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부동산 ‘세대(생략)증여’하는 이유

[재테크]by 서정렬

SUMMARY

대부분의 증여나 상속이라 함은 ‘부자’ 간이 1순위입니다.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런데 최근엔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증여 현황을 보니 절반이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렇다면 왜 조부모 세대는 손주 세대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을까요? 늘어가는 세대생략증여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 istock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는 조부모 2021년 미성년자 증여액이 2조 3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증여 건수 및 증여금액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혹시 모를 증여세 탈루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당시 제기되기도 했다.

2021년 당시 증여세를 신고한 미성년자는 2만 706명으로 전년의 1만 56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미성년자 증여의 절반은 부모 세대를 뛰어넘어 조부나 조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가치 상승과 부동산 세제 강화 등으로 나이 어린 손주나 자녀에게 미리 증여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증여재산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이 8,851억 원으로 2020년(3,703억 원) 대비 2배 이상(139%) 급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금 등 금융자산도 8,086억 원으로 2020년의 3,770억 원보다 115%가량 늘었고, 주식 역시 5,028억 원으로 2020년의 2,604억 원 대비 93% 증가했다.

이들 손주세대가 받은 증여 재산은 총 2조3504억 원으로 1인당 증여 재산은 평균 1억 1351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납부한 증여세는 4,607억 원으로 확인되었으며 과세표준 대비 실효세율은 17.1%였다. 증여 받은 미성년자 중 42%(7251)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렇게 증여받은 세대생략 형태의 증여재산은 1117억 원이었다. 전체 미성년자 증여재산(23504억 원) 43%에 달하는 수치다.

 

© 법률방송뉴스(2022.09.20). 미성년자 증여액, 년에만 2.3조원... 전년 대비 2배

 

절세 효과만이 이유일까? 조부모 세대가 손주 세대에게 세대생략증여로 증여하는 재산이 늘어나는 이유는 세대 생략 증여 형태로 증여했을 시 절세효과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세대생략증여의 경우 증여세의 30%를 할증해 과세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대생략증여가 부유층의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부터는 미성년자의 경우 증여재산이 20억 원을 초과하면 40%까지 할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생략증여는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증가했고, 2021년에는 7,251명으로 2020년(4,105명) 대비 77%나 증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대(생략)증여는 부모에서 자녀 세대를 거쳐 다시 부모 세대에서 자녀 세대에게로 두 번 내야 할 세금을 할아버지 세대에서 손주 세대로 한 번으로 처리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부유층의합법적 절세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 미성년자 세대생략증여의 실효세율(결정세액/과표)은 19.6%로, 일반적인 미성년자 증여의 실효세율(15.4%)보다 27% 정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증여금액을 일반 증여와 비교하면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는 1인당 1억 3,952만 원으로 일반 증여(9,949만 원)보다 40% 정도 높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세대증여 자체를 세금을 절세할 목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절세가 불법도 아닌 데다가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많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부유층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케이스 바이 케이스(케바케)' 일 것이다.

 

'내리사랑', 그 이면에는... 2023년 1월 국토교통부가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전세사기 사건 106건의 피해자 가운데 2030세대의 피해자 비율이 68.8%(20대 17.9%. 30대 50.9%)로 10명 가운데 7명이 MZ세대 인 것으로 확인됐다.

 

© 연합뉴스(2023.01.10). 전세사기 피해 70%가 2030…서울·인천 다세대에 피해 집중

 

© 서울경제(2022.08.12). "혹시 내 집도 깡통전세?"…보증금 지킬 방법은 [S머니]

 

이쯤에 할아버지 세대의 시선이 손주 세대에게 머문다. 할아버지(할머니) 입장에서는 손주가 대학을 졸업하고 이것저것 찾아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전세사기의 피해자(당사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최근 몇 년간 올라버린 집값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을 평생 못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찬스 얻어 ‘영끌’, ‘패닉바잉’ 한 것 역시 이들 2030, MZ세대였다. 그리고 이렇게 ‘영끌’, ‘패닉바잉’ 하자마자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전세사기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 부동산 랠리’의 당사자가 손주 세대라는 것을 할아버지 세대도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내 집 마련한 아들보다 손주 세대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내리사랑(관심)’으로서의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관심과 사랑이 세대증여라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바야흐로 2023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할아버지, 아버지, 손주 세대의 ‘부동산 세계관’이 다양하게 증폭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각 세대가 느끼는 작금의 ‘부동산(시장, 정책, 재테크, 자산의 활용 등)’에 대한 생각의 스펙트럼이 세대별로 겹치고, 또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각 세대(generation)가 바라보는 ‘부동산’에 대한 시각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의 2030 MZ세대의 부모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BB세대, Baby Boomer) 세대들이 서서히 할아버지 세대로 접어드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들 세대들의 부동산 세계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눈여겨봐야 할 '베이비부머'들의 움직임 최근 미국 언론들은 미국 현대 역사에서 가장 많은 부(富)의 이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바로 미국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의 상속과 증여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언급한 부분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고속 경제 성장 시대와 함께 자신들의 자산 규모를 늘려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기준 미국 70세 이상 고령층의 순자산은 35조 달러(약 4경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부의 27%를 차지하는 규모다. 1950년에 2000달러였던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0년이 지난 2020년 6만 3000달러까지 증가한 경제 호황 속에서 미국 베이비부머들은 부동산, 주식 가치 상승에 힘입어 재산을 불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거스를 수는 없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 역시 은퇴 중이거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자연스럽게 X세대(1965∼1980년생)와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로 불리는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재산을 나눠 주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이러한 상속이나 증여가 미국 경제에 윤활유로 작용할 수 있다. 젊은 층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경제적인 안정성을 얻고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할 여력을 갖추게 된다. 이로써 부동산을 구매하고 주식에 투자하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보고 있다.

 

© 매일경제(2021.07.22). 美 베이비부머, 은퇴하며 무려 4경원 재산 증여

 

컨설팅업체인 ‘세룰리어소시에이츠’는 BB세대가 기존 보유 재산을 운영하다 2018∼2042년 기간에 총 70조 달러를 물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61조 달러가 순차적으로 자녀와 손주 세대로 전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여 규모 역시 증가 추세다.

미국 국세청에 신고된 연간 증여 규모의 경우 인플레이션 반영 시 2010년 450억 달러에서 2016년 750억 달러로 증가했다.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은 증여는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비부머들이 자녀와 손주의 교육비, 차량 구입 대금 등을 대신 지불하는 경우 공식 증여 항목에 잡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INSIGHT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자신들의 자산을 상속이나 증여 형태로 적법하게 손주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될 수도 없다. 문제는 상속이나 증여로 인해 이들 손주 세대의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격차 문제로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점이 다른 ‘격차’는 앞으로도 해소되기 어려운 ‘차이’로 작용할 수 있다. 그 격차와 차이가 커진다면 이것을 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격차’와 ‘차이’가 젊은 세대를 가르는 또 다른 '벽'이 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정부의 ‘디테일’한 부동산 차원에서의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 손주 세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시선과 같은 따뜻함이 정부의 '공공주택정책(Public Housing Policy)'에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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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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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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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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