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 플로우 차트 : 주식투자할 때 기업의 사업모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上 #2"

Summary

- 20년간의 POSCO 주가와 밸류에이션 점검

- POSCO가 직면해 있는 투자 부담이 주가에 주는 영향 분석

- 선진국의 경우 매출보다 재무상태에 주가가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플로우 차트의 중요성은 더욱 큼

 

© iStock

 

제2의 전성기인데, 주가는 왜? 다음으로 지난 20년간 POSCO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점검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POSCO 주가 속성은 2010년을 기점으로 이전, 이후가 크게 차이 납니다. 2010년 이전에는 철강 업황이 부진할 때에도 PBR 0.8배가 나름 의미 있는 저점이었습니다. 중국발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한창 전개되던 2007년에 아셀로 미탈의 적대적 M&A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PBR 2.8배를 찍기도 했지만 대략 1.5배 정도가 사이클 고점이었습니다. 즉 2010년 이전에는 0.8~1.5배 사이에서 밸류에이션이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PBR 밸류에이션이 하락하여 2012년~2020년까지 0.2~0.8배에서 거래되었습니다. 과거의 밸류에이션 저점이 이제 밸류에이션 상단으로 작용한 겁니다. 코로나19로 급격한 경기 침체가 발행한 직후 지연 수요에 힘입어 역설적으로 철강 업황이 예상치 못할 정도로 빠르게 개선되었습니다. 현재는 PBR 0.4배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림 2] POSCO 주가와 PBR 밸류에이션

 

PBR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레벨 다운된 2012년 이후 POSCO에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POSCO는 1990년 이래로 본업인 철강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매년 순이익을 본 만큼 해가 바뀔수록 자기 자본이 누적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순이익과 자기 자본 성장을 감안한 동사의 내재가치(S2)는 2010년을 정점으로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였습니다. 이 말은 곧 해당 기간 중에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급감했다는 뜻입니다.

POSCO의 PBR 밸류에이션이 레벨 다운된 2012~2019년 기간 내내 동사의 ROE가 5%를 하회하였습니다. 심할 경우 1%도 되지 못한 연도도 있었고 대부분 3%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내재가치가 감소한 만큼 주가가 낮아지는 건 당연하겠죠.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특수로 POSCO 이익이 다시 전성기 시절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주가 상승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는 POSCO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림 3] POSCO 내재가치(S2)와 연평균 주가 추이

 

2010년 POSCO에 무슨 일이 POSCO 밸류에이션이 2010년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글로벌 철강 업황이 2010년 이후 장기간 둔화되었습니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경제 성장률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원인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된 이후 지난 70년간 글로벌 철강업은 두 차례 사이클 호황이 있었습니다. 종전 이후 경제 재건에 맞춰 선진국이 수요 성장을 주도했던 1950~1070년대 슈퍼 사이클과 2000년 이후 BRICs, 특히 중국이 주도했던 투자 사이클입니다. 두 번의 철강 수요 성장기 동안 연평균 수요 증가율이 무려 6%에 근접했습니다.

 

[그림 4] 세계 철강 생산량 추이

 

신흥국이 주도했던 투자 사이클이 마침내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선진국 과소비와 신흥국 과잉투자가 이끌었던 버블 붐이 꺼지자 글로벌 철강업은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렸습니다. 철강 설비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의 피해가 더 컸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70년 글로벌 철강 수요 데이터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1960년에서 2010년 동안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3.5% 증가했습니다. 동 기간 전 세계 GDP 성장률과 비교 분석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과거 글로벌 GDP가 매년 3.85%가량 성장해야 철강 수요가 3.5% 정도 증가했는데요.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어 2010년 이후 글로벌 GDP 성장률이 3% 남짓에 불과하여 철강 수요량이 1% 전후까지 감소했습니다. 과거 60년 동안 철강 수요 증가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철강 가격이 지속적으로 약세였으니 업황과 수익성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0년 이후 10년의 세월은 철강 산업에게 지독한 암흑기였던 것입니다. 결국 증설을 주도했던 중국이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철강사들은 설비를 감축함과 동시에 크게 3개 사 위주로 이합집산을 했습니다.

둘째, 철강을 대체하는 신소재의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철강 제품은 무게가 상당합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를 들 수 있습니다. 전기차처럼 친환경 에너지원을 수요하는 차량은 연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당연히 차체와 주요 부품들이 가벼운 소재의 합금강이나 알루미늄, 티타늄 같은 비철금속과 플라스틱 엔지니어링과 같은 강도가 우수한 경량의 신소재로 대체되는 추세입니다.

셋째, ESG 이슈입니다. 철강을 생산하기 위해 코크스라는 연료탄이 필요합니다. 철광석을 융해하려면 엄청난 열에너지가 소모되는데요. 고로에서 선철을 만드는 공정에 석탄을 정제하여 탄소 함유량을 높인 코크스가 투입됩니다. 코크스 주원료가 연료용 석탄이다 보니 당연히 이산화탄소 저감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철강은 석유 화학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입니다. 글로벌 산업에는 철강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비중이 무려 1/4라고 합니다. NTE Zero를 위해서 코크스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아야 합니다.

전기로가 아닌 방식으로 선철을 만들기 위한 해법 중 수소 환원 제철법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수소를 태워 철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철광석의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물을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업계에서 철강 1천만 톤 규모의 수소 환원 제철소를 지으려면 대략 6~7조 원가량이 소요된다고 추산 중입니다. 만일 POSCO가 4천만 톤 캐파를 전부 수소 제철소로 바꾸려면 새로 투자해야 하는 규모만 최대 28조 원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2020년 POSCO 그룹의 전체 EBITDA가 6조 원입니다. 1년간 벌어들인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을 거의 5년 동안 수소 제철소에 그대로 쏟아부어야 합니다. 정부 지원책이 없으면 수소 제철소로의 전환이 무척 어려운 과제입니다. 막대한 투자 부담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POSCO에게 수소 에너지란 신산업의 성장이 아닌 비용구조를 높이는 장애물입니다. 결과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옥죄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POSCO는 그간 하이엔드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정 개발과 고급강 제품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철사업의 명운이 수소 제철소로의 원활한 트랜지션에 달렸다는 점에서 R&D의 상당한 부분이 수소 관련 사업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수소야말로 POSCO 주가에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풀기 어려운 난제이지만 수소 전환하기 어려운 재무구조가 약한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도태된다면 성숙단계를 지난 legacy 산업에는 독점적 이윤이 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종목일수록 더 꼼꼼하게 이상으로 POSCO가 직면한 투자 부담이 주가에 주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플로우 차트가 주는 효용이 또 있습니다. 바로 기업이 영속적인 자기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자산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성장을 중시합니다. 앞으로 매출이 얼마나 늘어나거나 영업이익이 얼마큼 급증할까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향후 수년 동안 매출액이 연평균 대폭 늘어날 거라는 회사의 낙관적 가이던스나 애널리스트 분석에 주가가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매출이 크게 증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설비투자의 실현 가능성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나 분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중소형 주일수록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주가를 끌어올리고자 터무니없는 매출 증가 계획을 발표하곤 합니다. 정작 야심 찬 계획을 실행할 자금조달과 투자계획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면서요. 대개는 훗날 매출 계획 자체가 천일야화로 드러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나 플로우 차트를 그리다 보면 회사의 투자 계획이 자산 구조와 자금 조달 여력 등을 감안할 때 얼마나 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손익계산서의 이익뿐 아니라 재무상태표의 자산-부채 구조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매출 전망과 같은 손익계산서 항목보다 자산구조와 자금조달, 자기 자본 건전성 등과 같은 재무상태표에 주가가 더 반응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전 글에서 스테이지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증시에서 주가가 결정되는 방식이 스테이지별로 상이합니다. G/B 시대에서 ‘알파’라는 노이즈가 주가 함수에서 독립 변수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치료제를 A 회사가 개발했다고 하겠습니다. G/B 시대에서 이 뉴스가 나오면 사실 여부를 떠나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개발했다는 뉴스만으로 주가가 몇 개월 급상승세를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G/G 시대로 진입한다면 알파라는 노이즈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주가 함수의 독립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기 때문에 며칠 반영하는 정도로 영향력이 약화됩니다. 미국과 같은 M/V 단계에서라면 이러한 노이즈는 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만큼 노이즈의 진위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손익계산서 못지않게 재무상태표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선진국에 투자할수록 재무상태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림 5] 스테이지별 주가결정함수

 

현재의 POSCO 플로우 차트는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합니다. 10년 전 그려진 POSCO의 플로우 차트를 지금 업데이트한다면 어떻게 수정되어야 할까요? 우선 회계제도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K-GAAP에 근거하여 작성되던 재무제표가 2011년 이후 IFRS 기준의 연결재무제표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철강 사업을 주로 하는 POSCO 별도 재무제표 외에도 주요 계열사들 현황도 살펴봐야 합니다. 생산 규모 역시 크게 변화했습니다. 3천만 톤 체제에서 4,165만 톤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ESG 이슈 또한 중차대해졌습니다. 예전에 작성되었던 플로우 차트 상세 버전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그림 6] POSCO Flow Chart 상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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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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