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 플로우 차트 : 주식투자할 때 기업의 사업모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上 #1"

Summary

- POSCO로 살펴보는 플로우 차트의 필요성

- 개인투자자는 이슈에 따라 기업 주가가 얼마나 변동할지 빠르게 파악해야 함

-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플로우 차트를 통해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 있음

 

© iStock

 

글로벌 뉴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2019년 1월,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발레가 보유한 광산 댐이 붕괴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조업 차질로 발레사의 철광석 생산이 18년 대비 20% 남짓 줄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에도 중국의 철강 수요가 살아났습니다. 철광석 재고가 타이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정적 광구 폐쇄와 예상을 넘는 수요 증가로 2021년 철광석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랐습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이 POSCO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2021년 봄, 북미 서해안이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시의 기온이 한때 섭씨 49.5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상고온은 '열 돔' 현상 때문이라 추정됩니다. 탄소제로(Net Zero Emission, NZE 2050)만이 기후 변화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합니다. 탄소 배출이 심한 석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추세입니다. 이 때문인지 작년 1분기 석탄 가격이 2019 년 이후 -30% 이상 하락했습니다. 코크스 가격 하락이 POSCO 이익을 얼마큼 변화시킬까요? NZE 2050가 POSCO의 제철 사업에 미칠 파장은 무엇일까요?

만일 POSCO 주식을 보유하거나 투자할 계획이라면 앞선 질문들이 주가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증시는 다이내믹합니다. 뉴스가 알려지는 즉시 주가에 반영되는 게 일상입니다. 호주 광산업체가 전면 파업을 하여 오늘 새벽 런던 LME 시장에서 철광석 가격이 60% 올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연 POSCO 이익을 얼마큼 감소시킬 뉴스일까요? 누구라도 이 뉴스가 감익 요인임을 압니다. 그러나 주가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정교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개략적으로 추산이 되어야 판단이 가능합니다. 뉴스가 줄 영향보다 주가가 더 빠지거나 덜 빠지면 이를 활용해야 투자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1분기 POSCO가 도입한 철광석 평균 가격이 143 $입니다. 철광석 가격이 60% 올랐다고 가정하면 향후 POSCO 영업이익은 대략 6,200억 원 정도 이익이 감소할 걸로 추산됩니다. 이는 2021년 POSCO 별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 6.7조 원의 10% 정도가 줄어드는 효과입니다. 만일 POSCO가 철광석 가격 인상을 제품 가격에 전가한다면 이익 감소 폭은 예상보다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철광석 폭등이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15% 하락하여 출발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철광석 가격 상승과 주가 폭락에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주가 급락에 놀라 가지고 있는 주식을 분위기에 편승하여 팔까요? 너무 빠졌고 머리도 아프니 그냥 가지고 있으시겠습니까? 이도 저도 아니면 철강 수요가 괜찮으니 일부 제품 가격에 전가가 가능하다고 여기고 POSCO 주식을 더 사시겠습니까? 이처럼 어떤 뉴스가 나왔을 때 이 뉴스가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를 신속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발생한 정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시장이 불분명하게 인지할 때야말로 초과 수익을 거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투자자를 위한 안내도 플로우 차트는 과거의 주가 흐름을 분석하는 주가 차트가 아닙니다.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성격과 내용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여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이해시켜 주는 일종의 안내도입니다. 플로우 차트는 우리에게 기업에 돌발 변수가 일어났을 때 해당 기업의 이익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직관적이고 쉽게 알려줍니다.

먼저 철광석 가격이 60% 올랐을 때 POSCO 영업이익이 6,200억 원 줄어드는 과정을 간단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가격이 143 $에서 60% 올랐다고 해보죠. 그러면 톤당 86 $가량 원가가 상승합니다. POSCO의 철강 생산 능력이 연간 4천만 톤이라고 치겠습니다. 철강 1톤을 만들기 위해서 POSCO는 1.6톤의 철광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86 $ X 4,000만 톤 X 1.6 X 환율 1,130 원 = 6,219억 원이 나옵니다. POSCO 생산능력과 철강을 만드는데 철광석이 얼마만큼 소요되는지만 알면 초등학생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환경 규제로 석탄 사용이 줄어들어 코크스 가격이 반대로 -60% 폭락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코크스 가격은 폭락 전 180 $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이 얼마만큼 변할까요? POSCO는 철강 1톤을 만드는데 보통 0.7톤의 코크스를 소모합니다. 4천만 톤이니 연간 2,800만 톤을 사용하겠네요. 180 $에서 60% 하락했다면 원가 절감된 금액이 톤당 108 $. 이제 계산이 섰습니다. -108 $ X 4,000만 톤 X 0.7 X 환율 1,130 원 = -3,417억 원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POSCO의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만 이해해도 철강 가격이 변하거나 원재료가 오르내릴 때 '아, 이 정도 가격이 변동할 경우 POSCO 이익에는 어느 정도로 영향을 주겠구나'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에 주가가 그다지 반응을 하지 않거나 너무 심하게 반영할 경우 POSCO 주식 투자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따라서 플로우 차트가 담아야 하는 내용은 명확합니다. 특정 기업의 비즈니스 전 과정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축약하면 그만입니다. 전형적인 제조 기업을 예로 들겠습니다. 기업이 만드는 각종 제품에 필요한 주요 원재료 등의 Input 요인 → 자산현황, 생산과정, 생산능력, 주요 제품 현황 등을 표현한 Process와 Output 요인 → 생산된 재화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경로인 Marketing Channel 등을 작성합니다. 여기에 기업이 진행 중인 R&D와 투자 계획 등을 보강하면 됩니다.

 

POSCO 플로우 차트 간단 버전 이제 POSCO의 플로우 차트를 소개하겠습니다.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두 개의 플로우 차트는 2007~2008년에 작성되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직장 신입 사원들에게 리서치 교육차 작성시킨 차트입니다. 먼저 간단한 버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림 1] POSCO Flow Chart 간단 버전

 

플로우 차트를 작성할 때 필요한 사항들은 기본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인 'DART'의 사업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플로우 차트의 ‘원재료’ 항목을 살펴보겠습니다. 매입액 기준으로 비중이 높은 원재료는 스테인리스 원료인 니켈, 석탄, 철광석 순입니다. 니켈 구입 가격이 가장 큽니다. 그러나 니켈 가격이 2만 $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수량으로는 큰 비중이 아닙니다. 철광석과 코크스가 수량 기준으로 제일 많습니다. 주로 호주, 브라질, 캐나다에서 원재료를 조달합니다. 조달 기간과 원재료 재고가 무척 중요한 정보이나 사업보고서 상에서 확인되지 않아 기재하지 못했습니다. 기업 미팅이나 애널리스트 세미나 등을 통해서 점검해야 합니다.

2007년 당시 POSCO 조강 생산 능력은 연간 3,000만 톤입니다. 이후 몇 번 증설을 거쳐 현재는 캐파가 4,165만 톤으로 늘었습니다. 이처럼 플로우 차트는 해당 내역이 변했을 때 이를 적절히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이 얼마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연간 3,045만 톤을 생산했으니까 설비를 100% 이상 가동한 셈입니다. 요즘은 당시만큼 철강 수요가 높지 않고 현대제철이 제철사업에 진출하여 POSCO의 독점이 깨진 여파로 3,700만 톤 정도를 생산 중입니다. 설비의 90% 정도 가동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가동률이 낮아진 만큼 고정비 부담이 생겨 수익성이 나빠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력 제품군은 열연, 냉연, 후판, 스테인리스, 선재 등입니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식혀 두꺼운 평면 판재로 만든 것이 후판입니다. 주로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 때 사용하거나 건설자재로 쓰입니다. 후판에 열을 가해 좀 더 얇게 만든 제품이 열연이고 냉연은 열연을 압연하여 만들어 냅니다. 냉연 제품은 주로 가전제품, 자동차 강판, 건설자재 등으로 수요 됩니다. 2007년 당시 POSCO 조강 생산능력은 세계 2~3위 권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인수합병과 증설 등으로 2020년에는 6위로 밀려났습니다. 현재 세계 1위 철강사는 바오산 강철과 우한 강철이 합병한 바오우 강철입니다. 바오우 강철은 연간 1.15억 톤 정도 조강 생산을 합니다.

바오산 강철과 관련된 여담입니다. 2004년 모건스탠리 증권 주선으로 바오산 강철을 탐방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바오산 강철은 중국 1위 철강사였지만 POSCO보다 생산 능력이 작았습니다. 그러나 해외 증권사 콘퍼런스에서 종종 만났던 IR 책임자의 자신감이 무척 대단했습니다. 중화 대국의 1위라는 자부심으로 POSCO의 기술과 공정 노하우가 별거 아니라고 치부했습니다. 30대 후반의 젊은 IR 책임자의 근거 없는 자신감에 순간 은근히 제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런데 고로 견학을 포함한 공장 투어를 하면서 이내 마음이 풀어졌습니다. 노후된 고로와 공정 설비들이 너무 조악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철강 제품이 나올지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1년 뒤 POSCO 포항 공장을 처음으로 현장 방문했습니다. 공장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경과 모형이 설치된 홍보실에 쓰여있는 '제철보국'의 사훈에 문득 눈물이 맺혔습니다. 바오산 강철 탐방 당시의 불쾌한 감정과 가진 것 없는 빈국의 허허벌판에서 세계 2위의 제철 강국으로 발돋움했던 POSCO 임직원들의 노력이 겹쳐졌던 탓인 듯합니다.

현대제철이 진입하기 전에는 POSCO의 내수 비중이 75%였습니다. 국내 경기가 침체일 때는 수출 비중이 30~40%까지 늘어나지만 대략 내수와 수출 구성이 7:3 전후에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수출 비중이 40~45%대로 늘었습니다. 독점이 깨져 현대제철과 시장을 분점 하게 되어 생산 능력상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겪기 때문입니다. 주요 제품 가격이 2007년에는 열연 52만 원, 후판 69만 원, 냉연 60만 원 정도였는데요. 작년 1분기에는 각각 71만 원, 69만 원, 80만 원이었습니다. 열연, 냉연에 비해 후판 가격이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수익성이 나빠졌습니다. 조선과 건설 수요가 2007년 호항 시절에 미치지 못한 반면 후판 공급이 늘어난 탓입니다. 냉연은 보통 열연 가격에 일정한 스프레드를 붙여 가격이 형성되는데요. 당시에는 열연에 비해 15%가량 더 비쌌는데 지금은 12%가량 비싸게 거래되고 있군요. 동부제강 같은 냉연 전문 회사들의 채산성이 당시보다 낮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설명한 대로 POSCO를 투자하기 전에 제철업에 대해 궁금한 여러 사항들을 플로우 차트를 채워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이해했습니다. 이처럼 플로우 차트는 관심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주식 투자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는 것입니다. 내가 POSCO 경영자가 아니어도 POSCO 주식을 사는 순간, 경영자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이죠. 특히 POSCO처럼 경기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사업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재처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기업에 비해 이익 변동성이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이익 사이클 정점에서 잘못 투자할 경우 수년간 대책 없이 고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철강 사이클의 바닥을 잘 골라내면 2~3년간 별다른 걱정 없이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는 것을 만끽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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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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