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정책이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재테크]by 프루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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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환경과 관련한 대체 자산 투자가 늘어났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의 매출이나 이익 등의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 ESG는 글로벌 경영트렌드로 자리매김하여,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기업은 ESG를 잣대로 금융 혜택과 규제를 달리 받고, 기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내외 많은 기업은 ‘ESG 경영’을 따르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친환경 정책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그린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유럽은 일찍이 ‘탄소국경세’ 제도를 도입했고, 미국은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며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일부도 범국가적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며 ESG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트렌드와 정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기업들은 ‘환경(E)’ 부문을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내부적으로 화석연료 부문의 투자를 지양하고 친환경 에너지 부문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정부들과 기업들의 목표가 분명해짐에 따라 ‘환경(E)’ 관련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란 ‘Green’과 ‘Inflation’의 합쳐진 ‘신조어’로 녹색경제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경제 전반에 걸친 물가상승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오늘은 ESG 정책이 원자재 및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 그린플레이션 (원자재, 에너지)

그린플레이션의 대표 원자재인 알루미늄의 현물 가격(톤)은 올해 들어서만 40%나 치솟으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리 현물 가격(파운드)은 최근 횡보하는 모습이지만, 지난해 10월 대비 약 30% 상승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와 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 증가는 알루미늄, 구리 등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20년 9월~21년 9월) 구리(좌), 알루미늄(우) 현물 가격>

 

전기차 시장의 확장은 리튬, 코발트 등의 원자재 수요를 증가시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23가지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상품 지수(Commodity spot index)는 근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린정책의 가속화는 관련 원자재의 집중적인 수요를 이끌었고, 관련 상품의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2011년~2021년) 블룸버그 상품 지수 추이>

 

 

그린정책의 선두주자인 유럽은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유럽 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중은 화석연료를 넘어섰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높이고, 반대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풍력, 태양광 등의 에너지는 기후와 관련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결국,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기후와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장기적으로 키우는 요소이다.

(※ 태양광 패널 제조에 알루미늄, 철강, 은 등의 원자재가 소요된다. 최근 알루미늄 가격이 크게 오르며 제조 비용이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수소), 화석연료 / 유럽 내 전력 생산 비중>

 

그린정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비철금속 뿐이 아닌 에너지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유럽은 전력 생산의 약 16%를 풍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올해 건조한 기후 탓에 전력 공급의 차질을 겪었다.

부족한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대체재인 천연가스의 사용량을 대폭 늘렸고, 이는 결국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을 이끌었다.

 

<(20년 9월~21년 9월) 유럽의 전력 생산 의존도>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은 전기료 인상을 유발하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 하기 차트는 독일, 영국 지역의 전력(1개월 선도가) 가격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CPI) 추이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전력 가격의 상승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 가능하다. 

 

<(20년 1월~21년 9월) 전력 선도가 추이(좌) / 유로존 전년 동월 대비 CPI(우)>

 

유럽 내에는 탄소중립의 일환인 ‘탄소 배출권’이 존재한다. 기업은 할당 범위 내에서만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있고, 탄소 배출권을 구매함으로써 할당 범위를 늘릴 수 있다. 전력생산업체들은 치솟는 천연가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석탄발전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허나, 석탄은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권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이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에 있어 또 다른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기 차트는 유럽 내 탄소 배출권의 가격 추이를 나타낸다. 2020년 말, 톤 당 32유로에 그쳤던 비용은 약 42% 상승하여 현재 56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4분기 ~2021년 3분기) 유럽 내 탄소 배출권 비용>

 

전력 생산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값이 싼 석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석탄 사용의 증가는 탄소 배출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또 다른 비용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결국, 기업은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단행하여 소비자에게 전가하기에 이르렀고, 연쇄적인 ‘그린플레이션’을 만들어냈다.

 

기후에 민감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전력 공급의 변동성은 높아졌다.

특히 태양광, 풍력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구조적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력생산업체들은 불확실한 변동성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이는 일시적이거나 유럽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 원자재, 에너지 가격에 추가적인 상승압력을 더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석연료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에너지 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 ESG의 성장이 화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증가와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며, 지난해 석유 산업 전반에 걸친 자본 지출은 2014년 대비 절반 정도를 기록했다. 원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생산업체들은 규제의 압력으로 설비투자를 크게 줄여나가고 있다. 에너지 부문의 생산능력 감소는 또한 공급의 감소로 이어져 가격의 상승압력을 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도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자본 지출은 감소하여 신재생에너지 부분의 투자를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2020년) 미국 원유 및 천연가스 자본 지출(설비 투자)>

 

에너지 부문 정보제공업체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미국과 유럽 내 상위 6개 석유 기업의 탐사 및 개발 지출이 2015년 1,200억 달러에서 2021년 568억 달러로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화석연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설비투자를 줄여나가고 있고,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주요 산유 기업(중국, 러시아, 중동, 미국 및 유럽)의 천연가스,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비중>

 

하기 차트는 미국 에너지청(EIA)에서 발표한 전력 부문의 에너지 소비 전망치를 나타낸다. EIA는 신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소비가 2020년대에 들어서며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천연가스, 석유 소비량도 2050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로부터의 전력 생산은 인프라, 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는 화석에너지로부터의 전력 생산이 꾸준히 유지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화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나, ESG 정책은 해당 분야의 설비투자를 위축시켰고,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을 야기하여 에너지 가격의 상승압력을 더하고 있다.

 

<EIA, 2021 에너지 전망 보고서/ 에너지가 소비되는 부문(좌), 에너지 소비 전망치(우)> / 출처 : EIA

 

세계 주요 에너지 기관들은 향후 원유의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ESG 정책으로 인해 설비투자가 줄어들며, 원유 공급은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의 구조적 문제는 원유 수요의 상승압력을 더하고 있다.

 

또한 선진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머징마켓의 강한 성장세는 추가적인 화석에너지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 공급 전망치(선) 및 EIA, IEA, OPEC, BP 수요 (점) 전망치 > / 출처 :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ESG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많은 기업의 경영방식과 국가 정책을 변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특정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폭발중에 있다.

 

ESG 정책 규제는 화석에너지의 공급을 줄였고,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신재생에너지는 오히려 화석에너지의 수요를 증대시켰다.

 

결과론적으로 화석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인 ESG가 화석연료의 수요와 가격을 높여주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상황이다.

 

* 해당 칼럼은 ESG 관련 해석일 뿐, 투자에 대한 추천이 아닙니다.

 

프루츠 인베스트 이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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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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