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시대, 이제 노동소득의 가치는 사라질까?

[재테크]by 정에스텔

Summary

'연봉 1억’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주 대단한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유 있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봉 1억을 버는 사람 10명 중 9명은 본인들의 생활 수준을 중산층 이하로 답했습니다. 고소득자들조차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에 따른 격차가 커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많아지는 만큼 가난한 이들도 점점 늘어나는 시대, 일을 통해 버는 돈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가 온 걸까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궁금하다면, 오늘의 이야기를 반드시 주목해 주세요!

 

© iStock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앞지르는 세상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대학교수인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아시나요? 경제적 불평등을 가진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책인데요. 저자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인 자본 수익률이 사람이 노동을 하여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진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지난 3년간(2020~2022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현금이 풀렸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으로 큰돈을 번 분들도 꽤나 많았죠. 물론 지금이야 거품이 빠지면서 위험자산에 있던 돈들이 대거 안전자산(은행)에 몰렸지만, 이런 시기를 겪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점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즉, 부자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가난한 이들의 수도 늘어나는 것입니다.

통계청의 ‘한국 사회동향 2022’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고소득층(연 1억 5,465만 원)과 저소득층(연 681만 원)의 소득격차는 최대 22배에 달했습니다. 중산층 비중은 전년보다 3.1% 줄어든 44%를 기록했고,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내려간 가구는 약 12.9%로, 상위층으로 이동한 가구(9.3%)보다 많았습니다. 다음 표를 봅시다.

 

아파트매매가격지수(2000~2022)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부터 GDP(국가성장률)를 추월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미국은 어떨까요? 자본주의 나라답게, 소득의 양극화가 더욱 심각합니다.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비율은 지난 50년간 꾸준히 낮아지며 2021년을 기준으로 약 50%로 줄었다고 합니다. 반면 고소득층 비율은 21%로 올랐으며, 저소득층은 29%로 늘었습니다. 미국 중산층은 2011년까지 점차적으로 하락했지만, 2011~2022년까지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임금 격차 역시 더더욱 심해지는 상황인데요.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의 2021년 연소득 불평등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2021년까지 최상위 1% 상류층을 뺀 계층의 실질 임금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고소득자 18.5%는 실질 임금이 올랐지만, 하위계층 90%의 실질 임금은 0.2%로 내렸습니다. 물론 평균 실질 임금은 0.8% 상승했으나, 이는 고소득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와 함께 최상위 1% 상류층의 소득 비중은 2021년보다 두 배인 14.6%나 올랐습니다. 그동안 하위층의 임금은 가장 최저치를 기록했죠. 정리해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계기로 계층 간 소득 격차는 이제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진 셈입니다.

 

자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 최근 온라인 창업 플랫폼을 사이드잡으로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전년보다 19% 증가했고, 온라인 창업 플랫폼을 활용한 이들은 전년보다 92%나 늘었습니다. 비단 온라인 창업뿐만 아니라, 소액 투자가 가능한 해외 주식, 공동으로 미술작품을 사는 아트테크, 코인, 밈 주식 등에 뛰어드는 이들도 많아졌죠. 자면서 돈이 들어오는 삶을 위해 여러 가지 수입원(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된 것인데요.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직장에서 버는 월급과 적금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자금 상환, 내 집 마련 등 나이가 들수록 돈 들어갈 일은 많은데, 노동소득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실제로 대출을 받거나 돈을 열심히 모아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돈을 번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벼락부자들입니다. 그러나 노동소득만으로 삶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죠. 이들은 일에 치여 다른 파이프라인에 대한 정보를 찾을 시간도 없고 혹은 정보를 검색하는 환경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부자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더욱 부를 창출하고 있는데, 가난한 이들이 의존하는 노동소득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특히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로 인한 사망,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스무 살 청년의 사망 소식 등은 노동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들의 발달로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노동의 형태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를 보호하는 법안은 아직 미비합니다. 이 가운데 회사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요. 한창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자본소득에 몰리는 현상은 당연히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자본소득 VS 근로소득 그렇다면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의 차이점부터 살펴봅시다. 자본소득은 쉽게 말하면 ‘재테크’입니다.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자본(돈)’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것인데요. 내가 시간을 내어 일하지 않아도 돈이 돈을 벌어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에 ‘자본소득’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일찍 은퇴해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이들도 꽤 많았죠. 그런데 이 자본소득은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고 투자하면, 수익을 얻는 일이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그냥 남들이 한다고 따라 했다가는 자칫 수입은커녕 원금조차 잃는 경우도 대다수고,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했더라도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즉, 내 자본을 까먹을 위험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마음처럼 큰돈을 투자하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그럼 근로소득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매달 받는 월급이 대표적이고, 퇴근 후에도 노동력을 투입해 돈을 버는 모든 일을 근로소득이라고 합니다. 나의 시간과 노동력으로 버는 것이기에 소득을 하루아침에 크게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목돈이 필요한데 월급만으로 부족하다면, 퇴근 후 투잡, 쓰리잡을 뛰기도 하죠.

그렇다면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에 가까운 세상이니, 자본소득에 시간을 대거 투자하면 될까요? 사실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모으려 한다면, 초기에는 자본소득보다 근로소득을 늘리는 것이 훨씬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제가 1천만 원을 주식에 투자해 연 20%의 수익을 얻는다고 칩시다. 워런버핏의 연 수익률이 20%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1년간 주식으로 번 돈은 약 200만 원 남짓입니다. 그런데 제가 퇴근 후 부업을 해서 한 달에 세후 20만 원을 벌면, 1년간 240만 원을 벌게 됩니다. 이 둘 중 어떤 것이 더 쉬울까요?

투자를 하면 연수익률이 20%라고 해도 수익은 200만 원인데다, 자칫 원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소득은 시간과 노동력이 더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원금을 잃지 않고 돈을 모을 수 있죠. 단, 자본소득은 투자금이 크면 클수록 수익이 커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주식투자에 1억 원을 투자했을 때 20% 수익이 난다면, 2천만 원을 벌 수 있겠죠? 2%의 수익이 난다면 2백만 원일 것이고요. 물론, 요즘은 은행 예적금 이율이 높다 보니 이 정도 금액이라면 은행에 넣는 분들도 많습니다.

 

둘 다 포기 못해 이를 정리해 보면, 가장 쉬운 일은 되도록 큰돈을 투자해서 적은 수익률이라도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목돈을 부지런히 모아야 합니다. 이때 목돈을 좀 더 쉽게 모으는 방법으로, 노동소득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사회초년생이거나 아직 목돈이 많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근로소득을 늘려 목돈을 모으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다음에 본인이 투자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본소득을 만드는 것이죠.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노동소득이 뒷받침되어야 자본소득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니, 둘 다 중요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근로소득이 뛰어나다고 자본소득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근로소득이 적다고 자본소득도 적은 것도 아닙니다. 둘 사이는 연관성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해서 초고속 승진을 한 사람이 재테크에 실패할 수도 있고, 회사에서는 진급도 하지 못해 버티는 수준이지만, 재테크를 잘 해서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물론 일도 투자도 잘한다면 좋겠으나 본인의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의 일이 열심히 해도 연봉이 크게 오르지 않는 직종이라면 재테크 비중을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열심히 해서 연봉이 크게 오르는 직종이라면 투자보다는 일에 좀 더 비중을 두면 될 테죠.

 

거품의 시대 속 노동의 가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본업이 있음에도 투자에 몰두하는 시간이 많다거나,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진행한다면 이는 투기에 가깝습니다. 투기는 거품이며, 거품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지난 2022년이 그랬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사그라들며 추락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피해는 부자가 아니라 열심히 일해온 서민들이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가 건강해지고 개인이 행복해지는 세상이 오려면, 자본소득 못지않게 노동소득이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이렇게 노동소득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는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 아래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겠죠. 이와 함께 노동의 대가 역시 지금보다 높아져야 할 겁니다. 기술이 더욱 진보하면서 많은 이들이 몸담았던 단순노동이 차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거품의 시대,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면,

세상은 더욱 살기 힘들어집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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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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