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위기와 시험대에 선 비트코인

[재테크]by 한대훈

SUMMARY

- 탈중앙화 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요구로 탄생한 비트코인

-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위기 속 상승하는 모습

- 은행의 위기 가운데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촉각

 

© istock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지난 2주간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3월 초,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에 맞서겠다며 매파적인 시그널을 줬고, 시장은 다시금 불안에 떨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는 지난 1981년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암호화폐 친화은행으로 잘 알려진 실버게이트(Silvergate)가 자발적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의 불안한 시장 상황과 여러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은행 운영을 중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논의를 진행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나 끝내 실버게이트의 청산을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지방은행인 SVB가 위험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자산 규모로 미국 내 16번째에 해당하는 은행이었으며, 스타트업 등에 특화된 금융 지원을 해준 은행이었다. SVB는 보유했던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해 손실을 입었다.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또 나섰다. 투자자 보호한도를 초과한 예금에 대해서도 지급 가능하도록 한다는 조치를 내놓았다. SVB의 여파가 다른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은 은행 예금의 20% 이상이 인출됐다.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퍼스트 리퍼블릭에 총 3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예치하며 간접 지원에 나섰다. 연준의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주요 투자자인 사우디 국립은행은 더 이상 크레디트스위스에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퍼지기 시작했다. SVB에서 시작된 여파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크레디트스위스까지 전해졌고, 규모를 생각하면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졌다. 결국 스위스 연방 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등의 지원으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급한 불은 꺼졌다.

미국 연준은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를 통해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연준의 대출창구인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를 통해 공급된 유동성도 약 1,529억 달러로 급증했다.

 

환호하는 개인 투자자와 비트코인 개인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지난 몇 년간의 자산 가격 상승이 유동성 증가와 완화적인 분위기에 기반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연준의 유동성 지원이 과거처럼 ‘유동성 공급=자산 가격에 우호적인 분위기’로 인식됐다는 점도 부인하기는 힘들다. 지난 몇 년간의 학습효과에 기인해 연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점을 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이번은 과거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지난 몇 년간에는 가뭄이 왔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줬다면, 이번에는 불난 집에 불을 끄기 위한 물의 공급이다. 즉, 투자자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은 아니다. 조심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그래도 투자는 자산 가격 펀더멘털과 투자심리의 함수이니, 자산 가격은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특히, 부각되고 있는 자산이 있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번 비트코인의 상승은 과거 2008년의 상황과 묘하게 비슷한 부분이 많다.

 

묘하게 과거와 비슷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그 시발점은 리먼브라더스는 아니었다.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rns)는 2007년 6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담보부증권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신용악화까지 겹쳐 결국 이듬해 파산했다. 이때만 해도 베어스턴스의 파산이 위기의 전조였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세계 최대 IB인 JP모건은 베어스턴스의 부실 채권을 헐값에 인수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게 시작이었다. 당시 미국 2위의 서브프라인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도 파산신청을 했고, 대형 모기지 기업이던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Countrywide Financial)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에 매각됐다. 그리고 급기야 2008년 9월에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 중 하나인 AIG도 파산 위기에 몰렸고 Fed는 ‘대마불사’ 논리를 내세우면서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금융회사 외에도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포드, 크라이슬러, GM 등도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특히 유럽이 큰 피해를 봤고, 2011년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앞 글자)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유럽의 재정위기로 번졌다. 이번에 실버게이트와 SVB에서 촉발한 위기가 크레디트스위스를 거치면서 연준이 진화에 나섰듯, 당시에도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에서 시작한 금융위기에 연준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리고 이는 미국만의 위기가 아닌 전 세계로 확산됐고,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까 각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은행들의 확장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대마불사를 이유로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에 들어갔고, 정작 미국 금융권 임원들이 막대한 보너스 파티를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월가 해체 운동을 넘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분노까지 극에 달했다. 더 이상 은행과 금융 시스템을 믿을 수 없어 탈중앙화 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비트코인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섰다 비트코인은 매번 은행의 위기, 화폐 시스템의 위기 때 빛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월에 탄생한 비트코인은 2013년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 처음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데뷔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던 지난 2020년,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에 SVB로 촉발된 불안감 속에서 다시 한번 비트코인은 주목받고 있다.

우선 시장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분명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번 연준의 조치는 QE는 분명 아니다. 은행들에 대한 긴급상황에 대한 대비다. 이를 지난 몇 년간의 경험처럼 유동성 확대, 그리고 이를 통한 자산 가격의 상승에 무조건적으로 배팅 하는 것은 위험하다. 투자심리 개선의 효과는 있지만, 섣부른 배팅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섰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랠리가 아닌, 은행의 위기에서 구원투수로서의 시험대다. 디지털 금, 그리고 은행과 통화시스템의 위기에서 늘 부각됐지만, 가능성만 보여줬을 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과거와 달리 은행의 위기감이 고조됐을 때 모든 자산 가격이 출렁이는 가운데 안정된 가격 흐름을 보여준 것은 금과 비트코인이었다. 또 한 번의 시험대에 선 비트코인이 은행의 위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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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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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現) 금융투자 도서 저자 前) SK증권 애널리스트 前)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체인파트너스 애널리스트 저서: 『한권으로 끝내는 비트코인 혁명』 / 『넥스트파이낸스』 / 『우주에 투자합니다』 / 『부의 대전환: 코인전쟁』 주식전략 및 시황 애널리스트다. 지난 2017년 증권사 최초로 비트코인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전달하는 투자자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애널리스트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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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現) 금융투자 도서 저자 前) SK증권 애널리스트 前)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前) 체인파트너스 애널리스트 저서: 『한권으로 끝내는 비트코인 혁명』 / 『넥스트파이낸스』 / 『우주에 투자합니다』 / 『부의 대전환: 코인전쟁』 주식전략 및 시황 애널리스트다. 지난 2017년 증권사 최초로 비트코인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트렌드를 전달하는 투자자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애널리스트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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