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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이대로 영영 가라앉는 걸까? #2

by한대훈

Summary

- 피델리티, JP모건, 골드만삭스는 서서히 비트코인을 자산에 편입 중

- 전세계 소비전력 대비 비트코인 소비전력은 미미한 수준

- 가상화폐도 피해갈 수 없는 ESG, 미래가 궁금하다면?

 

© pixabay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비트코인이 주춤하다. 비트코인은 이제 버블로 끝나는 걸까? 가상화폐를 부정하던 금융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 디지털자산 금융의 원조, 피델리티

7년 전부터 비트코인에 관심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존재감이 있는 회사다. 혁신의 DNA가 흐르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혁신의 DNA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과 투자로 이어졌다. 이미 지난 2014년 피델리티는 비트코인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블록체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신설했고, 2016년에는 디지털자산 분야 사업을 위해 업계와 학계에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현재까지도 확장 중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피델리티는 지난 2018 년 10월 자회사 피델리티 디지털자산서비스(Fidelity Digital Asset Service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으로부터 신탁회사 인가를 받았다. 피델리티는 이 자회사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디지털자산에 대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외에 영국지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영역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디지털자산이 새로운 BM으로 피델리티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전 세계 자산운용사의 경쟁은 치열하다. 수수료 인하를 통한 고객 확보에 혈안이다. 각사의 수수료 인하 전쟁으로 자산운용업의 수익은 많이 감소했다. 점점 작아지는 파이를 두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자산시장에서 수수료 수입이 급감했다면 새로운 시장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데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그 미래를 엿볼 것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ETF를 신청했다.

 

| 금융의 왕 J.P모건, 디지털금융에서도 왕을 꿈꾼다

J.P 모건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금융제국’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회사가 바로 J.P 모건이다. J.P 모건은 과거 금융뿐 아니라 철도, 철강, 통신, 영화산업 등 실물경제를 장악한 실세 중의 실세였고 미국의 근대사를 관통하는 회사다. 한 때 중앙은행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전통적인 화폐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에 도전했던 비트코인의 등장에 J.P 모건의 CEO 제레미 다이먼(Jamie Dimon)은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그런 J.P 모건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폄하했던 다이먼 CEO가 블록체인은 실재하는 기술이라며 입장을 바꿨고, 암호화폐 및 디지털자산이 기존 은행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이 해오던 송금이나 결제와 같은 서비스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긴장감도 나타나고 있다.

 

JP모건도 자체코인 발행합니다 J.P 모건의 CFO 마리안 레이크(Marianne Lake)도 지난 2016년 J.P 모건을 기술회사라고 선언했다. JP모건은 '오닉스'라고 불리는 별도의 사업부를 만들어 디지털화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급기야 J.P 모건은 JPM 이라 불리는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했다. JPM 은 J.P 모건의 기업 고객들끼리 오가는 실시간 결제를 일부 맡아 처리할 계획이다. 

또한 JPM 을 통해 송금방식을 대체할 계획인데, 이는 해외로 돈을 송금하는 데 있어서 가장 보편화한 송금 방식인 전신 송금(wire transfer)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기업들 사이의 결제와 청산에 JPM 을 도입하면 결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WM 고객을 위한 비트코인 펀드 출시 계획을 밝혔다. 

 

| 골드만삭스, 이제는 기술 기업입니다

골드만삭스가 애플과 손잡은 이유 골드만삭스의 CEO였던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은 지난 2015년 4월 골드만삭스가 기술기업이라고 선언했다. 그 이후 IT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테크기업들과의 협업 및 투자도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는 경쟁업체들보다 리테일 기반이 취약하다. 이에 애플과 손잡고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2013년 이후 라이벌 은행들과 비교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디지털자산 OTC를 영위하는 등 디지털자산 시장 내 최고의 금융 플랫폼 중 하나인 써클(Circle), 그리고 지갑을 제공하는 빗고(BitGo)가 대표적이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디지털 자산 부문 책임자인 매튜 맥더모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규제 당국 개입으로 가격이 하락한 현재가 비트코인을 매수할 기회며, 이더리움과 연계된 상품 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 더 이상 가라앉지 않으려면 이렇듯 금융기관들은 테크기업들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라는 비트코인 상승을 주도했던 인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 재상승을 위해서는 비트코인 ETF가 중요하다는 입장이 중론이다. 이미 캐나다에 ETF가 상장됐지만,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의 ETF 상장이 중요하다. 피델리티, ARK 등 여러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ETF를 미국 SEC에 신청했다. 

올해 비트코인 ETF가 상장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히 과거보다 분위기는 달라졌다. 과거에 “불허” 입장을 쉽게(?) 발표했던 SEC는 올해 들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정을 자꾸 연기하고 있다. 과거에 신청 거부의 근거가 됐던 투자자 보호와 안전한 관리를 피델리티를 비롯한 수탁 서비스(custody)의 등장으로 더는 근거로 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은 지금 제도권 편입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 비트코인에 남겨진 또 하나의 허들, ESG 

 

© utoimage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사이에 ESG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높아졌다. 국내도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이슈다. 폭염과 거리가 멀었던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유럽에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기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가 코인 결제를 철회한 이유는 비트코인의 채굴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만큼, ESG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골칫거리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철회했던 것도 ESG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신재생에너지가 50% 이상이 되면 다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투자자 보호와 관리에 대한 리스크를 어느 정도 극복한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해 남은 관문은 이제 ESG다. 이미 전세계의 화두이며, 유럽에서는 Fit for 55를 발표하며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앞으로의 분위기는 저탄소,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초점이 맞춰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가뜩이나 주요국 정부 입장에서 눈에 가싯거리인 비트코인이 채굴에 소모되는 막대한 에너지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그동안 제도권 편입과 새로운 상품 출시를 위해 노력했던 테크기업 및 금융기관의 수고는 모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다른 디지털자산에 비해 트랜잭션 당 소비전력이 많다.

 

<주요 디지털 자산의 트랜잭션 당 소비전력 비교>

출처: TRG Data center

 

비트코인, 정말 기후위기 주범일까?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북미 지역 가상자산 채굴 단체인 ‘비트코인 채굴 위원회'(Bitcoin Mining Council)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총 전력 사용량은 16만 2194TWH다. 그중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 사용량은 189TWh에 불과하다. 즉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은 전 세계 연간 사용량의 0.116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기후 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요국과 비트코인 채굴 전력 소비량 비교>

출처: Bitcoin Mining Council

 

전세계 연간 전력 사용량의 0.1165%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이 ESG 측면에서 관대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주요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골칫거리인 비트코인이 전력을 얼마나 소모하느냐보다는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규제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테크 및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ESG 평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ESG 점수 관리 측면에서 미세하게나마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채굴을 하는 비트코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미세하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지원하는 기업은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도권 편입 및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성장해 온 만큼 기업들의 외면은 분명 부정적인 소식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발언은? 따라서 과연 일론 머스크의 주장대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채굴이 가능하냐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7/21 진행한 “The B World” 컨퍼런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컨퍼런스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참석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중이 50% 이상이고, 그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받아들이는 것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며 “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켜봐야할 두 가지 동력이 사라진 디지털자산 시장에 가장 큰 관심은 당연히 비트코인 ETF의 미국 내 승인 여부다. 하지만 어쩌면 ESG가 그보다 앞선 시험대일 수 있다. 버블로 치부 받았던 비트코인은 어쨌든 아직 살아남았다. 그리고 오히려 새로운 자산군으로의 편입 기대감도 높다. 앞선 버블 선배들과는 다른 행보다. ETF로 가는 또 하나의 시험대인 ESG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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