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국민연금주식 투자에 관한 이야기

| 해외투자 늘리는 국민연금

개인 투자자들의 '애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투자와 위험자산 규모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2027년까지의 목표 수익률은 5.4%로 잡았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3~202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 자산 배분안'과 '2023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 계획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국민연금 중기 자산 배분안은 기금운용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5년간의 운용 전략입니다.

​기금위는 목표수익률 5.4%를 달성하기 위해 2027년 말 기준, 자산별 목표 비중을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했습니다.

​올해 2월 말 현재 국민연금 자산별 비중을 보면 주식 43%, 채권 43.2%, 대체투자 13.5% 수준이지만, 안전 자산인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이지요.

​참고로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상은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이번 기금 운용 계획에서 가장 특징적인 내용은 2027년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14.0%로 낮추기로 한 것입니다.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이 16.3%인 갓을 감안하면 향후 5년간 국내 주식 비중을 2.3% 포인트 줄이기로 한 것이지요.

​또 올해 27.8% 수준인 해외 주식 투자 비율을 2027년까지 40.3%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수익률' 때문입니다. 기금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6.5%였지만, 해외 자산 투자 수익률은 18.0%로 거의 3배에 달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빠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빠른 고령화는 국민연금 지급액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고, 이로 인해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보유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국내 주식을 한꺼번에 팔면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 국민연금을 위한 변명

국민연금은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서도 매우 '큰손'입니다. 운용하는 자금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인 투자자들은 종종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의 원흉'이라며 비난을 합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것보다 매도하는 규모나 빈도가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엄청난 매도세를 보였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주식을 팔았습니다. 물론 정해진 자금 운용 계획 때문이었겠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주주들은 연기금의 매도세가 공매도보다 더 뼈아프다고 토로했습니다. 일부 삼성전자 주주는 국민연금의 매도세에 분노를 참지 못했으며, 셀트리온 주주들은 '공매도 결탁설'까지 제기했습니다. 작정하지 않고서는 이렇게까지 팔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사실 그동안 연기금의 매도가 논란이 될 때마다 모든 비난은 국민연금이 받아왔습니다. 연기금에는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른 기관도 있지만, 국민연금이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개별 종목을 직접 매매하지도 않는데,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종목을 사고파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국민연금은 개별 종목 매매 대부분을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개별 종목에 대한 매도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직접 종목을 매매하지 않았더라도 소유 주식에 대한 책임은 국민연금이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기업들도 국민연금을 보는 시선은 좋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대표소송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나온 후부터입니다. 재계와 이익단체는 국민연금이 기업을 '벌주기 위한 행동'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실천을 환영하며 재계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말합니다.

​재계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살아야 국민에게 돌려줄 연금도 늘어나는데, 국민연금은 왜 자꾸 기업의 발목을 잡으려 하는지 불만인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일까요?

​2020년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요 기업 지분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10.7%, 현대자동차 10.2%, SK하이닉스 11.0%, 네이버 11.6%, LG화학 9.7%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민연금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분 1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고,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국내 기업들의 성장은 필수적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른 말입니다.

 

 

국민연금은 전형적인 장기 투자자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내재 가치를 보고 투자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어느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에게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일시적으로 주가는 하락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의 본질은 국민연금의 소송 때문이 아닙니다. 본질은 '오너 리스크' 혹은 '경영진 리스크'입니다.

​대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잘못된 경영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지요. 만약 오너가 횡령을 하거나 대표가 배임을 하는 데도 주요 주주가 문제 제기 없이 그냥 넘어간다면, 결국 그 기업의 가치는 추락할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자체 조사 결과, 주주대표소송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장들이 기업에서 몰래 가져간 돈을 다시 복구해 놓은 사례가 늘었다고 합니다. 기업이 긴장하며 스스로 개선 활동에 나선 것이지요.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면 그 이익은 국민연금을 통해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이 일부 대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가로채는 행위는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3년간 1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올해는 투자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채권시장까지 부진해 운용수익률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해 1분기 말 누적 수익률은 -2.66%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주식 -5.38%, 해외채권 -3.00%, 해외 주식 -2.98%, 국내 채권 -2.87%, 대체투자 +2.36%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해외 연기금들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네덜란드 공적연금은 1분기 각각 -4.9%, -3.9%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캐나다 연금투자 위원회의 수익률은 -2.9%였습니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그렇게 많은 자금을 운용하면서 어떻게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냐며 비난하지만, 경험으로 보더라도 운용하는 자금이 많다고 반드시 수익률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국민연금의 투자 결과는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비난하지만 말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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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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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D대학 경영정보학과 겸임교수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현상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뉴히어로입니다. 특히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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