팜 상장이었다. 신규 공모가 뭔지도 모르던 일반인들마저 IPO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신주 공모가가 49,000원이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격은 공모가에서 100% 오른 98,000원이었다. 당일 종가는 상한가 127,000원으로 끝났다. 상장 나흘째 날 장중 269,500원 고점을 찍었다. 4일 만에 수익률 450%가 났다. 그 이후로 너나 할 것 없이 허겁지겁 공모시장에 몰려들었다.

IPO 시장이 핫할수록 기존 거래소 시장과 KOSPI 지수는 부담이다. 기존 상장 종목으로 유입되어야 할 시중 자금이 신규 공모주로 쏠리는 만큼 자금 여력이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IPO 시장이 과열권에 진입하면 일반적으로 KOSPI가 후행하여 정체되거나 하락하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KOSPI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후 숨 고르기 중이고 IPO 역시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활황이다. 급기야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LG 에너지 솔루션의 공모 규모가 최대 10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보통 상장 예정 기업의 청약 경쟁률은 1,000 : 1을 넘나든다. 1억을 넣어도 10만원어치 주식을 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청약시장으로 몰려드는 걸까? 상장 후 팔았을 때의 수익률과 청약 건수에 답이 있다. 상장 첫날 50% 수익으로 팔 수 있다고 치자. 연간 보통 120개~150개 기업이 상장된다. 계산하기 쉽도록 100개 기업이 상장한다고 가정한다. 100 X 0.1% X 50% = 5%. 은행 금리가 1%가 되지 않는데 5% 수익이 기대 가능하다. 어느 누가 청약하지 않겠나?

 

지주회사의 주가가 낮은 이유 시장의 관점에서 지주회사란 IPO 회사와 같다. 시장에 주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따라서 지주회사는 시장이 상승세이고 유동자금이 밀려들 때 성과가 좋은 경향을 보인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모든 지주회사가 해당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 대비 할인이 당연하다. 왜? 더블 카운팅 된 주식이기 때문이 아니다. 더블 카운팅 이슈는 이미 앞에서 반박한 바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 대비 반드시 할인 받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지주회사의 EPS가 자회사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앞서 든 예에서 지주회사 A'의 EPS는 2,857원, 자회사 A는 10,000원이다. 결코 자회사보다 비쌀 수 없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주가가 낮아야 하는데 이를 더블 카운팅이라는 잘못된 논리로 마치 할인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은 우문에 우답이다. 만일 지분구조상 지주회사의 EPS가 더 높게 나오도록 짤 수만 있다면, 예를 들어 지분 상당수를 확보하되 투자된 자본금이 훨씬 적고 브랜드 로열티와 자체 사업의 수익성이 높을 경우 지주회사 주가는 자회사가 상장되어 있어도 더 비싸게 거래될 수 있다. 문제는 실적인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 그런데 지주회사는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로 자회사 대비 수익성이 떨어질까? 쉽게 찾을 수 있는 지표를 활용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이 아닌 시장 지표를 가지고 분석을 했다.

2011년~2020년 3분기까지 10년 동안 KOSPI 기업 평균 ROE는 7.9%이다. KOSPI 기업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률이 평균적으로 7.9%였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평균 PBR은 0.98배. 투자자들은 KOSPI 기업들의 자산 가치를 대략 0.98배 인정해 줬다. 대략적으로 8% 수익에 PBR 1배를 지불했다. 그렇다면 지주회사 평균 ROE, PBR은 어느 정도일까?

[그림 4]의 도트(dot)는 11년~20년 3분기까지의 지주회사들의 연간 ROE와 PBR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지주회사 10년 평균 ROE, PBR은 6.1%, 0.73배이다. 투자자들은 지주회사들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대략 6% 이익률에 대해 자산 가치의 0.73배만 인정해 주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비해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것처럼 밸류에이션도 시장 평균에 비해 대략 30% 남짓 낮게 평가받는다.

 

[그림 4] KOSPI 기업의 평균 ROE, PBR과 지주회사의 평균 ROE, PBR

 

이 점을 이해한다면 ‘지주회사 PBR이 0.7배에 불과하니까 싸다. 그래서 장기 투자하면 시장만큼 밸류를 받을 때 40% 이상 업사이드가 있다’는 주장이 일견 합리적이라 들릴지라도 결코 유망한 투자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싼 게 비지떡이다. PBR 0.7배에 불과할 만큼 자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지주 기업의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자산은 100을 투자해서 8을 벌고 어떤 자산은 100을 투자해서 6을 벌 때 어느 주가가 더 높아야 하는가? 당연히 8을 버는 기업이다. 지주회사가 싼 이유는 낮은 수익성에 있지, 더블 카운팅 때문이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지주회사를 사야 하나? 답은 무척 간단명료하다. 수익성이 높은 지주회사, 아니면 수익성이 나아질 지주회사이다. 수익성이 높은 지주회사는 아마도 이미 주가가 올라 그 가치를 상당 부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나아질 지주회사를 골라야 한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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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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